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초점] 눈으로 들어온 첨단기술…'AI 콘택트렌즈' 작용과 반작용
시각 보조·건강 측정·정보 표시 기술 개발…일부 실제 착용 시험 상용화까지 안전성 검증 남아…개인정보·시험 공정성도 고려 대상
[이슈밸리=주말뉴스팀] 눈에 착용하는 콘택트렌즈가 시력 교정을 넘어 건강 정보를 측정하고 디지털 정보를 보여주는 전자기기로 개발되고 있다. 해외 기업과 국내 연구진이 초소형 화면과 센서, 무선 통신 등을 렌즈에 넣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일부 기술은 실제 착용 시험까지 이뤄졌다.
개발 목적은 다양하다.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조절해 시각 기능 개선을 돕거나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필요한 정보를 시야에 표시하는 방식이다. 의료와 일상생활의 편의를 높일 수 있지만, 수집 정보의 보호와 기기 오용에 대한 문제도 뒤따른다.
아직 모든 기능을 갖춘 소비자용 제품이 보급된 단계는 아니다. ‘스마트렌즈’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는 기술도 의료용과 정보 표시용, 센서용 등으로 나뉜다.
빛을 조절하고 건강을 측정…의료 분야서 개발
벨기에 아잘레아비전(Azalea Vision)은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ALMA’를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와 액정, 안테나, 초소형 배터리 등을 결합해 렌즈 내부의 조리개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2023년 공동창업자가 시제품을 직접 착용한 시험을 발표했다. 원추각막과 각막 이상, 빛에 대한 과민 반응 등으로 불편을 겪는 환자를 돕는 것이 개발 목적이다.
이 렌즈는 문자나 영상을 보여주는 화면과는 다르다.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조절해 시각 기능 개선을 돕는 의료기기로 개발되고 있다. 착용 시연이 이뤄졌다고 치료 효과와 장기간 사용에 필요한 검증이 모두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두바이 소재 엑스판시오(XPANCEO)도 건강 측정용 렌즈를 연구하고 있다. 회사가 소개한 기술에는 눈물 속 특정 성분을 감지하는 센서와 녹내장 관리를 위한 렌즈·AI 분석 방식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녹내장 관리 기술은 렌즈와 스마트폰 사진, AI 분석을 활용하는 구조다. 회사는 올해 3월 발표에서 서로 다른 홍채 색을 가진 인공 안구 모형의 측정값으로 AI 모델을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환자의 진료에 널리 활용되는 단계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의료용 스마트렌즈는 진료 사이의 건강 변화를 파악하거나 시각적 불편을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다만 측정 정확도와 착용 안정성, 임상적 유용성은 제품별로 확인해야 할 과제다.
눈앞에 정보 띄우는 기술…착용 시험과 상용화는 별개
정보를 시야에 표시하는 렌즈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엑스판시오는 초소형 화면과 무선 통신, 전력 공급, 센서 등을 결합한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6월 통합 시제품의 첫 공개 시연을 2027년 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업자들이 렌즈를 착용하고 여러 기능이 함께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일정으로, 소비자 대상 판매 계획과는 다르다.
미국 모조비전(Mojo Vision)은 앞서 2022년 당시 최고경영자가 증강현실(AR) 콘택트렌즈 시제품을 직접 착용해 시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회사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23년 1월 렌즈 개발을 축소하고 마이크로LED 사업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눈에 착용해 작동하는 기술을 보여주는 것과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 사이에는 간격이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시드(SEED) 계열 오큐디바이시스(Ocudevices)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와 유연한 회로기판, 무선 전력·통신 등을 위한 공통 플랫폼을 공개했다. 의료와 AR·혼합현실(MR) 등 여러 분야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기반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한국전기연구원(KERI) 공동 연구팀이 초미세 인쇄 기술로 렌즈에 방향 신호를 표시하는 전기변색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에는 외부 위치정보·처리장치와 연결해 방향을 표시하는 구성이 제시됐다. 안구 모형 등을 활용한 검증으로, 사람이 완성형 렌즈를 착용해 지도나 문자를 자유롭게 읽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러한 정보 표시 기술이 발전하면 손을 사용하기 어려운 작업이나 이동 중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다만 눈 가까이에서 화면을 선명하게 보여주면서 전력 소비와 발열을 줄이고, 장시간 착용에도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
엑스판시오 역시 올해 7월 공식 발표에서 스마트 콘택트렌즈용 초소형 화면 기술이 실제 상용 제품으로 준비된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편리함 커질수록 정보 보호·오용 방지도 과제
스마트렌즈의 활용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개인정보 보호와 오용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 기술매체 빌트인(Built In)은 스마트 콘택트렌즈 관련 해설에서 시선 추적을 통해 수집되는 행동 정보와 이용자 동의, 사생활 침해 등을 윤리적 쟁점으로 제시했다. 이용자가 무엇을 바라보는지에 관한 정보가 수집될 경우 개인의 관심사와 행동을 파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촬영 기능이 구현되면 주변 사람의 동의 없는 촬영과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시험 공정성 문제도 비슷한 맥락이다. 스마트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문제가 된 상황에서, 앞으로 렌즈의 정보 표시 기능이 외부 AI 서비스와 연결되면 시험장 관리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단순히 AI를 활용 못 하게 하는 지침으로는 결국 얼마든지 시험 부정행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제 해결 과정이나 연구 노트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평가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취지로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