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알래스카 LNG 포함 2000억달러 투자" 선포…한국 정부와 온도차

2026-10-01     한유진 기자
한국의

 

[이슈밸리=한유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2000억달러(약 271조4000억원) 규모 대미 전략 투자 사업을 발표하면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를 포함시켰다.

한국 정부가 수익성과 사업성을 이유로 투자 확정을 미루고 검토 단계로 분류해온 사업을 미국 측이 기정사실화하면서 향후 한미 간 통상 협상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에너지 인프라 투자 중 하나를 발표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한국은 20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달러는 텍사스의 6GW(기가와트) 규모 발전소, 대형 원전 8기, 그리고 마침내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 건설로 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고 미국의 에너지 주도권을 보장하며 한국 및 태평양 지역 전역과의 파트너십을 어느 때보다 공고히 하는 데 있어 중요한 한 걸음이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조선 협력 1500억달러와 전략적 투자 2000억달러 등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무역합의를 체결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국회에 1호 사업으로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총투자비 223억달러, 6.4GW 또는 6.5GW 규모) 건설을 확정 보고했다.

하지만 대형 원전 8기와 알래스카 LNG 개발은 추후 협의 과제로 남겨뒀다.

특히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한국 정부가 단 한 번도 사업 참여를 확정한 적이 없는 사안이다.

이 사업은 알래스카주 북부 노스슬로프 프루도베이와 포인트톰슨 가스전의 천연가스를 약 1300km 파이프라인으로 운송한 뒤 액화해 아시아 등에 공급하는 대형 사업이다.

하루 약 40억 입방피트의 LNG를 공급하는 규모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불확실한 수익성 탓에 엑손모빌 등 미국 주요 에너지 기업조차 투자금 회수 위험을 이유로 철수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엄격하게 따지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은 하이 리스크 사업"이라며 "상업적 합리성은 현금 흐름이 창출될 수 있는 프로젝트에 한정되기에 우리 기준에서 참여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달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투자 협의를 시작하니 상업적 합리성이 또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며 "우리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만 한다"며 "국익이란 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한국 측 입장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구체적인 투자 금액까지 적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협상을 주도해온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 프로젝트들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 정부가 전적으로 자금을 댄다"며 "오늘 발표하는 세 가지 프로젝트는 2000억달러에 약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가장 큰 규모는 1200억달러 규모로 대규모 원전 8기를 건설하기 위해 1000억달러에 200억달러 예비비를 더한 금액이다"며 "발전소들은 오하이오,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켄터키 등 미국 전역에 건설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어 "두 번째 프로젝트로 500억달러가 조금 넘는 금액이 알래스카 LNG를 위해 투자됐다"며 "마지막으로 텍사스에 220억달러가 넘는 6.5GW 규모의 가스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액수를 명시했다.

이날 백악관 발표 현장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 미국 각료들과 알래스카 LNG 개발사인 글렌판그룹의 브렌던 듀발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알래스카를 지역구로 둔 댄 설리번 상원의원, 닉 베기치 하원의원,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 등 정치인들도 대거 집결했다.

브렌던 듀발 CEO는 취재진에게 "파이프라인 공사는 3년이 걸릴 예정이며 자금조달이 완료되는 대로 바로 착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 정부 관계자나 정치인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핵심 격전지인 알래스카의 표심을 잡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 발표를 현지 정치인들의 재선 지원 무대로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