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정보유출 119명→2210명…보험사까지 뚫린 금융 보안
최초 발표 24일 만에 유출 확인 인원 18.6배로 확대 미래에셋생명도 고객정보 유출…금감원 긴급 현장점검 침입 차단뿐 아니라 피해 파악·고객 통지 체계도 시험대
[이슈밸리=박지영 기자] KB국민은행 해킹 사고의 정보유출 인원이 당초 발표보다 2000명 넘게 늘었다. 사고를 처음 공개한 지 24일 만에 피해 규모가 119명에서 2210명으로 불어났다. 같은 날 미래에셋생명에서도 고객정보 유출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권의 보안망이 은행에 이어 보험사까지 잇따라 뚫리면서 고객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26일 기존 해킹 사고를 다시 조사한 결과, 정보가 유출된 사람이 2091명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이다. 지난 2일 발표한 고객 119명을 더하면 전체 유출 인원은 2210명에 이른다. 최초 발표보다 18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은행 측은 새로운 해킹 공격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존 사고가 일어난 시스템의 데이터와 업무 처리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추가로 찾아냈다는 것이다.
문제는 같은 사고를 놓고 첫 발표와 최종 확인 규모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일 고객 119명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암호화된 주민등록번호 등이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4일이 지나서야 2000명이 넘는 추가 피해 사실을 알렸다.
초기 조사에서 피해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고객 안내도 그만큼 늦어졌다. 정보가 유출된 고객은 그동안 자신이 피해 대상인지조차 모른 채 지낸 셈이다. 금융회사의 해킹 사고에서 침입 차단만큼 빠른 피해 확인과 고객 통보가 중요한 이유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초기에 사고 규모를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해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철저한 재발 방지와 고객 보호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은 추가로 확인된 고객에게 정보유출 사실과 2차 피해 예방법을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대표 콜센터와 전담 상담센터도 운영한다. 앞서 국민은행은 이번 사고로 2차 피해가 발생하면 전액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생명도 뚫렸다…유출 규모조차 아직 몰라
보험업계에서도 해킹에 따른 고객정보 유출이 발생했다. 보험사가 해킹으로 고객정보 유출 사실을 금융당국에 신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5일 일부 시스템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사이버 침해 사고를 확인했다. 외부 보안업체와 조사한 결과 26일 새벽 고객 개인신용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공격을 받은 곳은 고객 청약시스템과 홈페이지 일부다.
해커가 시스템에서 약 41개 파일을 조회한 정황도 확인됐다. 하지만 해당 파일에 어떤 고객정보가 담겨 있었는지, 실제로 몇 명의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갔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미래에셋생명은 공격에 사용된 인터넷주소를 차단하고 홈페이지 운영을 중단했다. 회사 측은 “이번 사고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사과드린다”며 고객정보 보호와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생명에 대한 긴급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침입 경로와 피해 규모, 소비자 피해 발생 여부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막지 못하고, 피해 규모도 뒤늦게 확인
이번 두 사고는 금융회사의 보안망뿐 아니라 사고 이후 대응 능력에도 물음표를 남겼다. 국민은행은 첫 발표 이후 피해자가 대폭 늘었고, 미래에셋생명은 정보유출을 확인하고도 대상과 규모를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
금융회사는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뿐 아니라 계좌, 대출, 보험계약 등 민감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유출된 정보가 보이스피싱이나 대출사기, 명의도용에 악용되면 피해는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점검에서 해킹 경로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행의 첫 조사에서 2000명이 넘는 피해자가 빠진 이유와 고객 통보가 늦어진 과정도 따져봐야 한다. 다른 금융회사에도 확인되지 않은 추가 유출이 없는지 점검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잇따른 사고가 같은 해커나 동일한 공격 수법에 따른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유출 정보와 실제 고객 피해, 금융회사의 관리 책임은 당국의 조사 결과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한 금융보안 전문가는 “해킹을 당한 사실도 심각하지만, 처음 119명이라고 발표한 피해 규모가 24일 만에 2210명으로 불어난 것은 더 큰 문제”라며 “국민은행이 최초 조사에서 왜 2000명이 넘는 피해자를 찾아내지 못했는지, 그 사이 고객 보호 조치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금융당국이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