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中 함정 전개에 北 해안포 개방…북중러, 11월 동시 도발 設 진실은?
일본 남부∼필리핀에 중국 선박 53척…北은 탄도미사일 10여발 발사 美 CFR 스테어스·색스, 북한·러시아의 전력 분산 역할 경고
[이슈밸리=국방외교부 윤대우 기자] 중국이 일본 남부에서 필리핀에 이르는 해역에 항공모함을 포함한 함정 50여척을 배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북한은 서해 해안포 포문을 열고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세 나라의 움직임이 겹치면서 중국의 대만 공격에 앞서 북한과 러시아가 한국과 서방의 대응을 묶어두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폴 스테어스와 데이비드 색스는 대만 유사시 북한과 러시아가 미국과 동맹국의 전력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고 나토동맹에 사이버 작전을 시도 할 것이란 소문과 최근 국내외 SNS에 3일치, 일주일 분량 비상물품을 준비하라는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동아시아와 유럽에서 군사적 긴장이 함께 높아지고 있다.
中 선박 53척 광역 전개…연례 훈련인가, 주변국 압박인가
먼저 최근 중국 해군의 활동은 규모뿐 아니라 전개 범위에서 주목된다.
29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우자오셰 대만 국가안전회의 비서장이 전날 공개한 지도에는 중국 선박 53척이 표시됐다. 이 가운데 해군 군함은 34척이며 항공모함 랴오닝함도 포함됐다. 랴오닝함 전단은 필리핀 동쪽에, 다른 함정들은 대만 동부와 동남부, 일본 남부 해역 등에 분포했다.
중국 국방부는 랴오닝함의 서태평양 훈련이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은 연례 훈련이라는 입장이다. 대만은 이를 주변국에 대한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은 훈련 목적을, 대만은 배치에 따른 위협을 강조하고 있다. 연례 훈련이라는 설명만으로 주변국의 우려가 해소되지는 않지만, 함정 배치만으로 침공 시점이 정해졌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일본 방위성도 중국 군함 3척과 해경선 1척이 오스미해협을 지나 태평양으로 이동한 사실을 발표했다. 중국의 함정 활동이 대만 주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함정의 항행을 확인한 발표가 곧 일본 영해 침범이나 공격 징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北 해안포 개방에 미사일 발사…실제 위협과 확대 해석 사이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해안포 운용과 미사일 발사가 맞물렸다. 채널A가 26일 촬영한 강화도 맞은편 북한 개성시 고군리 포진지에서는 남쪽을 향한 포신이 드러났다. 방송은 포구 형태 등을 근거로 122㎜ 견인포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29일에는 연평도에서 약 12㎞ 떨어진 개머리해안 진지의 포문이 열린 모습도 보도됐다.
개머리 진지는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 북한이 포를 쐈던 곳이다. 같은 지역의 포문 개방이 주민들에게 주는 불안은 일반적인 훈련 소식과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에 촬영된 일부 진지의 상태를 서해안 전체의 사격 준비로 확대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채널A 보도에서 북한이 갱도 포문을 열거나 포신을 앞으로 내놓는 의도적 노출을 통해 남측을 위협하고 긴장을 높이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포문 개방을 군사적 압박 수단으로 본 것이다. 실제 공격 명령이 내려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장에서 들린 폭발음도 구분해서 볼 대목이다. 고군리 일대에서 약 10분 간격으로 이어진 소리는 군용 도로 공사를 위한 발파음으로 보도됐다. 포신이 노출된 영상과 폭발음이 함께 전달됐다고 해서 북한이 해안포를 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반면 탄도미사일 발사는 군 당국이 확인한 무력시위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29일 낮 12시 30분께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발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약 250㎞를 비행했으며, 한미 당국이 정확한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
잠수함정을 동원한 침투훈련 보도도 나왔다. 채널A는 28일 군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여름 함흥 등지에서 공작모선과 잠수함정을 이용한 훈련을 실시한 정황을 정보당국이 포착했다고 전했다.
연평도 인근에서 중국 어선이 보이지 않았다는 채널A 보도는 북한의 해안포 포문 개방과 맞물려 서해의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중국 어선의 움직임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연관돼 주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BS는 2009년 5월 29일 군 당국을 인용해 NLL 일대 중국 어선 280여척 가운데 전날 하루에만 160여척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군은 북한이 군사도발에 앞서 중국 측에 철수를 요청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북한군 동향을 추적했다.
이듬해인 2010년 11월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군부대와 민간 거주지를 덮쳤다. 이번에 포문 개방이 포착된 개머리해안 진지는 당시 포격 원점이기도 하다. 채널A의 29일 보도에서 한 연평도 주민은 과거 포격 피해를 언급하며 “국지전이 있을 때마다 제일 염려되는 게 연평도”라고 말했다. 포격을 직접 겪은 주민들에게 해안포 움직임과 주변 해역의 변화가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배경이다.
북한의 과거 도발 전력은 접경지역의 불안을 키우는 배경이다. 울진·삼척 무장침투, 아웅산 묘소 테러, 대한항공 858기 폭파, 연평도 포격 등 중대한 사건들이 9~11월 가을철에 집중 발생했다.
북한은 1968년 10월 말 울진·삼척 무장침투, 1983년 10월 아웅산 묘소 테러, 1987년 11월 대한항공 858기 폭파 등 가을철에 중대한 도발을 감행했다. 1996년 9월에는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이 발생했으며, 18일 좌초한 잠수함이 발견된 뒤 수색·소탕 작전이 11월 5일까지 49일간 이어졌다.
2010년 11월에는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지는 등 침투·테러·포격의 전력이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키우는 배경으로 남아 있다.
러시아의 대 유럽 공격설...미 중간선거 보수 결집 트럼프 승리설?
유럽은 이미 전쟁이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 공군 발표를 인용한 RBC우크라이나의 지난 27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밤사이 탄도미사일과 드론 280대를 동원해 공격했다. 드론 수에는 기만용 기체도 포함됐다. 해당 수치는 전쟁 당사국의 집계다. 공습 시기가 중국과 북한의 군사 활동과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대만 공격을 지원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러시아의 대유럽 사이버 위협도 별도로 살펴야 한다.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은 지난 12일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활동 확대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제재와 정보 공유, 공격 주체 규명 및 공동 대응 등을 통해 압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이 러시아의 군사·비군사적 위협을 현실적인 안보 문제로 다루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특정 날짜에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실시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아시아와 유럽의 안보 불안이 내달 3일 열리는 미국 중간 선거에서 유권자의 보수화를 촉진해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가 26일 공개한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투표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의 민주당 후보 지지·지지 성향 응답은 53%, 공화당은 44%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전체 성인 기준 32%였다. 조사는 22∼26일 미국 성인 1,67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전국 단위 정당 선호도만으로 선거구별 결과나 상·하원 다수당을 예측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이 결과를 두고 안보 위기가 공화당 승리를 굳힐 것이란 전망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안보 불안이 유권자의 이념과 투표 선택을 어떻게 바꿨는지도 해당 조사로는 입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의 앤드루 페인 연구책임자는 지난 15일 분석에서 유권자들이 외교 현안에 주목하는 경우로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받을 때와 대통령의 군 통수 능력을 평가할 때를 꼽았다. 특히 전쟁과 관세에 따른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 외교정책이 오히려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대만 유사시 北·러가 미군 발 묶나…스테어스·색스의 경고
그렇다면 북중러의 움직임을 서로 무관한 사건으로만 봐도 되는가. 미국 외교협회(CFR)의 폴 스테어스(Paul B. Stares)와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는 보고서 「다음 대만 위기는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다」에서 그 위험을 짚었다. 대만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위기가 주변 지역으로 번지고, 다른 지역의 위기가 대만해협의 충돌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두 연구자는 중국이 러시아에 일본 선박이나 자산을 위협하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압박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만 방어를 지원하면 북한에 대남 도발과 침투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이들은 이러한 행동의 목적을 미국과 동맹국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군사작전을 방해하며, 전력을 다른 지역에 묶어두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국제적 혼란을 대만의 현상을 바꿀 기회로 활용하거나, 다른 나라와 협력해 그런 기회를 조성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한국과 한미 연합전력의 운용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러시아 역시 유럽이나 일본 주변에서 긴장을 높여 미국과 동맹국이 대만 방어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세 나라가 같은 시각에 공격을 시작해야만 이런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이는 대만 유사시에 대비한 위험 분석이다. 최근 중국의 함정 전개와 북한의 무력시위, 러시아의 공습이 이미 그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장악할 능력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과 실제 침공을 결정했다는 판단 사이에도 간격이 있다.
스테어스와 색스 역시 보고서에서 중국군의 능력 확충을 시진핑 주석의 무력 사용 결정과 동일시하지 않았다. 이들이 경고한 것은 대만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과 동맹국이 한반도와 유럽의 안보 부담까지 동시에 떠안을 가능성이다.
최근 군사 활동의 사전 조율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여러 지역의 위기가 서로의 대응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은 공동 작전의 존재와 별개로 남는 안보 변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북중러의 군사 활동이 잇따르면서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대만 침공을 위한 공동 작전이나 임박한 공격의 징후로 단정할 근거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확대해 국민 불안을 자극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사전 조율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개별 군사행동의 위험까지 낮춰 볼 수는 없는 만큼, 군 당국의 면밀한 감시와 대비, 정확한 상황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도한 공포는 경계하되, 시시각각 변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군 당국의 철저한 대비와 국민적 안보 의식의 중요성이 함께 강조되는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