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놀이터에 나타난 ‘대형 너구리’…“귀여워 보여도 먹이·접촉은 금물”
[이슈밸리=윤대우 기자] 경기도 화성시 1동탄의 한 어린이 놀이터 인근에서 몸집이 큰 너구리가 목격됐다. 사진 속 동물은 눈 주변에서 뺨으로 이어지는 검은 ‘마스크’ 무늬, 둥근 귀, 짧은 다리와 꼬리 등이 뚜렷한 한국 너구리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촬영된 동물은 우리나라에 사는 토종 너구리다. 학명은 ‘닉테레우테스 프로키오노이데스’(Nyctereutes procyonoides)이며, 영어 이름은 ‘라쿤을 닮은 개’라는 뜻의 라쿤도그(raccoon dog)다.
이름과 달리 북미 라쿤과는 전혀 다른 개과 야생동물로, 국내에서는 한국너구리로도 불린다. 북미 라쿤은 긴 꼬리에 검은 고리무늬가 뚜렷하고 손가락처럼 앞발을 쓰지만, 한국 너구리는 꼬리가 비교적 짧고 개를 닮은 체형이 특징이다.
사진만으로 성별이나 정확한 몸무게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성체 너구리일 가능성이 크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너구리를 국내에 서식하는 유일한 개과 야생동물로 분류하며, 열매·곤충·소형동물 등을 먹는 잡식성이라고 설명한다.
“귀여워 보여도 먹이·접촉은 금물”
너구리를 봤다고 곧바로 감염병 위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야생동물인 만큼 만지거나 먹이를 주고, 반려견이 가까이 가도록 두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너구리 등 야생동물에게 물리거나, 침·조직이 눈·코·입 또는 상처에 닿을 경우 공수병(광견병)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안내한다. 동물에게 물린 상처는 세균감염과 파상풍 위험도 있어 비누와 흐르는 물로 씻은 뒤 의료기관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아이가 흥미로워해도 쫓거나 둘러싸지 말고, 먹이를 던져주지 말아야 한다. 반려견은 목줄을 짧게 잡고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안전하다. 비틀거리거나 이유 없이 공격적 행동을 보이고, 심한 탈모·출혈·마비 증상이 있거나 놀이터 안에서 움직이지 못한다면 직접 포획하지 말고 신고해야 한다.
가을철, 새끼 너구리의 ‘분산 이동’ 시기와 겹친다
최근 뒷산과 공원,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너구리와 오소리 목격담이 늘어나는 데는 계절 요인도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2024년 조사에서는 추적한 너구리 가운데 일부가 기존 생활권에서 1㎞ 이상 벗어나는 분산 행동을 보였고, 그 시기는 9~10월에 집중됐다. 어린 개체가 독립하거나 새로운 먹이·서식지를 찾으며 이동 범위를 넓히는 시기라는 뜻이다.
산과 하천, 도시공원, 완충녹지가 이어진 신도시는 야생동물의 이동 통로가 되기 쉽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도 하천과 인접 공원·녹지 공간이 이어진 도심에서 시민과 야생동물의 접촉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서울에서는 2022~2024년 너구리 출몰 신고가 2656건 접수됐다. 야생 멧돼지·너구리 출몰 지역 한눈에 본다
서울 청계산 정상 부근에서 오소리가 관찰되는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오소리 역시 산림 가장자리와 녹지를 오가며 먹이를 찾는 야행성 포유류다. 다만 ‘목격이 늘었다’는 사실을 곧바로 개체 수 폭증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전국 환경지표 조사에서 너구리 서식밀도는 2022년 ㎢당 3.5마리에서 2024년 2.5마리로 집계됐다. 이동 경로가 생활권과 겹치고 휴대전화 촬영·신고가 늘어난 영향도 함께 살펴야 한다.
공존의 출발점은 ‘먹이 주지 않기’
야생동물이 사람에게 익숙해지면 놀이터·산책로·음식물 쓰레기 주변을 반복적으로 찾을 수 있다. 관리 주체는 쓰레기통 뚜껑과 배출 관리를 점검하고, 반복 출몰 구간에는 안내 표지와 신고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도, 무분별한 구조도 아니다. 사진은 멀리서 기록하고, 동물이 빠져나갈 길을 남겨둔 채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다. 동탄의 놀이터에 나타난 너구리는 ‘도심 침입자’라기보다 산림과 도시의 경계가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생태 신호로 볼 수 있다.
김형석 인천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수의사는 너구리의 생활권 변화와 관련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먹이 부족 현상”이라며 “너구리가 야산보다는 도심의 아파트 단지 근처 등 잔반을 먹을 수 있는 장소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김형준 인천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수의연구사는 시민 대응 원칙에 대해 “쓰다듬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먹이를 주거나 치료할 때를 제외하면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고 있다”며 “반려동물과 다르게 이들이 돌아갈 곳은 자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