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부모·자녀 대신 ‘세대원’…등본 표기 변경에 SNS 찬반
정부 “재혼가정 사생활 보호”…상세 선택하면 기존 가족관계 표시 발급 불편 우려도…‘중국인 10명 등록·북한 연관설’ 근거는
[이슈밸리=박지영 기자] 주민등록 등본에 부모와 자녀 등이 ‘세대원’으로 표시되면서 SNS에서 찬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재혼가정 등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일부 이용자는 익숙한 가족관계 표시를 바꾸는 이유와 서류 발급 과정의 불편을 지적하고 있다.
일부 댓글에서는 중국인 등록이나 북한과의 연관성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확인된 정부 발표와 개정 내용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변경은 일반 등·초본에 가족관계를 표시하는 방식을 바꾼 것으로, 상세 발급을 선택하면 기존처럼 구체적인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취지는 재혼가정 보호…‘배우자의 자녀’ 등 노출 줄여
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29일부터 개정된 주민등록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시행되면서 주민등록표 등·초본의 ‘세대주와의 관계’ 표시 방식이 달라졌다.
일반 발급에서는 세대주 본인과 배우자를 제외한 가족을 ‘세대원’으로, 그 밖의 사람을 ‘동거인’으로 표시한다. 배우자는 기존처럼 ‘배우자’로 기재된다.
예를 들어 세대주와 배우자, 자녀가 함께 사는 경우 일반 등본에는 각각 ‘본인’, ‘배우자’, ‘세대원’으로 표시된다. 부모나 자녀라는 구체적인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면 ‘상세’를 선택해 발급받는 방식이다.
정부가 제시한 개정 배경은 불필요한 가족정보 노출이다. 기존에는 등본에 ‘배우자의 자녀’, ‘계부’, ‘계모’ 등이 적혀 있어 주소나 세대 구성을 확인하려고 제출한 서류에서도 재혼 사실이 드러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가족이 등본에 기재되는 순서도 조정됐다. 종전에는 배우자의 자녀가 세대주의 자녀보다 나이가 많더라도 뒤에 기재돼 가족의 사적인 사정이 드러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은 부모·자녀의 법적 관계를 없애는 조치가 아니라, 일반 등·초본에서 공개하는 가족정보의 범위를 줄이는 조치로 파악된다.
“왜 바꾸나” “다양한 가족 배려”…불편 우려와 찬성 의견 교차
이슈밸리가 확인한 SNS 댓글에는 제도 변경에 대한 거부감과 의문이 있었다.
한 이용자는 “나만 불편한 거야?”라며 세대원으로 표시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다른 이용자는 “소수를 위해 다수가 희생되어지는 나라 대한민국”이라고 적어 변경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반면 자신의 재혼가정 경험을 설명하며 “난 세대원 좋음”이라고 밝힌 이용자도 있었다. “세대원 싫음 상세 선택하면 된대잖아”라며 기존 방식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댓글도 확인됐다.
다만 이 같은 반응은 제공된 게시물의 일부 댓글로, 국민 전체의 찬반 비율이나 여론을 보여주는 자료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실생활에서는 서류 선택에 따른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일반 등본을 발급받아 제출했는데 기관이 구체적인 가족관계가 표시된 상세 등본을 요구하면 다시 발급받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발급 전에 제출기관이 요구하는 유형을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상세 발급 때는 용도와 목적을 작성하는 절차도 따른다.
따라서 사생활 보호라는 취지와 별개로, 제출기관의 안내 수준에 따라 이용자가 체감하는 편의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관들이 필요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상세 등본을 요구한다면 개인정보 보호 효과도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점검 과제로 남는다.
“중국인 귀화 후 10명 등록?”…국적·체류·주소 등록은 별개
또 다른 댓글에는 “중국인 1인이 한국 국적 취득 후 10명의 중국인을 데려와 등록하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가족관계를 간단히 표시하는 조치를 외국인 등록 문제와 연결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귀화한 사람이 중국인 10명을 데려와 등록할 권한을 얻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개된 개정 내용에서도 이러한 인원 기준이나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 국적 취득과 외국인의 입국·체류, 같은 주소지에 거주자로 등록하는 것은 각각 별도의 요건과 절차가 적용되는 사안이다. 등본에 ‘세대원’이나 ‘동거인’으로 표시된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국적이나 체류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국적법에는 부모가 귀화할 때 미성년 자녀가 함께 국적 취득을 신청하는 ‘수반취득’ 제도가 있다.
하지만 이는 미성년 자녀를 대상으로 한 별도 절차로, 지인이나 친척 10명을 임의로 데려와 등록할 수 있다는 의미와는 구분된다.
이번 개정에는 외국인의 한글 성명과 로마자 성명을 등본에 함께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서류마다 이름 표기가 달라 동일인임을 입증하기 어려웠던 불편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역시 국적 취득이나 입국 요건을 완화하는 조치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의 요구나 개입에 따른 변경이라는 주장도 확인한 공식 자료에서는 뒷받침되지 않았다. 댓글에 나타난 가족 해체나 신분 세탁 목적이라는 주장 역시 이를 입증할 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확인되는 제도의 핵심은 일반 등·초본에서는 가족관계를 간단히 표시하고, 필요한 경우 상세 발급으로 구체적인 관계를 확인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시행 이후에는 재혼가정의 개인정보 노출이 줄어드는지와 함께, 서류 재발급 등 이용자 부담이 발생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이번 주민등록법 시행령 시행으로 재혼가정의 사생활을 더 세심하게 보호하고 외국인의 행정 불편을 해소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