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년 만에 맛본 ‘호프 국뽕’“..".미국 극장에 한국인 나뿐, 외국인 가득"
한국 영화 보러 갔다가 예상 밖 만석…미국 관객들 한국식 유머에도 폭소 임현식 등장하자 극장 곳곳서 웃음…“K문화의 힘 피부로 느꼈다”
[이슈밸리=임정은 기자] 미국에서 30년 넘게 생활한 한 한국인이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를 관람하러 갔다가 외국인으로 가득 찬 상영관 풍경에 놀랐다는 후기를 공개해 화제다.
한국 영화를 보기 위해 미국 극장을 찾을 때마다 관객이 거의 없거나 한국인 관객만 마주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만석에 가까운 상영관을 비한국계 관객들이 채웠다는 것이다. 후기 작성자는 당시 상영관에서 자신만 한국인이었다며 “국뽕 최대치를 끌어올려 준 한국 영화”라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후기 작성자는 최근 소셜미디어 스레드에 ‘호프’ 현지 관람 경험을 올렸다.
그는 “미국에서 30년 이상 살면서 한국 영화를 보러 가면 동네 한국 사람 대부분을 만나거나, 극장 안에 우리뿐인 경우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번에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해 미리 예매하지 않고 극장에 가려다가 좌석을 확인한 순간 예상 밖의 광경을 마주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상영관이기는 했지만 좌석 대부분이 이미 예매된 상태였다.
그는 “우리 동네에 한국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어 서둘러 예매했다”며 “상영관에 들어갔더니 웬걸, 관객들은 외국인이었고 한국 사람은 나뿐이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상영관을 잘못 찾아왔다고 생각해 티켓을 두세 번 다시 확인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더 놀라운 장면은 영화가 시작된 뒤 펼쳐졌다. 외국인 관객들은 한국어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자막으로 따라가면서 곳곳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일부 관객은 영화 속에서 들리는 ‘하나, 둘, 셋’ 등의 한국말을 직접 따라 하기도 했다.
특히 해술 역을 맡은 배우 임현식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한국적인 유머에 상영관 전체에서 웃음이 나왔다는 후기가 눈길을 끌었다.
작성자는 “임현식 아저씨의 유머가 전 세계에 통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특히 뿌듯했다”며 “영화를 보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일이 더 재미있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다른 관람객들의 댓글도 이어졌다. 한 관람객은 “이미 두 번 봤는데 상영관에서 한국 사람은 나 혼자였다”고 했고, 또 다른 관람객은 “옆에 앉은 백인 남성이 나와 똑같은 장면에서 웃어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한국식 말장난을 자막이 모두 살리지는 못했지만 미국인들도 크게 웃으며 봤다”, “한국인이 많은 북캘리포니아 상영관에서도 관객의 80% 이상이 외국인이어서 놀랐다”는 반응도 나왔다.
외국인이 찾아보는 한국 영화…달라진 K콘텐츠의 위상
‘호프’는 외딴 항구마을 호포항에서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발견된 뒤 마을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그린 SF 액션 스릴러다. 황정민과 조인성, 정호연, 임현식을 비롯해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이 출연했다.
영화는 대규모 액션과 괴생명체, 외계 문명을 다루면서도 한국의 작은 어촌과 주민들의 정서, 사투리와 토속적인 유머를 이야기의 중심에 배치했다.
‘호프’는 지난 9일 북미 1560개 상영관에서 개봉했다. 북미 배급사 네온이 한국 영화에 적용한 가장 큰 규모의 배급 가운데 하나다. 북미 개봉 첫 주말 매출은 약 322만 달러로 집계됐다.
156분에 이르는 긴 상영시간과 후반부 전개를 두고 평가는 엇갈리지만, 한국적인 유머와 배우들의 연기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현지 관객에게 전달됐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후기 작성자는 “내 취향의 영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내내 행복했다”며 “K문화의 대단함을 피부로 느낀 주말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