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28% 급락…美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에 반도체주 직격탄
[이슈밸리=한유진 기자]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불거진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가 국내 증시를 강타했다. 5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나란히 5% 넘게 하락한 가운데 반도체와 장비, 전력기기 종목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미국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불안이 국내 관련 기업들의 실적 기대를 흔든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장비·전력기기로 번진 매도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0.00포인트(5.28%) 내린 5,383.80에 마감했다. 지난 4월 3일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저치다. 코스닥도 36.54포인트(5.11%) 하락한 678.41로 거래를 마치며 700선을 내줬다. 두 시장에서는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삼성전자는 7.57%, SK하이닉스는 9.46% 하락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20만원 아래로 밀리기도 했다. 코스닥에서는 심텍이 17.97%, 원익IPS가 15.74%, 주성엔지니어링이 12.21% 떨어졌다. 전력기기 업체인 산일전기와 LS ELECTRIC도 각각 17.23%, 13.87% 내렸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면 서버에 들어가는 메모리와 전력설비의 납품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업종 전반으로 확산된 양상이다. 반도체 기업의 투자 확대에 기대를 걸었던 장비업체들까지 동반 하락하면서 AI 관련주에 집중됐던 시장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워싱턴보다 가까운 변수, 주정부 인허가
시장에 부담을 준 것은 민주당의 연방의회 장악에 더해 주요 데이터센터 투자 지역의 주지사 선거 결과였다. 연방 차원의 규제 입법과 별개로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인허가 조건이 강화되면 개별 사업의 착공과 가동 일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 주지사에 당선된 민주당 지나 히노호사는 주민 보호장치를 담은 법이 마련될 때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승인을 유예하겠다고 공약했다. 텍사스에 계획된 데이터센터 용량은 미국 전체 계획 용량의 약 25~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특정 지역의 승인 지연도 미국 AI 인프라 공급 일정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는 규모다.
지역사회의 반발도 확인됐다. 중간선거와 함께 데이터센터 관련 주민투표를 실시한 미국 내 45개 지역사회 가운데 44곳에서 건설에 제약을 두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다만 안건에는 전면 금지뿐 아니라 전력 사용 상한, 입지 조건, 주민 동의 요건 등이 포함돼 있어 이를 일괄적인 건설 금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투자 속도 조절과 성장 둔화는 별도 판단
간밤 미국 증시에서도 반도체 공급업체와 대형 기술기업의 주가 방향은 엇갈렸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이 하락한 반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상승했다. 설비 공급업체에는 발주 지연이 부담이지만, 투자금을 집행하는 기업에는 지출 부담 완화가 현금흐름 개선 요인으로 받아들여졌다는 해석이다.
증권가에서는 규제가 장기적인 건설 중단보다 사업자의 비용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체화할 가능성도 제시한다. 전력망과 용수 확보 비용을 더 부담하게 하거나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식이라면 투자 수익성과 입지 선택에는 영향을 주겠지만, AI 인프라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가 국가와 지역의 성장 동력이라는 점을 들어 장기간 건설을 지연시키기보다 세제 혜택 축소나 기업의 비용 부담 확대 쪽으로 정책이 전개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신규 인허가와 이미 건설 중인 사업의 영향을 구분하며 대규모 지연 가능성에는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향후 국내 관련주의 실적 영향을 가를 변수는 규제의 적용 범위와 시행 시점, 주요 고객사의 투자계획 변경 여부가 될 전망이다. 신규 사업의 승인 지연이 기존 계약의 취소나 실제 발주 감소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