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모든 선택지” 꺼낸 애플 CEO…중국산 메모리 검토, 아이폰 신뢰도 시험대

2026-10-16     한유진 기자

 

[이슈밸리=한유진 기자] 애플이 세계적 메모리 반도체 품귀를 ‘절대적 위기’로 규정하며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을 브랜드 핵심 가치로 내세워 온 애플인 만큼, 단순한 원가·부품 조달 문제가 아니라 아이폰 고객의 신뢰와 공급망 보안에 관한 새로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5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메모리 공급 제약에 대해 “절대적인 위기”라고 진단했다. 중국 메모리 업체 제품 시험과 관련한 질문에는 “모든 선택지를 탁자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근본적 생각”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공급업체를 대안 공급망 후보에서 완전히 제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애플이 특정 중국산 메모리를 실제 아이폰에 적용하기로 확정했거나, 적용 시점과 대상 제품을 공개한 것은 아니다.

AI발 메모리 품귀, 애플도 예외 아니었다

이 같은 발언을 한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이 촉발한 메모리 확보 경쟁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마트폰·PC·서버 제조사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 물량 및 가격 압박을 받고 있다.

애플은 막대한 구매력과 현금 여력을 갖춘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이지만, 메모리 부족 앞에서는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앞서 팀 쿡 당시 CEO도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 상승을 이유로 애플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생태계 전반은 메모리 조달 안정성에 따라 출고량·제품 가격·저장용량 구성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급선 다변화는 애플에는 현실적 경영 과제다. 메모리 수급이 제대로 안 돼 아이폰 비용이 올라가면 소비자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산’ 자체보다 공급망 보안 검증이 핵심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을 브랜드 핵심 가치로 내세워 온 애플이라, 단순한 판매 가격·부품 조달 문제가 아니라 아이폰 고객의 신뢰와 공급망 보안에 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산 메모리 탑재가 곧바로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공식 자료에는 CXMT 메모리에 백도어가 존재하거나 애플 기기의 보안 침해를 일으켰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메모리 생산 기업인 CXMT를 중국 군사 관련 기업 명단에 올렸고, 미국 의회에서도 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검토가 국가안보·경제안보·공급망 안보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메모리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이다. 실제 채택 여부를 판단하려면 칩 설계와 제조 이력, 패키징·조립 과정, 펌웨어 및 인터페이스, 제3자 보안 검증, 결함 발생 시 공급업체의 대응 체계까지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면서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선택해 온 아이폰 고객에게는 ‘어느 나라 부품인가’보다 ‘애플이 어떤 수준으로 검증하고 투명하게 설명하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에 자사 메모리와 디스플레이를 폭넓게 활용하지만, 공급망은 한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최근 플래그십에는 대만 TSMC에서 생산된 퀄컴 칩이 쓰이고, 일부 중저가 모델에는 중국산 배터리·디스플레이 부품도 적용된다.

다만 이는 글로벌 부품 조달의 문제이며, 미국 정부가 군 연계 가능성을 이유로 우려한 중국 메모리 업체의 채택 문제와는 동일선상에 놓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애플의 선택, 중국 판매용 한정으로 끝날까

일각에서는 애플이 중국 내 판매 제품에 한정해 중국산 메모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국가·지역별 부품 구성이 달라질 경우 소비자와 시장의 걱정은 더 커질 수 있다. 같은 아이폰이라도 판매 지역에 따라 핵심 부품과 검증 체계가 달라지는지, 보안 기준은 동일한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그동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앱 생태계를 통합 관리하며 보안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아 왔다. 중국산 메모리 도입이 최종 결정된다면, 단순히 “공급난 해소를 위한 선택”이라고만 설명해서는 부족하다.

독립적인 보안 검증 결과와 적용 범위, 제품 간 보안 기준의 일관성을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척 슈머·마이크 크레이포·진 섀힌 등 미국 상원의원 6명은 지난 7월 29일 애플에 보낸 공동서한에서 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채택이 다른 글로벌 제조사의 추종을 부를 ‘시장 신호’가 될 수 있다며, 단기 가격 절감보다 공급망 안보 위험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