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4선에 브라질 증시 14% 폭락…트럼프 “조작된 선거처럼 보인다”
재정지출 확대 우려에 주식·헤알화 동반 급락…국채 입찰도 취소 트럼프, 구체적 근거 없이 의혹 제기…선거 후 정치 갈등도 부담
[이슈밸리=임정은 기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4선 성공에 금융시장이 급락으로 반응했다. 재정지출 확대와 국가부채 증가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주식과 헤알화를 팔아치우면서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조작된 선거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26일(현지시간)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17.34% 떨어졌다. 이후 낙폭을 일부 줄였지만, 결국 13.9% 하락 마감했다. 코로나19 충격이 덮쳤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 일일 하락률이다.
브라질 증권거래소 운영사 B3는 지수가 10% 하락하자 거래를 30분간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이 조치가 시행된 것은 6년 7개월 만이다. 거래가 재개된 뒤에도 매물이 이어지면서 시장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헤알화 환율이 장중 5.604헤알까지 치솟았다.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헤알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이번 급락은 대선 1차 투표 직후와 정반대 흐름이다. 당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1위를 차지하자 시장에서는 재정 긴축과 친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1차 투표 이튿날 보베스파 지수는 7.70% 급등했고 헤알화도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결선에서 룰라 대통령의 집권 연장이 확정되면서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경제정책 전환 가능성이 낮아졌고, 앞서 오른 자산 가격이 빠르게 되돌려졌다.
복지 확대 공약에 국가부채 우려…정부 조달도 차질
시장이 우려하는 핵심은 재정이다. 룰라 정부가 보조금과 각종 지원 정책을 확대하면 국가부채 부담이 커지고, 물가와 금리를 낮추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주식·외환시장에서 시작된 충격은 채권시장으로 번졌다. 금리선물이 급등하면서 정부와 기업이 돈을 빌릴 때 부담해야 할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브라질 재무부는 시장 불안을 이유로 27일과 29일 예정된 물가연동 국채와 고정금리 국채 입찰을 취소했다.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국채 발행을 강행할 경우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룰라 당선 확정 이후 브라질 헤알화와 국채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현지 투자은행 BTG 팍투알도 당분간 매도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투자전문회사 발로르 인베스티멘투스의 다니엘 텔리스 파트너는 정부의 고비용 지출과 보조금성 대출 정책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높일 것으로 시장이 보고 있다며, 기준금리와 시중금리가 계속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부패한 것으로 보였다”…근거는 제시 안 해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 대선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미시시피주로 향하기 전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브라질 대선에 대해 “끔찍해 보였다”며 “나는 어느 편도 들지 않았지만, 또 하나의 조작된 선거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후보의 편도 들지 않았다는 말을 거듭하면서도 선거를 지켜봤으며 “정말 정말 부패한 것으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선거 조작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선 결과와 관련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나는 브라질을 통치하는 게 아니다. 미국을 통치한다”고 답했다. 이어 개표 방식과 관련해 “매우 불운한 일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보우소나루 후보의 1차 투표 승리를 높이 평가해왔다. 후보의 부친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반면, 룰라 대통령과는 갈등을 빚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