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도일 병원장 "환자의 마지막 의사가 된다는 것”

“희망은 주되 과장하지 않고, 한계는 말하되 희망까지 빼앗지 않는 것”

2026-11-05     이슈밸리
고도일병원

 

[이슈밸리=윤대우 기자]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검사와 치료를 거듭해도 통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 기대와 실망을 반복한 끝에 다시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환자를 마주할 때, 의사는 과연 무엇을 말해야 할까.

오랜 세월 척추 질환 환자를 진료해 온 고도일병원 고도일 병원장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아픈 한 시절을 함께 건너는 인연’이라 정의한다.

환자에게 희망을 건네되 결과를 섣불리 장담하지 않고, 치료의 한계를 정직하게 짚되 가능한 선택지마저 닫아버리지 않는 태도. 그가 말하는 진료의 책임과 환자와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시절 인연’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A. 의사와 환자의 만남이 반드시 평생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가 가장 아프고 힘든 한 시절을 무사히 건너가도록 돕기 위해 맺어지는 특별한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료를 마친 환자가 건강한 일상으로 복귀해 더 이상 병원을 찾을 일이 없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의사에게 가장 값지고 반가운 소식입니다. 환자가 건강을 되찾아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아름다운 작별일 것입니다.

Q. ‘환자의 마지막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말씀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습니까?

A. 동네 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두루 거쳤지만 차도가 없어 지칠 대로 지친 분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진료실을 찾곤 합니다. 그럴 때 제가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드릴 수 있다고 자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전의 검사와 치료 과정을 처음부터 면밀히 재검토하고, 지금 환자의 상태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현실적으로 어려운지를 최대한 명확하고 솔직하게 짚어드립니다. 환자가 더는 막연한 기대와 불안 속에 병원을 떠돌지 않도록, 치료의 올바른 종착점이자 나침반이 되어드리고 싶다는 뜻입니다.

Q. 진료실에서 가장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치료 효과를 명확하게 내다볼 수 있을 때보다, 호전 가능성과 불확실성이 공존할 때가 훨씬 더 조심스럽습니다. “치료를 시도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라는 말이 환자에게 용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 말이 곧 ‘완치 보장’이라는 맹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은 치료 가능성까지 지레 닫아버려서도 안 됩니다. 그렇기에 치료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분명한 한계, 나아가 다른 대안까지 투명하게 설명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 이미 수많은 치료를 받았음에도 호전되지 않는 환자는 어떤 점부터 살피시나요?

A. 무엇보다 환자가 현재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지점이 어디인지 귀를 기울입니다. MRI 같은 영상 검사 결과뿐만 아니라 통증의 구체적인 양상, 신경학적 이상 소견, 일상생활의 제한 정도, 이전 치료에 대한 신체 반응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영상 검사상 나타난 이상 소견이 늘 현재 겪는 통증의 직접적 원인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새로운 치료를 덧붙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치료 목표를 현실적으로 재조정하거나 경과를 지켜보고, 다른 분과 진료가 더 적절한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 또한 의사의 중대한 책무입니다.

Q. “좋은 인연은 못 되더라도 최소한 악연은 되지 말자”는 원칙은 어떻게 지켜가고 계십니까?

A. 모든 환자를 다 낫게 할 수는 없으며, 의사가 쏟은 최선의 노력이 언제나 최상의 결과로 귀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시술이나 치료에 앞서 기대할 수 있는 변화는 물론 한계와 위험성, 대안까지 환자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합니다. 설령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의사는 내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였고,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터놓았으며, 끝까지 책임감 있게 진료했다”고 기억될 수 있어야 합니다. 환자가 보내준 신뢰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 이 원칙의 본질입니다.

Q. 지금도 통증으로 힘겨워하는 환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오랜 기간 아팠다고 해서 회복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시도하는 새로운 치료가 만병통치약이 되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상태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평가받고, 과도한 기대나 막연한 공포에 흔들리지 않은 채 자신에게 꼭 맞는 치료 방향을 찾는 일입니다. 의사는 그 치열한 여정에서 환자와 나란히 서서 바른 길을 함께 찾아가는 동반자여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훗날 환자들에게 어떤 의사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A. 몸이 건강해져서 두 번 다시 저를 찾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훗날 치료가 끝나고 헤어지는 날, “내 삶의 가장 아팠던 시절, 그 의사를 만나 참 다행이었다”는 한마디로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인연의 진정한 가치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함께했느냐가 아니라, 가장 어둡고 막막했던 순간에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가에 달려 있다고 믿습니다.

고도일 병원장은 “의사는 환자의 일생 전체를 동행할 수는 없지만, 가장 아프고 위태로웠던 어느 한 시절을 곁에서 지켜주는 사람일 수는 있다”라며 “희망을 부풀리지 않고 한계를 숨기지 않는 정직한 진료야말로 결국 환자와 의사 사이에 가장 좋은 인연을 맺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