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러시아에 편향된 韓 행보…유럽 우려"
[이슈밸리=임정은 기자] 한국이 국익을 앞세워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유럽 동맹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27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북극항로 시범 운항과 지난 7~8월 한국에서 러시아로 총 17만6000t 이상의 석유제품이 수송됐다는 최근 보도 등을 유럽 외교관들의 우려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짚었다.
일련의 사례로 인해 일부 유럽 외교관은 경제·안보적 이해관계를 공유한 유사입장국으로 여겼던 한국을 계속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주한 유럽 외교관은 인터뷰에서 "한국은 사실 유럽과 뜻을 함께하는 유사입장국이 아니다"라며 "전쟁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며 전쟁이 끝나자마자 러시아와 곧바로 다시 거래하고 싶다는 것이 한국 측의 태도"라고 주장했다.
유럽 외교관들은 러시아 측의 광범위한 협력이 필요한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한국이 외교·상업적 측면에서 러시아 쪽으로 기울어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보는 분위기다.
유럽이 이재명 정부 이전부터 군수품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컴퓨터 수치 제어(CNC) 기계의 대러 수출 통제 부실 등을 이유로 한국의 대러 기조를 우려해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관측통은 이런 우려가 현 정부 출범 이후 더욱 커졌다고 밝혔으며 메이슨 리치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는 지난해 가을 이후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조용히 개선돼 왔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국가정보원 유관기관이 러시아 싱크탱크와 비공개 회의를 연 것과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러시아 특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을 최근 평화외교특별보좌관으로 위촉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거론된다.
반면 대한민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한국이 러시아에 지나치게 기울고 있다는 일부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지지하고 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공식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러 정책을 이념보다 국익을 앞세우는 실용 외교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김세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가 "소위 가치 기반 외교에서 벗어나 보다 실용적이고 이익 중심의 접근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의 외교 정책은 역사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4대 강국의 틀을 통해 구상돼 왔다"며 이번 대러 접근법을 무시하거나 적대시할 수 없는 강력한 이웃으로 보는 오랜 관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