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찬 게 나이 탓인가…찬바람 불면 더 위험한 '만성폐쇄성폐질환'

2026-11-05     박지영 기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슈밸리=박지영 기자]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기침이 잦아지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흔히 노화나 감기로 여길 수 있지만 증상이 장기간 이어지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의심해야 한다.

COPD는 기도와 폐에 발생한 만성 염증으로 호흡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질환이다. 초기 증상이 명확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려운 데다 독감이나 폐렴 등 호흡기 감염이 동반되면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COPD를 유발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흡연이다. 담배 연기가 폐로 들어가 만성 염증을 일으키면 기관지가 점차 좁아지고 산소 교환을 담당하는 폐포가 파괴돼 호흡 곤란을 유발한다.

질환이 오랜 기간 진행돼 나타나므로 대개 40대 이후에 발병하며 흡연 기간과 흡연량이 늘어날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

비흡연자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COPD 환자 4명 중 1명가량은 흡연 경험이 없다. 간접흡연과 대기오염, 요리나 난방 과정에서 나오는 연기, 직업적 먼지 및 화학물질 노출도 발병 원인으로 작용한다.

조산이나 저체중으로 태어나 폐 성장이 부족했거나 어린 시절 결핵 및 백일해를 앓았던 경우도 발병 가능성이 커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COPD 진료 환자는 2021년 19만2636명에서 2025년 21만8171명으로 13.3% 증가했다. 환자는 고령층에 집중됐다.

지난해 기준 연령별 환자는 70대가 8만3677명으로 38.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60대가 27.0%, 80세 이상이 26.5%로 뒤를 이었다.

질병관리청 202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40세 이상 유병률은 10.4%, 70세 이상은 25.3%에 달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질병 인지도는 2.3% 수준에 불과해 대다수 환자가 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내고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계단이나 비탈길을 오를 때 발생하는 숨참과 끈적한 가래, 기침이 꼽힌다.

기도가 절반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는 가벼운 기침이나 약간의 호흡 곤란에 그쳐 방치하기 쉽다. 기침과 숨참,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동반돼 천식과 혼동하기도 하지만 발병 시기와 경과에서 차이를 보인다.

천식은 이른 나이에 시작돼 알레르기와 연관이 깊고 증상이 변동성을 보이는 반면 COPD는 40세 이후 흡연자에게 주로 나타나며 이른 아침에 증상이 심하고 지속적으로 악화한다.

급성 악화는 COPD 환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위험 요인이다. 갑자기 호흡 곤란이 심해지고 가래 양이 늘거나 색이 짙어지는 경우 급성 악화를 의심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급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호흡기 감염을 지목했다. 손상된 기도는 병원체 배출 능력이 떨어져 감염에 취약하며 폐렴이 발생하면 증상이 가파르게 악화해 입원 치료로 이어지기 쉽다.

국가데이터처 202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폐렴은 국내 사망원인 3위이자 80세 이상에서는 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질병관리청은 COPD를 폐렴구균 감염 위험이 높은 기저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COPD는 가슴 X선 검사만으로 진단하기 어렵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숨을 내쉬는 능력을 측정하는 폐기능검사가 필수적이다.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후 강하게 내쉬었을 때 1초간 배출된 공기량이 전체 폐활량의 70% 미만이면 COPD로 진단한다. 보건복지부는 조기 발견을 위해 올해 1월부터 56세와 66세를 대상으로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검사를 도입했다.

한번 손상된 기도와 폐 조직은 원상 복구가 불가능해 완치가 힘들다. 치료는 증상 완화와 진행 지연, 급성 악화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

흡입형 기관지확장제가 기본 치료로 쓰이며 약제 종류에 따른 정확한 사용법 숙지가 필수다. 증상이 개선되더라도 임의로 투약을 중단해서는 안 돼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금연이다. 금연을 통해 폐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대기오염이 심할 때는 외출을 자제하고 환기와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위생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폐렴구균 및 독감 백신 접종도 권장된다.

65세 이상은 국가예방접종으로 폐렴구균 백신 1회 무료 접종이 가능하며 독감 백신 역시 매년 접종해야 한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최천웅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는 증상을 나이 탓으로 여기다 일상생활이 힘들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천웅 교수는 "한번 좁아진 기도는 되돌릴 수 없는 만큼 흡연 경험이 있다면 40세부터 폐기능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