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어 소통 능력조차 논란인 유엔대사, 국민이 납득하겠나

2026-10-16     이슈밸리

 

[이슈밸리=사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유엔대사의 영어 소통 능력과 외교 전문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국익을 설명하고 각국 대표를 설득해야 할 인사가 기본적인 직무 역량에 대한 의문부터 해명해야 하는 상황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검증을 담당한 정부가 답해야 할 문제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주유엔 한국대표부 국정감사에서 차지훈 대사는 영어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어느 정도 소통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답변만으로 영어를 못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의 유엔 외교를 책임지는 대사에게 요구되는 수준이 ‘어느 정도 소통’에 머물러도 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유엔대사에게 영어는 단순한 학력이나 교양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국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협상 문구의 미묘한 차이를 읽으며, 예고 없이 이뤄지는 대화에서도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는 업무 수단이다. 공식 연설에 통역과 참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대사 자신의 소통 능력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준비된 원고를 읽는 능력과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 또한 다르다.

차 대사는 국감에서 성남시 고문변호사 경력을 둘러싼 질문을 받고 이재명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 인연이 임명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는 자신이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도 능력이 있다면 공직을 맡을 수 있다. 다만 친분이 있는 인사를 외교 중책에 발탁했다면, 어떤 경력과 협상 능력, 언어 역량을 근거로 선택했는지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 신뢰를 국가적 직무 수행 능력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차 대사가 다른 나라에도 비직업 외교관 출신 대사가 있다고 설명한 것은 논란의 핵심에 충분히 답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출신이 아니라 준비된 역량이다. 직업 외교관이 아니어도 국제 현안에 정통하고 협상 능력을 갖췄다면 발탁할 수 있다. 정부가 입증해야 할 것은 바로 차 대사가 그러한 조건을 충족했는지다.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북한 지뢰 사건 대응도 우려를 더한다. 차 대사는 미국을 비롯한 안보리 이사국들과 해당 사안을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전략적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과 함께,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사과를 촉구한 활동에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총회 발언의 의미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현지 공관은 정부의 판단에 필요한 상대국의 입장과 협조 가능성을 파악하는 역할도 맡는다. 본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어떤 사전 협의를 했고, 어떤 대응 방안을 제시했는지까지 설명돼야 한다. 외교 성과는 발언 여부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정부는 차 대사의 외국어·교섭 능력을 어떤 방식으로 검증했는지 밝히고, 취임 이후의 구체적인 업무 성과를 제시해야 한다. 검증 결과 직무 수행에 중대한 부족이 확인된다면 인사를 재검토하는 것이 책임 있는 대응이다.

유엔대사는 임명 이후에 기본 역량을 익히도록 배려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이 확인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 사람이냐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얼마나 유능하게 대표할 수 있느냐다. 정부가 그 질문에 설득력 있는 근거를 내놓지 못한다면, 이번 인사를 둘러싼 국민의 의문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의 모든 직책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결코 가겹게 생각할 부분이 아니다. 더욱이 외교와 국방 분야는 더 이상 말해서 무엇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