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 우크라이나와 싸울 때인가
[이슈밸리=사설] 우크라이나에 억류된 북한군 포로 2명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와 우크라이나 측의 진실공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양측의 사실관계는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어느 쪽이 먼저 공개했고, 어떤 경로로 협의했으며, 실제로 이송 논의가 어디까지 갔는지는 외교 당국이 분명히 밝혀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다루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차분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전쟁 중인 우방국을 상대로 대통령까지 나서 공개 비난을 이어가는 모습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교는 억울함을 크게 알리는 경쟁이 아니라, 끝내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가의 문제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갈등이 깊어질 수록 쾌재를 부르는 곳은 러시아 아닌가? 가뜩이나 러시아는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두 명의 북한군 포로는 어제오늘 불거진 사안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존재가 알려졌고, 이들 중 한국행 의사를 밝힌 인사가 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북한군 포로의 의사는 무엇보다 존중돼야 한다. 북한이나 러시아로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돌려보내는 일은 인권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우리 국민이 우려하는 것도 아마 이 부분일 것이다. 우리 국민에게는 문재인 정부 당시였던 2019년 11월 동해상에서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둘러싼 논란 속에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된 기억도 남아 있다.
정부가 “확인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할수록, 혹시 포로가 비밀리에 입국한 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처리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는 이유다.
정부는 포로 개인의 신변과 안전을 이유로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해도, 최소한 본인 의사 존중과 강제송환 금지라는 원칙만큼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북한이 이들 포로의 북송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는 현재 확인되지 않은 추정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과 우크라이나 사이 공개적으로 감정을 주고받는 모양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에서 유럽은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의 편에 서 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막대한 규모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이어질 것이다. 건설·에너지·철도·통신·방산 등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도 넓다.
그런데 포로 2명 문제를 놓고 정부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면충돌하는 인상만 남긴다면, 장기적으로 손해를 보는 쪽은 누구겠는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유럽 각국이 당장 한국을 향해 보복성 조치를 꺼내 들지는 않겠지만 외교의 신뢰는 한 번 식으면 회복에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재건 사업의 문이 열렸을 때 우리 기업이 경쟁국보다 먼저 환영받을 수 있을지, 정부가 지금부터 따져야 할 이유다.
억울한 일이 있다면 비공개 외교 채널로 먼저 풀어야 한다. 고위급 협의, 특사, 정보·안보 라인, 인도주의 채널을 가동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상대국과 문제가 발생하면 주로 이러한 외교 방식을 택해 왔다.
따라서 대통령의 공개 발언은 모든 수단이 소진된 뒤에도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쓰는 마지막 카드여야 한다. 아이들끼리 다툰 일에 부모가 곧장 경찰서로 달려가는 듯한 외교는 현명하지 않다.
외교는 감정이 아니라 우선순위다. 북한군 포로의 인권은 지켜야 하고, 우크라이나와의 신뢰도 지켜야 하며, 유럽과의 경제 협력 가능성도 넓혀야 한다.
지금 정부에 필요한 것은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다. 두 명의 포로 문제를 원칙 있게 풀되, 전쟁 중인 우방국과의 관계를 불필요하게 훼손하지 않는 절제다. 좁은 쟁점에 매달려 큰 국익을 잃는 외교만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