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2100여 기관 긴급 보안점검…미·영·일은 어떻게 대응하나
외부 연결 지점·보안패치 집중 확인…주요 기반시설은 직접 점검 미국 정기 탐지 의무화·영국 전문기관 지원·일본 정부 통합 감시
[이슈밸리= 권동혁 기자] 국가정보원이 최근 금융권에서 잇따른 해킹 사고를 계기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2100여개 기관의 긴급 보안점검에 나선다. 공공부문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의 정보시스템은 국정원이 인터넷 접점 취약점을 직접 점검해 이달 중순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3일 정부에 따르면 국정원은 전국 중앙부처와 지자체 등에 체크리스트를 활용한 자체 보안점검을 요청했다. 금융권 침해 사고를 계기로 공공기관의 보안 상태를 점검하고, 공격에 악용될 수 있는 취약점을 사전에 확인하려는 조치다.
점검의 핵심은 외부 접점의 보안 상태와 보안관제 체계의 실제 가동 여부, 보안패치 적용 여부다. 인터넷에 연결된 서비스와 장비 가운데 관리에서 빠진 부분이 있는지, 이상 징후를 탐지할 체계가 작동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도록 했다.
국정원이 강조한 ‘공격표면’은 공격자가 접근하거나 악용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각종 접점을 뜻한다. 외부에 공개된 홈페이지와 원격접속 장비 등이 대표적이다. 기관이 보유한 장비를 파악하고 보안 업데이트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번 점검의 주요 내용이다.
기관별 자체 점검과 국정원 직접 점검 병행
2100여개 기관의 점검은 각 기관이 체크리스트에 따라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와 별도로 국정원은 담당 공공부문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 중 정보시스템을 대상으로 인터넷 접점의 취약점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기관의 모든 시스템을 국정원이 직접 조사하는 것은 아니다. 광범위한 자체 점검과 주요 기반시설에 대한 직접 점검을 병행하는 구조다. 이달 중순이라는 완료 목표도 주요 기반시설 정보시스템의 직접 취약점 점검에 해당한다.
국정원은 앞서 지난 5월부터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과 공공부문 합동 보안점검을 진행해 왔다.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의 ‘미토스’ 등 최신 인공지능 기술의 출현에 따른 사이버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취지다.
이번 긴급점검은 기존 합동점검에 더해 금융권 사고 이후 외부 노출 지점과 기본적인 보안관리 상태를 다시 확인하는 성격이다. 향후에는 발견된 취약점의 보완 여부와 후속 확인 절차가 점검의 실효성을 판단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정기 탐지 의무화…영국·일본도 전문조직 가동
미국에서는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CISA)이 연방 민간 행정기관의 보안을 관리한다. CISA의 구속력 있는 운영지침 ‘BOD 23-01’은 대상 기관에 7일마다 네트워크 자산을 자동 탐지하고, 14일마다 취약점 탐지를 개시하도록 요구한다. 기관별 점검 결과를 중앙에서 파악하는 구조로, 주정부나 모든 민간기업에 같은 의무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젠 이스털리 당시 CISA 국장은 2022년 해당 지침을 발표하면서 “네트워크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것이 모든 조직의 위험을 줄이는 첫 단계”라고 밝혔다. 관리 대상에서 빠진 장비와 시스템을 찾아내는 일이 방어의 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영국은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본부(GCHQ) 산하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가 공공부문과 기업 등의 보안을 지원한다. 정부 서비스에는 취약점 평가와 모의침투시험을 반복적으로 실시하도록 안내하고, 별도로 웹사이트·IP주소·이메일 등의 기본 보안 상태를 원격 확인하는 무료 도구도 제공한다.
일본은 2025년 7월 기존 내각사이버보안센터(NISC)를 개편해 내각관방에 국가사이버통괄실(NCO)을 설치했다. 정부기관 보안운영조정팀(GSOC)을 통해 부처를 가로지르는 실시간 감시와 경고·정보 공유를 수행하고, 공통 보안기준과 감사, 사고 대응 지원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들 사례를 종합하면 국가 차원의 사이버 방어는 기관별 점검에 정기적인 취약점 탐지, 중앙 감시, 기술 지원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번 긴급점검 이후 취약점 보완과 재점검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뤄지는지가 공공부문 방어 수준을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