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대 비만약 ‘에페’ 출시 임박…위고비·마운자로와 3파전

2026-10-12     이슈밸리

 

[이슈밸리=한유진 기자]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주도해 온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 한미약품의 국산 신약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가세한다. 한미약품은 이르면 이달 말 공급을 목표로 출시 준비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에페의 4주 투약 비용이 10만원대로 책정될 가능성도 전망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에페오토인젝터주 2·4·6·8·10㎎을 국내 개발 45번째 신약으로 허가했다. 에페는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과체중 환자가 저열량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할 때 쓰는 만성 체중관리 보조 치료제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사실상 양분해 왔다. 위고비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이며, 마운자로는 GLP-1과 GIP 수용체에 함께 작용하는 이중작용제다. 에페는 GLP-1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줄이고 위 배출을 늦춰 포만감을 지속시키는 방식이다.

가격·국내 생산 앞세운 국산 신약

에페의 최대 경쟁 변수는 가격이 될 전망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비급여 처방이 일반적이어서 환자의 장기 치료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한미약품은 최종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경제적 약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10만원대 가격이 현실화될 경우 에페는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장기 복약 비용을 따지는 환자층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환자 부담은 처방 용량, 의료기관, 약국 유통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출고가가 공개된 뒤 판단해야 한다.

원료의약품 제조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국내에서 이뤄진다는 점도 한미약품이 내세우는 장점이다. 수입 의약품 중심 시장에서 공급 대응력과 유통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다만 실제 공급 안정성은 출시 이후 생산량과 처방 수요가 맞물려 확인될 사안이다.

한국인 448명 임상…‘최대치’와 평균은 구분해야

한미약품이 공개한 국내 3상 임상 40주차 중간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성인 비만 환자 448명 가운데 에페 투여군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9.75%였다. 위약군은 0.95% 감소했다. 일부 참가자에서는 최대 30%의 체중 감소가 관찰됐다고 회사는 밝혔다.

다만 최대 30% 감량은 전체 환자에게 기대할 수 있는 일반적 효과가 아니라 일부 사례의 수치다. 실제 치료 효과를 판단할 때는 평균 감량률, 5% 이상 감량을 달성한 환자 비율, 부작용으로 인한 중단률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위고비는 대표 임상에서 약 68주 투약 후 평균 14.9%의 체중 감소 효과가, 마운자로는 72주 투약 뒤 용량별 평균 16.0~22.5%의 감소 효과가 보고됐다. 에페의 40주 중간 분석과 경쟁 제품의 장기 임상 결과는 투약 기간, 용량, 환자 특성, 식이·운동 관리 조건이 달라 단순 수치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에페가 위고비·마운자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낮거나 높다고 단정하기보다, 가격과 장기 복약 가능성, 개인별 부작용, 동반질환 여부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부작용은 ‘후유증’보다 투약 중 관리가 핵심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흔히 ‘후유증’으로 표현되지만, 상당수는 치료 초기에 나타나는 위장관계 이상반응이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복부 불편감, 속쓰림 등이 대표적이다. 약물이 위 배출을 늦추는 작용과 관련이 있다.

에페는 2㎎부터 10㎎까지 여러 용량으로 허가됐다. 한미약품은 단계적으로 용량을 늘리는 방식을 통해 구토·설사 등 위장관 이상반응 위험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도 통상 저용량에서 시작해 환자 적응도를 보며 용량을 올리는 방식으로 처방된다.

치료 초기에는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기보다 식사량을 나누고, 기름진 음식·과식을 피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구토나 설사가 반복될 때는 수분과 전해질 보충에 유의해야 한다. 증상이 계속될 경우 환자가 임의로 용량을 변경하기보다 처방 의료진과 상의해 투약 간격이나 용량 조절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췌장·담낭·신장 이상 신호는 즉시 진료 필요

GLP-1 계열 치료제의 허가 정보에는 췌장염, 담낭 질환, 체액 감소에 따른 급성 신장 손상 가능성이 함께 안내돼 있다. 지속적이고 강한 복통이 나타나거나 통증이 등으로 번질 경우 췌장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오른쪽 윗배 통증, 발열, 황달은 담석이나 담낭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구토와 설사가 오래 이어지고 소변량이 줄거나 심한 무기력이 동반될 경우에는 탈수와 신장 기능 저하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담석·췌장염 병력이 있는 환자는 처방 전 해당 병력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이나 일부 혈당강하제를 함께 쓸 경우 저혈당 가능성도 점검 대상이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있거나 혈당 변화가 큰 환자 역시 정기 진료를 통해 눈 상태와 혈당 조절 상황을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근손실·요요 관리도 장기 과제

약물로 체중이 빠르게 줄면 지방뿐 아니라 근육량도 함께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단백질 섭취, 무리하지 않는 근력운동, 체성분 점검을 병행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약물을 중단한 뒤 식욕이 돌아오고 체중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있어, 비만치료제는 단기 감량 수단보다 장기 치료와 생활습관 관리의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에페의 등장은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환자 선택지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종 가격과 실제 처방 경험, 공급 안정성, 장기 치료 지속률이 확인돼야 위고비·마운자로와의 경쟁 구도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진복 닥터리가정의학과의원 대표원장은 최근 CBS 경제연구실 인터뷰에서 “한국인 448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은 해외 치료제와 차별화되는 강점”이라면서도, “비만약은 마법이 아니라 회복을 돕는 목발”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물에만 의존하면 근손실과 요요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단백질 섭취와 근력운동,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