트럼프, 강경파 밀러 발탁…미 정국 첫 시험대는 12월 예산
[이슈밸리=윤대우 발행인·편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3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잃은 지 사흘 만에 백악관 비서실장을 교체했다.
6일(현지시간) 수지 와일스의 후임으로 지명된 스티븐 밀러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을 설계해온 인물이다. 야당이 의회 권력을 넘겨받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책을 밀어붙일 때 의존해온 참모를 백악관 운영의 전면에 세운 셈이다.
밀러는 9일부터 비서실장을 맡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승리를 이끌고 집권 2기 백악관 운영을 총괄한 와일스는 트럼프의 정치 조직으로 옮긴다. 구체적인 역할은 공개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밀러 발탁이 국내 정책과 정치 현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 공세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새 의회에서 대규모 입법이 어려워지면 백악관은 행정명령과 연방기관 지침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 방향을 가늠할 현안은 이민 단속이다.
AP의 중간선거 유권자 조사에서는 응답자 약 10명 중 6명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이 지나쳤다고 답했다. 밀러 체제가 단속 강도를 유지할 경우 민주당이 예산 심사와 청문회에서 단속 방식과 집행 비용을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백악관 앞에 놓인 시한은 12월 11일이다. 현행 임시예산의 시한까지 의회와 백악관이 후속 예산안이나 추가 연장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일부 연방기관의 업무가 중단될 수 있다.
이 협상은 공화당이 여전히 양원을 이끄는 현 의회에서 이뤄진다. 다만 민주당은 내년 1월 다수당이 된 뒤 예산을 다시 협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연장도 선택지로 삼을 수 있다. 백악관이 연내에 얼마나 많은 지출 우선순위를 관철할 수 있을지가 선거 이후 협상력을 가늠하는 첫 기준이 될 전망이다.
내년 1월 새 의회가 출범하면 민주당은 상임위원회를 이끌며 행정부 자료 제출 요구와 청문회를 주도할 수 있다. 상원에서는 새 장관과 연방 판사 후보자의 인준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주도로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양측 모두 예산과 주요 법안을 처리하려면 상대의 양보를 끌어내야 하는 구도다. 아멜리아 해드필드 영국 서리대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거부권이 남아 있지만, 이제 예산권은 민주당이 쥐게 됐다”고 분석했다.
헤그세스 거취, 이란전과 후속 개각의 분수령
후속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교체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헤그세스가 “매우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악시오스에 따르면 상원 민주당은 내년 1월 군사위원회에서 이란전 관련 청문회를 열고 헤그세스에게 증언을 요구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헤그세스가 유임되면 이란전 개전 판단과 전쟁 비용을 둘러싼 공방이 청문회로 이어질 수 있다. 새 의회 출범 이후 후임이 지명되면 상원 인준 과정에서 전쟁 전략이 다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새 다수당의 우선 과제로 생활비 부담 완화와 행정부에 대한 책임 추궁을 제시했다. 이란전과 생활비 상승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친 만큼, 민주당도 청문회와 함께 민생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밀러를 앞세워 이민 단속과 행정조치에 속도를 내더라도,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의 폭은 연말 예산 협상과 새해 이란전 청문회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