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①] ‘암살자(들)’ 중국 자본설, 투자 협상은 확인…영화 투입 증거 미확인
[이슈밸리=특별취재팀]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중국계 자본 유입 논란은 크게 두 갈래다. 2023년 하이브미디어코프에 대한 투자 협상이 있었던 사실과, 영화에 실제 어떤 자금이 들어갔는지의 문제다.
30일까지 이슈밸리 취재를 종합하면 영화진흥위원회 공개자료, CLSA 공식 자료, 국내외 언론 보도를 대조한 결과, 중국계 금융그룹 계열사가 포함된 컨소시엄의 투자 추진은 확인된다. 다만 거래 종결과 납입, 주주 변동을 입증하는 투자계약서·주주명부 등 핵심 문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반대로 <암살자(들)>에는 국내 영화 투자조합의 실제 투자가 확인되지만, 이를 중국계 자금과 연결하는 직접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BTS 소속 하이브와는 별도 영화사
하이브미디어코프(Hive Media Corp.)는 BTS 소속사 하이브(HYBE)와 이름만 비슷할 뿐 별개 법인이다. 한국일보는 2024년 하이브미디어코프 최은영 이사 인터뷰에서 두 회사가 무관하다고 보도했다. ‘Hive’라는 회사명도 연예기획사 하이브와의 연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바쁘게 움직이는 ‘벌집’을 뜻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BTS 하이브가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암살자(들)> 제작에 참여했다는 공개 계약·지분 자료도 확인되지 않는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김원국 대표가 이끄는 영화·드라마 제작사다. 김 대표는 광고기획과 외화 수입·배급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14년 회사를 설립했다.
씨네21과 무주산골영화제 자료에는 그가 약 200편의 외화를 수입했고, 이후 <내부자들> <덕혜옹주> <곤지암>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을 제작한 것으로 소개돼 있다. 공개 보도에서 확인되는 임원 프로필은 제한적이며, 김 대표와 최 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의 출신 지역은 신뢰할 만한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2023년 CLSA 컨소시엄, ‘투자 완료’ 아닌 협상 단계
논란의 출발점은 2023년 투자 협상이다. 자본시장 전문매체 더벨은 그해 10월 미래에셋증권 PE와 CLSA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 컨소시엄이 하이브미디어코프 투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거론된 규모는 약 400억원으로, 전환사채 발행과 기존 주식 인수 방안이 함께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보도 당시에는 펀드 결성과 출자자 모집이 진행 중이었고, 같은 해 말 거래 종결을 목표로 한다는 단계였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만으로 실제 투자나 주주 편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CLSA가 중국계 금융자본과 연결된다는 설명 자체에는 근거가 있다. CLSA는 공식 자료에서 중국 중신증권(CITIC Securities)의 해외사업 플랫폼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중국계 금융그룹의 계열사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협상에 참여한 사실과, 그 자금이 실제로 하이브미디어코프에 납입됐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현재 공개된 자료에서는 2023년 투자계약서, 납입 확인서, 주주명부, 거래 종결 공시를 찾기 어렵다.
중국·홍콩·대만의 주요 경제매체와 CLSA 공개 발표를 중국어 간체·번체 및 영어로 확인한 결과, 2023년 거래의 최종 종결이나 CLSA 자금의 <암살자(들)> 직접 투자 사실을 뒷받침하는 보도·공시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중국계 자금 유입이 없었다는 증명은 아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사실만으로 ‘중국계 자본 400억원이 영화 제작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할 근거도 없다는 의미다.
영화에는 국내 펀드 투자 확인…출자자 명단은 비공개
<암살자(들)>에 실제 투자가 이뤄진 사실은 별도로 확인된다. 더벨은 미시간벤처캐피탈이 운용하는 ‘미시간한국영화메인투자조합2호’가 <암살자(들)>을 포함한 다섯 작품에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발전기금 공개자료에도 이 펀드는 2026년 7월부터 2031년 7월까지 운용되는 567억원 규모의 영화 투자조합이며, 운용사는 미시간벤처캐피탈로 기재돼 있다.
다만 이 자료만으로 펀드 출자자 전체와 자금의 최종 출처를 특정할 수는 없다. 공개자료에는 펀드의 결성액과 운용사는 나타나지만, 민간 출자자별 명단과 출자액, <암살자(들)> 한 작품에 배정된 투자 규모 및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영화에 국내 펀드 자금이 투자됐다는 사실과, 그 펀드에 중국계 자금이 포함됐는지는 분리해 검증해야 할 사안이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중국 자본이 회사와 <암살자(들)> 제작·투자에 들어오지 않았고, 영화는 국내 자본으로 독립적으로 기획·제작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설명은 제작사의 공식 입장으로 기록할 수 있다.
다만 비상장사 지분과 펀드의 민간 출자 내역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논란을 최종적으로 가르기 위해서는 투자계약서·납입 증빙·주주명부와 펀드 출자자 명세, 작품별 투자계약 등 객관 문서의 확인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확인된 취재를 종합하면 하이브미디어코프는 BTS 소속 하이브와 무관한 별도 영화사란 점과 2023년 중국계 금융그룹 계열사가 포함된 컨소시엄의 투자 추진은 있었지만, 거래 완료를 입증하는 공개문서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암살자(들)>에는 국내 영화 펀드의 실제 투자가 확인됐으나, 이를 2023년 투자 협상이나 중국계 자금과 연결하는 직접 증거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중국 자본은 회사와 영화 제작·투자에 들어온 바 없으며, <암살자(들)>은 국내 자본으로 독립적으로 기획·제작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작사 측은 중국 자본의 유입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2023년 중국계 금융 플랫폼(CLSA)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대규모 투자 협상에 나섰던 점, 그리고 비상장 영화 제작사 및 벤처펀드의 특성상 민간 출자자(LP)의 명단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에서 중국계 자금의 우회 유입 가능성이나 영향력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지우기는 어렵다.
결국 투명한 자금 출처 검증은 향후 추가적인 주주명부나 펀드 출자 내역 공개를 통해서만 명확히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