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대화 일축’ 하루만 탄도미사일…국가안보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이슈밸리=윤대우 기자]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의 남북대화 일축 담화 하루 만인 3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최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을 둘러싼 남북 공방과 맞물려, 대남 메시지와 군사 행동을 병행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6시 30분께 북한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700㎞ 이상 비행했으며, 한미 정보당국이 정확한 제원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합참은 “한미 정보당국은 발사 초기부터 관련 동향을 추적·공유해 왔다”며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아래 북한의 다양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700㎞ 비행에도 ‘단거리’ 명시는 보류
통상 사거리 300~1000㎞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합참은 이번 미사일을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이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의 사거리를 줄여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앞서 원산 일대에서 700㎞ 이상 비행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우리 군의 초기 분류가 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 지역과 시간대, 비행거리 등이 닮아 있어 동일하거나 유사 계열 발사체의 성능 점검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발사체의 탄두 형상, 고도, 기동 특성 등이 확인되기 전까지 구체적 모델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지난달 20일에도 원산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세 시간 간격으로 발사했다. 이후 이를 극초음속미사일 ‘화성포-11마-1형’ 발사 시험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KN-23 계열로 알려진 화성-11형 발사체에 변칙 기동 탄두를 결합하는 시험을 이어온 만큼, 한미 당국의 분석 결과가 주목된다.
DMZ 지뢰 공방 직후…대화 대신 무력 시위
이번 발사는 우리 군이 지난달 30일 서부전선 25사단 DMZ 지뢰 폭발로 장병 3명이 크게 다친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 뒤 이뤄졌다.
합참은 당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로 우리 장병들이 다쳤다고 밝히고, 북한의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 중단을 요구했다. 북한은 같은 날 김여정 담화를 통해 이를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 사실도 부인했다.
김여정은 2일 추가 담화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국군의날 기념사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화 제의를 강하게 비난했다. 대화 제안을 일축한 직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북한이 현 국면에서 관계 개선보다 군사적 압박과 내부 결속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북한은 DMZ 지뢰 사건의 책임 공방을 대남 비난의 소재로 삼는 한편, 동해상 미사일 발사로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남측의 대응 의지를 시험하는 동시에 향후 협상 국면이 오더라도 군사적 우위를 전면에 내세우려는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
국가안보실 긴급 점검…“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국가안보실은 이날 국방부·합참과 긴급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대응 상황과 안보 영향을 분석·평가하고 필요한 조치를 지시했다.
안보실은 “최근 DMZ 지뢰 폭발 사건에 이어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우리 대비 태세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만전을 기할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북한을 향해서는 반복된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현 상황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엄중한 행위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15번째, 지난달 20일 이후 13일 만이다. 북한이 향후 관영매체를 통해 이번 발사의 명칭과 목적, 시험 성과를 공개할지와 한미 당국의 제원 분석 결과가 향후 한반도 긴장 흐름을 가늠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