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희 관장의 문화·의료·복지 40년 나눔, 국민훈장으로 빛나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국민훈장 동백장 수훈 문화유산 기증부터 의료·복지 지원까지…삶으로 실천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슈밸리=한유진 기자] 소중한 미술품은 국민과 나누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는 치료의 기회를 넓혔다. 문화와 의료, 복지 현장에서 40년 넘게 이어진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의 나눔이 국민훈장으로 빛을 보게 됐다.
홍 명예관장은 26일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2024년 적십자 인도장 금장에 이어 국민훈장을 받으며 오랜 세월 실천해 온 사회공헌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동백장은 국민 복지 향상과 국가 발전에 기여한 인사에게 정부가 수여하는 국민훈장 가운데 3등급에 해당한다.
홍 명예관장의 나눔은 폭넓고 꾸준했다. 한국 미술의 가치를 국민과 세계에 알리는 일에서부터 어린 환자의 치료, 취약계층의 생활 지원에 이르기까지 사회 곳곳으로 이어졌다. 부를 사회의 기회로 돌려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구체적인 실천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족의 보물에서 국민의 문화유산으로…2만3천여점 기증
홍 명예관장의 문화계 공헌을 상징하는 것은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소장품의 사회 환원이다.
홍 명예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유족은 2021년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가족 공동명의로 국가에 기증했다. 오랜 세월 수집한 귀중한 작품들이 국민 누구나 감상하고 연구할 수 있는 공공의 문화자산이 됐다.
기증의 가치는 작품의 수량에만 있지 않다. 국민이 우리 문화유산과 세계적인 미술품을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를 넓히고, 다음 세대가 물려받을 문화적 토대를 두텁게 했다는 데 있다.
이른바 ‘KH컬렉션’은 국내 순회전에 이어 세계 무대에서도 한국 문화의 깊이를 전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2025년 11월부터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과 시카고미술관, 영국박물관을 잇는 해외 특별 순회전을 진행하고 있다.
홍 명예관장은 스미스소니언과 영국박물관에서 삼성 주최로 열린 순회전 갈라 리셉션에 참석해 이 회장 등 가족과 함께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 작품을 기증하는 데서 더 나아가 한국 미술의 품격을 해외에 알리는 자리에도 힘을 보탰다.
1조원 의료기부…아이들의 치료와 국가 감염병 대응에 힘
문화유산을 나눈 손길은 생명을 지키는 의료 현장으로도 이어졌다.
홍 명예관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이 선대회장의 유산 가운데 1조원을 의료 분야에 기부했다. 개인과 가족의 자산이 어린 환자의 치료와 국가 보건의료 기반 확충을 위한 재원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 가운데 3,000억원은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을 위해 기부됐다. 이를 바탕으로 전국 주요 병원의 의료진과 연구진이 참여하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지원 사업단’이 출범했다.
나머지 7,000억원은 국립중앙감염병병원 건립과 연구·치료 인프라 구축 등 감염병 대응체계 마련을 위해 기부됐다. 당장의 환자를 돕는 지원과 함께 앞으로 닥칠 보건 위기에 대비하는 기반까지 고려한 나눔이다.
문화와 의료 분야의 대규모 사회 환원은 기부가 한 사람의 삶을 돕는 동시에 사회 전체의 역량을 높이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0년 넘게 이어온 나눔…금액보다 빛나는 꾸준함
대규모 기증과 의료기부 뒤에는 오랜 기간 쌓아온 꾸준한 실천이 있다.
홍 명예관장은 대한적십자사에 현금 기부를 지속해 왔다. 2016년에는 누적 기부액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의 3호 창립회원으로 가입했고, 2025년에는 ‘레드크로스 아너스 10억 클럽’에 헌액됐다.
아동·청소년과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도 이어졌다. 청소년행복재단에 10억원, 용산복지재단에 3억5,500만원을 기부하는 등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생활과 성장에 힘을 보탰다.
나눔의 범위는 종교의 경계도 넘었다. 전통 불교문화 계승을 위한 지원뿐 아니라 원불교와 가톨릭 등 종교계의 문화유산 보존, 취약계층 지원 프로그램에도 꾸준히 기부해 왔다.
홍 명예관장의 사회공헌을 관통하는 것은 지속성이다. 문화유산의 보존과 공개, 어린 생명의 치료, 취약계층의 일상처럼 오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분야에 40년 넘게 나눔을 이어왔다.
이번 국민훈장 수훈은 그 오랜 실천에 대한 국가적 인정이다. 귀한 것을 함께 누리게 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재원을 보태온 홍 명예관장의 행보는 우리 사회 기부문화에 깊은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