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중러 밀착의 경고...한미동맹 삐걱, 국민 우려 커진다
[이슈밸리=사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단둥을 찾았다. 중국 권력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그를 맞았고, 두 사람은 중국군의 6·25전쟁 참전을 기리는 항미원조기념관을 함께 둘러봤다.
이번 방문에서 북한과 중국은 혈맹을 확인하고 경제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대한민국을 향해 총을 겨눴던 역사를 꺼내 두 나라의 결속을 다진 것이다.
김정은은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과 손을 맞잡았다. 만약 그곳에서 북미 대화가 깜짝 열린다면 그 과정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한반도의 안보를 다루는 협상에서 정작 한국의 목소리가 밀려나는 상황을 막는 것이 이재명 대통령과 외교·안보 당국이 해야할 일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가까워졌고, 중국과는 교역과 경제협력을 넓히고 있다. 러시아에서 군사적 후원을 얻고 중국에서 경제적 버팀목을 확보하는 구도다.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러시아에 내줄 이유가 없다. 북중러의 협력이 깊어질수록 북한을 압박할 한국의 수단은 줄고, 우리가 감당해야 할 위협은 커진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한미 간 신뢰를 둘러싼 논란조차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대북 정보공유 제한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북한의 핵시설과 군사 동향을 살피는 정보에 틈이 생겼다면 대통령이 직접 풀어야 한다. 어느 부처의 해명이 맞는지 다투며 시간을 보낼 만큼 한반도의 안보 사정은 한가하지 않다.
동맹국이 제공한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때 받아내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안보 책임자들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통령은 이들의 대응이 미국과의 신뢰 회복에 어떤 성과를 냈는지 따져야 한다.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해결할 능력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인사를 바꿔야 한다. 국가안보보다 앞설 수 있는 측근은 없다.
경찰의 날 기념식에 중국·러시아 대사는 참석하고 미국·일본 대사는 불참했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정부는 이런 장면을 접한 국민이 왜 불안해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는 설명을 반복하면서 정보공유의 마찰은 풀지 못한다면 국민의 의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동맹의 신뢰를 확인할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25일 발표된 대한민국 경상수지 흑자가 독일과 일본의 합계를 넘어섰다는 소식은 반도체 호황 덕분이다. 그만큼 반도체 경기가 꺾이거나 공급망이 흔들릴 때 받을 충격도 살펴야 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일수록 국제질서의 변화와 한미동맹의 균열에 더 민감해야 한다.
전 세계 5~6위 군사력 순위 역시 전쟁을 막아주는 보증서가 될 수 없다. 우리 군의 전력과 방위산업은 국민이 오랜 세월 투자해 쌓은 자산이다. 미국의 핵우산과 정찰 능력, 연합작전 체계는 그 전력을 뒷받침하는 핵심이다. 이 연결을 느슨하게 만들면서 군사력 순위만 자랑한다면 안보의 실제 작동 방식을 외면하는 셈이다.
전후 한국의 성장은 국민의 땀과 기업의 도전으로 이뤄졌다. 그 성장을 가능하게 한 안보의 토대에 한미동맹이 있었다. 미국의 지원과 시장, 기술이 한국 경제의 도약을 도왔다는 사실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그 기반 위에서 산업을 키우고 국방력을 길렀다. 이제 국력이 커졌다는 이유로 동맹을 소홀히 다룰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한다면 위험한 착각이다.
중국과의 관계는 국익에 맞게 관리해야 한다. 북한과의 대화도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의 협조를 얻겠다며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눈감고, 남북관계를 풀겠다며 미국과의 신뢰를 소모한다면 한국의 협상력부터 약해진다. 동맹의 지지를 잃은 한국을 중국과 북한이 더 존중해 줄 것이라는 기대에는 근거가 없다.
일각에서는 2027~2028년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벌어지고 북한이 그 틈을 이용해 한국에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황당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최근 북중러 밀착을 보면서 많은 국민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미군의 대응 여력이 여러 지역으로 분산되고, 우리 경제는 해상교통과 반도체 공급망의 충격까지 견뎌야 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려면 평소 한미 간 정보가 막힘없이 오가고, 군사적 대응을 함께 준비하며, 일본과도 필요한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 위기가 닥친 뒤 동맹의 신뢰부터 수습할 수는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종교의 자유, 시장경제를 지키는 일에는 강한 국방과 믿을 수 있는 우방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국정의 우선순위에 다시 올려놓아야 한다. 정보공유의 마찰을 끝내고, 외교·안보 책임자들을 교체해 연합방위와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북중러가 밀착하는 지금, 한국이 동맹의 신뢰를 잃는다면 치를 대가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 나라는 이미 숱한 경험을 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