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솔리다임 5조원 프리IPO 검토 중단…시장 악화·주주가치 논란 반영

5조원 프리IPO 검토 두 달여 만에 철회…시장 조정·주주 반발·중복상장 규제 겹쳐 SK하이닉스 ADR 상장 후 국내 주가 약 44% 하락…신주 희석·가격 괴리·반도체 조정 복합 작용

2026-10-23     한유진 기자

 

[이슈밸리=윤대우·한유진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 전 투자유치와 기업공개 추진을 공식 중단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 자금을 유치하려던 구상이 자본시장 변동성과 주주 반발, 중복상장 논란 속에서 중단됐다.

SK하이닉스는 23일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확정공시를 통해 “해외 종속회사인 솔리다임은 생산능력 확대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자본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프리IPO 및 기업공개에 대한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시는 지난 8월 5일 한국경제가 보도한 ‘SK하이닉스 미 자회사 솔리다임, 5조원 규모 프리IPO 추진’ 기사에 대한 최종 해명이다. SK하이닉스는 당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해명한 데 이어 9월 4일 같은 취지로 재공시했다. 이후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계속 거론됐지만 회사는 두 달여 만에 검토 중단을 공식화했다.

솔리다임 성장 포기 아닌 ‘상장 가격’ 재검토

이번 결정은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이나 투자 필요성을 부정한 조치와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와 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회사다. 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eSSD를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관건은 생산능력 확대에 필요한 투자재원이다. 솔리다임은 중국 다롄 공장을 주요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로 장기적인 설비 확장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보하려면 대규모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

SK하이닉스가 검토한 프리IPO와 IPO는 이러한 투자비를 외부 자본으로 조달하기 위한 선택지였다. 솔리다임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면 SK하이닉스는 HBM과 첨단 패키징, 국내외 생산시설에 투자할 재무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기업 주가가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상장을 추진하면 예상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지분을 매각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같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게 넘길 경우 솔리다임의 미래 이익 가운데 SK하이닉스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도 줄어들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성장에 따른 이익보다 지분 희석과 모회사 할인 가능성이 부각됐다.

상장 중단 결정 재촉한 ‘5단 지배구조’

솔리다임 상장 논란의 핵심에는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다층적 지배구조가 있다.

솔리다임이 별도로 상장하면 투자자는 SK하이닉스를 거치지 않고 eSSD 사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이 경우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솔리다임 지분가치가 모회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이른바 모회사 할인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신주 발행을 통해 외부 투자자가 솔리다임 지분을 확보하면 SK하이닉스 기존 주주가 간접적으로 보유하던 솔리다임의 경제적 지분도 낮아진다. 솔리다임이 앞으로 벌어들일 순이익 가운데 일부가 신규 주주에게 배분되기 때문이다.

다만 솔리다임이 상장하더라도 SK하이닉스가 지배력을 유지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연결재무제표에 계속 반영된다. 실제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연결실적 제외보다 지배기업 주주에게 귀속되는 순이익 감소와 모회사 할인 가능성에서 발생한다.

반대로 솔리다임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확보한 자금으로 수익성 있는 투자를 단행하면 장기적으로 지분 희석 영향을 상쇄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상장 자체보다 공모가격과 지분 매각 규모, 자금 사용처, 투자수익률이 기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금융당국 입장 표명 직후 철회…회사는 “시장 상황 고려”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도 회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이 국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외 상장이더라도 모회사인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에는 주주 영향평가와 보호방안 마련, 주주 소통, 이사회 의결과 공시 등의 의무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회사가 상장 검토 중단을 공시한 시점도 금융당국의 입장이 공식화된 직후다. 다만 SK하이닉스는 규제 압박이 상장 중단의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며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기존 주주에게 미칠 경제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입장 표명이 회사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SK하이닉스가 공식적으로 밝힌 중단 배경은 자본시장 여건과 주주가치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다.

SK하이닉스 미국 상장 뒤 국내 주가 약 44% 하락

솔리다임 IPO 논란과 별도로 SK하이닉스 자체는 지난 7월 10일 미국 나스닥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했다. 보통주 1주를 기초로 ADR 10주가 발행되는 구조다.

SK하이닉스는 ADR 발행을 위해 보통주 1779만주를 새로 발행했다.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 ADR 규모는 265억710만달러로, 당시 환율을 적용한 원화 기준 발행총액은 약 39조8905억원이었다.

국내 주가는 나스닥 상장일인 7월 10일 종가 218만원에서 10월 22일 122만3000원으로 약 43.9% 하락했다. 가격 흐름만 놓고 보면 미국 상장 이후 국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미국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했다’는 사실과 ‘미국 상장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다’는 인과관계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ADR 발행 과정에서 기존 발행주식의 약 2.5%에 해당하는 신주가 추가된 만큼 기존 주주의 지분과 주당이익에는 희석 요인이 발생했다.

다만 회사에는 약 40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유입됐다. 해당 자금의 투자로 늘어나는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이 희석 영향을 웃도는지는 향후 투자성과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최근 주가 하락에는 미국 기술주와 글로벌 반도체주의 동반 조정, AI 설비투자의 수익성 논란,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외국인 매도, 대규모 자사주 매입 종료에 따른 수급 공백 등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솔리다임 중복상장 우려도 조정 국면에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국에서는 비싸고 국내에서는 싼 ‘가격 괴리’

국내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진 배경에는 SK하이닉스 ADR이 미국에서 국내 보통주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지만 미국 시장의 평가가 국내 주가 상승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동일한 회사를 나타내는 국내 보통주와 ADR 사이에 가격 차이가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싼 시장에서 주식을 사서 비싼 시장에 파는 차익거래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두 시장의 가격 차이가 좁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ADR을 국내 보통주로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만 국내 보통주를 ADR로 전환하는 데 절차와 물량 제한이 있다. 양방향 전환이 자유롭지 않아 미국 ADR에 형성된 프리미엄이 국내 주가로 곧바로 전달되지 않는 구조다.

이 때문에 미국 투자자의 높은 수요가 미국 ADR 가격에 집중된 반면 국내 보통주는 외국인 매도와 반도체주 조정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보통주를 매도한 자금이 미국 ADR로 이동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 상장 이후 양 시장의 가격 괴리가 커지면서 국내 투자자의 불만도 확대됐다.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을 국내 주가 하락의 단일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신주 발행에 따른 희석과 국내외 주식 간 전환 제약, 미국 시장에 집중된 프리미엄이 국내 투자심리에 부담을 준 요인으로는 평가된다.

상장 철회로 희석 우려 완화…투자재원 부담은 남아

솔리다임의 프리IPO와 IPO 검토 중단으로 추가적인 지분 희석과 모회사 할인에 대한 우려는 일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솔리다임의 미래 이익을 외부 주주와 나눠야 한다는 우려도 당분간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솔리다임의 미국 생산시설 확보와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 수요는 남아 있다. SK하이닉스가 자체 현금을 투입하면 지분 희석을 피할 수 있지만 HBM과 국내 생산시설, 첨단 패키징 투자에 사용할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 차입을 확대하면 이자비용과 재무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상장 검토 중단만으로 주가 하락 요인이 모두 해소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향후 투자 시기와 규모, 자금조달 방식, 추가 주주환원 정책이 함께 제시돼야 이번 결정이 실질적인 주주가치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과 생산능력 확대 필요성에는 변화가 없으며, 솔리다임의 성장과 기존 주주의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재원 조달 방안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오는 28일 예정된 3분기 실적발표와 콘퍼런스콜에서 관련 투자계획과 자금조달 방향이 제시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