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찰을 중국 군으로 만든 정부 홍보물…“자꾸 반복되는 근본 이유 무엇일까”

2026-10-15     이슈밸리

 

[이슈밸리=특별취재팀] 정부와 공공기관의 홍보·교육 자료에서 한국 경찰과 6·25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왜곡하거나 혼동하게 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단순 제작 실수를 넘어 국가 상징과 안보·역사 사안의 검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KBS 9시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행정안전부의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홍보물에는 한국 경찰관으로 보이는 인물의 제복에 국내 경찰 계급장과 다른 별 모양 표식이 들어가 논란이 됐다. 한국 경찰 계급장은 무궁화 문양을 기본으로 하는데, 해당 표식은 중국 인민해방군 공안 제복의 계급장 형태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행안부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제작 과정에서 검수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관련 현수막을 폐기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난 대응을 알리는 정부 공식 홍보물에서 경찰의 상징이 잘못 표현됐다는 점에서 “한국 경찰을 중국 군이나 공안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실수”로 끝낼 사안인가

핵심은 AI가 틀린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데 있지 않다. 이를 정부 이름으로 제작·배포하기까지 누가 확인했고, 최종 책임자는 무엇을 검토했는가에 있다.

경찰 지휘부와 조직 운영을 둘러싼 인선 변화가 이어졌더라도, 현장에서 사용하는 홍보물의 기본 상징조차 걸러내지 못한다면 교체 자체가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는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찰 제복과 계급장은 국민이 공권력을 식별하는 가장 기본적인 국가 상징이다. 이를 다른 나라 군·공안 조직의 표식과 혼동하게 만드는 제작물은 공공 홍보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특히 AI 생성물은 손가락 수, 문자, 국기, 제복, 계급장처럼 세부 요소를 잘못 구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따라서 공공기관이 AI를 사용하려면 단순한 디자인 확인을 넘어 소관 부처 담당자, 상징·역사 검토자, 최종 승인자의 다단계 확인 절차를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쟁기념사업회 ‘항미원조’ 논란도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는 교사 대상 중국 항일유적 탐방 연수 과정에서 단둥의 ‘항미원조 기념관’ 방문을 검토했다가 제외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항미원조’는 중국이 중공군의 6·25전쟁 참전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하는 정치·선전적 표현이다.

국방부는 해당 일정을 검토한 것 자체를 “중대한 과오”로 보고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호국보훈의 달 교육 프로그램 홍보물에서도 중국의 ‘항미원조’ 주장을 병렬적으로 소개한 문제가 불거진 만큼, 전쟁기념사업회의 교육·전시 콘텐츠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부가 반복 논란을 진정시키려면 폐기·삭제 뒤 사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찰 제복·태극기·국방 상징·독립운동·6·25전쟁 등 민감 항목을 별도 검수 대상으로 지정하고, 제작 단계부터 전문 검토와 최종 책임자 확인을 의무화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AI 홍보물 오류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최종 책임 체계의 문제다. 경찰 제복과 계급장, 국기, 전쟁사처럼 국가 정체성과 직결된 요소는 제작업체나 AI 결과물에 맡겨둘 사안이 아니다. 배포 전 반드시 소관기관 실무자와 상징·역사 분야 검토자가 이중으로 확인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