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 중요시설 불법 촬영 심각...李 대통령 기자회견서 다뤄야

중국인 군사시설 촬영 11건…더는 관광 일탈 아니다 단체 무사증 잠정 중단하고 범정부 안보대책 내놔야

2026-09-16     이슈밸리

 

[이슈밸리=사설] 국가중요시설 ‘가급’으로 지정된 제주국제공항에서 중국 국적의 10대가 사설 무전기로 항공관제 교신을 1시간 30분 동안 무단 청취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의 카메라에서는 경기지역 군사시설 2곳 이상을 촬영한 사진도 다수 발견됐다. 외국인 청소년이 한국에 홀로 입국해 공항 관제 교신을 엿듣고 군사시설까지 촬영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이를 철없는 10대의 호기심으로 가볍게 넘긴다면 우리 안보의 경계선은 더욱 빠르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A군은 사건 당일 중국에서 혼자 입국했으며, 현지에서 구입한 약 4만3000원짜리 무전기를 직접 가져왔다. 이전에도 보호자나 일행 없이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군을 출국 정지하고 항공교신 청취 목적과 군사시설 촬영의 연관성, 촬영 자료의 외부 전송 여부, 대공 혐의점 등을 확인하고 있다.

국정원과 경찰은 혼자 여러 차례 한국을 찾은 경위와 방문 지역, 촬영 장소, 무전기 반입 목적, 휴대전화·카메라의 저장·삭제 기록, 해외 서버나 제3자에게 자료를 전송했는지를 디지털 포렌식과 통신·출입국 기록을 통해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관광객 한 명의 돌출행동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유사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6월 이후 약 10개월 동안 중국인의 국내 군사·정보시설 무단 촬영 사건이 11건 발생했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공군·해군기지 주변 촬영과 드론 비행에 이어 이번에는 최고 등급 국가중요시설에서 항공관제 교신까지 노출됐다.

한국에는 주한미군과 한미연합전력, 주요 군사기지가 배치돼 있다. 반도체·조선·원전·방산 등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산업 시설도 밀집해 있다. 시설 사진 한 장, 항공기의 비행 패턴 하나, 경계 인력의 교대 방식 하나는 각각 단편적인 정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자료가 반복적으로 수집되고 축적되면 군의 작전 양상과 시설 구조, 경계 사각지대와 보안 취약점을 파악하는 정보가 될 수 있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고가의 첨단 장비가 아니라 관광객이나 유학생 등 민간인 신분과 값싼 상용 장비를 이용한 저강도 정보수집 가능성이다. 정보활동은 반드시 영화 속 공작원처럼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 일상적인 장소에서 작은 정보를 오랜 기간 모으는 방식이 오히려 탐지하기 어렵다. 국가안보에 ‘설마’라는 말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그나마 뒤늦게 제도적 허점 하나는 보완됐다. 간첩죄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 형법이 지난 13일부터 시행됐다. 기존 형법 제98조는 간첩행위의 상대를 사실상 북한 등 ‘적국’으로 한정했지만, 개정법은 제98조의2 ‘외국 등을 위한 간첩’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의 지령·사주·의사 연락 아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행위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연말까지 연장된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사증 시범사업을 즉각 잠정 중단하고 전면적인 안보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단체관광객 무사증 제도에서 직접 비롯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군사·정보시설 촬영 사건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안전장치도 없이 입국 문턱부터 넓히는 것은 무책임하다. 2002년 도입된 제주 무사증 제도 역시 입국심사와 이탈자 관리, 반복 방문자 검증체계를 원점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국가중요시설 주변의 수상한 활동과 반복 입국 기록, 군사시설 촬영 전력 등을 출입국 심사 단계에서 관계기관이 신속히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군사시설 촬영이나 불법 교신 청취가 확인된 외국인에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와 법적 요건에 따라 강제퇴거와 장기 입국금지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이것은 특정 국가 국민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국적과 관계없이 명백한 위험행위를 정확히 선별하고, 대한민국의 안보를 침해한 행위에는 단호한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국정원·경찰·군·법무부·검찰이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 대응체계를 즉각 가동해야 한다. 수사권 조정을 핑계로 어느 한 기관에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더라도 국가기밀 판단과 방첩 분석에는 국정원과 군의 전문성이 필요하고, 법률 적용과 공소 유지에는 검찰의 역할이 요구된다. 기관 간 칸막이 때문에 핵심 증거와 위험 정보가 흩어진다면 그것은 신중함이 아니라 무능이다.

필요하다면 정부는 중국 측에도 외교 경로를 통해 반복되는 유사 사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피의자의 국내 방문 경위와 통신 관계 확인을 위한 수사 협조를 공식 요구해야 한다. 외교적 부담을 이유로 머뭇거릴 사안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안보보다 앞서는 외교적 고려는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행위는 이제 휴전선 너머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항 전망대와 군부대 담장 앞, 반도체 공장과 항만 주변이 새로운 방첩 현장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18일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다른 정치 현안에 앞서 외국인의 국가중요시설 촬영과 불법 정보수집 가능성을 차단할 강력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간 이 대통령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함구해 왔다. 

이 대통령 마음에 가득한 개헌 논의보다 시급한 것은 이미 뚫린 대한민국 안보의 구멍을 막는 일이다. 국가안보에 사후약방문은 용납될 수 없다. 나라 안보가 서서히 무너지는 것을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