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물가 시위, 약탈·방화로 번졌다…아프리카·중동계 이주민 연관 시각도
[이슈밸리=임정은 기자] 프랑스 전역을 휩쓴 생활비·교육환경 개선 요구 시위가 일부 지역에서 약탈과 방화로 번지며 수년 만의 최악의 소요 사태로 확산했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매장 유리창이 깨지고 차량과 공공시설이 불에 타는 등 도심 곳곳이 아수라장이 됐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프랑스 각지에서 열린 시위에는 내무부 추산 55만명, 노동총연맹(CGT) 추산 80만명가량이 참여했다. 시위는 지난달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한 고교생들의 집회에서 출발해 고물가와 연료비 상승, 공공서비스 악화에 대한 불만이 결합하며 전국적 움직임으로 커졌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평화롭게 행진했지만, 일부 과격 집단과 약탈 가담자들이 공공건물과 상가를 공격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파리에서는 복면을 쓴 이들이 은행과 휴대전화 매장, 의류점 등을 부수고 들어갔고, 마르세유·리옹·보르도·리모주 등에서도 방화와 약탈이 이어졌다.
리모주에서는 19세기 시청 건물이 불에 탔고, 보르도에서는 지방행정 책임자 관저가 공격받았다. 까르푸는 매장 50곳이 피해를 봤으며 이 가운데 20곳은 약탈당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소매업계의 피해는 수억 유로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파리 거리에는 불에 탄 차량과 바리케이드 잔해, 깨진 유리와 집기들이 남았다. 파리 경찰은 수도권에서만 수백 명을 체포했으며, 프랑스 내무부는 전국에서 1천800명 이상이 체포돼 폭력·약탈·기물파손 혐의 등을 조사받고 있다고 밝혔다. 집계가 진행되면서 체포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파리 시 당국은 이번 폭력과 약탈이 평화적 시위대의 요구와 혼동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파리 시장도 상점과 공공시설을 파괴한 행위를 강하게 규탄하면서 피해 상인 지원과 긴급 복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위 현장에서는 경찰의 최루가스와 물대포 사용을 둘러싼 과잉 진압 논란도 제기됐다. 남부 생테티엔에서는 17세 참가자가 군중 통제용 수류탄으로 손을 크게 다친 사건과 관련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극좌 과격세력·범죄 가담자” 지목…대선 앞둔 정치권 공방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총리는 폭력 사태를 극좌 성향 과격 집단과 범죄 가담자들의 조직적 행위로 규정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대국민 연설에서 폭력과 약탈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은 정당한 사회적 요구가 극좌 세력에 의해 악용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대다수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됐다며 폭력 장면만 부각하는 보도를 경계했다. 다만 그는 약탈 행위는 자신들의 방식과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내년 대선을 앞둔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물가와 교육, 공공서비스 문제로 표출된 불만이 치안 불안과 결합하면서 극우와 극좌 모두에 정치적 공간을 넓혀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주민·난민 연관 주장도…당국 “출신 배경 확인 안 돼”
일각에서는 이번 폭력 사태를 아프리카·중동계 이주민 또는 난민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민 정책 실패가 소요의 배경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현재 정신 없는 프랑스 정부와 수사당국은 현재까지 체포자들의 국적·출신·체류 자격을 근거로 특정 이주민 또는 난민 집단이 시위를 주도하거나 폭력을 격화했다는 공식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당국의 현재 설명은 극좌 성향 과격세력과 약탈 목적의 범죄 가담자들이 평화 시위에 섞여 폭력을 일으켰다는 데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가담자 개인의 출신을 확인하기 전 난민이나 특정 이주민 집단 전체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사실관계와 사회 통합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향후 수사에서 조직적 개입 여부와 실제 가담자 구성이 확인돼야 책임 소재도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시위의 여파는 이탈리아·벨기에·스페인·포르투갈 등 주변국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각국에서 고물가와 교육·복지 여건 악화에 항의하는 집회가 이어지면서 유럽 사회의 경제적 불안과 정치적 양극화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