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임시 감독 로베르트 모레노는 누구…바르사 9관왕 조력자, 감독 성적은 ‘명암’
[이슈밸리=권동혁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대표팀의 임시 사령탑으로 스페인 출신 로베르트 모레노 곤살레스를 선택했다. 국내에서는 ‘로베르토 모레노’로도 불리지만, 대한축구협회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표기는 ‘로베르트 모레노’다.
모레노 감독을 한 문장으로 평가하면 ‘정상급 전술·분석 코치로 성공했지만 정식 감독으로는 아직 능력을 완전히 입증하지 못한 지도자’다. FC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으나 AS모나코와 그라나다, 러시아 소치에서 거둔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스페인 대표팀을 맡았을 때는 9경기에서 7승2무를 기록하며 무패로 유로 2020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짧은 기간 선수단을 정비해야 하는 임시 감독의 성격에는 비교적 잘 맞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프로 선수 경력 없는 ‘공부하는 감독’
모레노는 1977년 9월1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 오스피탈레트 데 요브레가트에서 태어났다. 오는 19일 만 49세가 된다.
고향의 라 플로리다에서 중앙수비수로 뛰었지만 프로 선수로 활동한 경력은 없다. 14세 때부터 지도자에게 관심을 가졌고 16세에는 유소년팀 훈련을 맡았다. 국제무역을 공부했으며 스페인 축구계에서 비디오와 데이터 분석을 일찍 도입한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2013년 ‘나의 4-4-2 레시피’라는 270여 쪽 분량의 전술서를 출간했다. 공격과 수비, 공수 전환, 세트피스, 훈련 방법까지 하나의 경기 모델로 정리한 책이다. 이후 라리가의 영상 분석 시스템인 ‘미디어 코치’ 개발에도 참여했다.
따라서 모레노의 강점은 선수 시절의 명성이나 카리스마보다 경기 분석과 전술 설계, 훈련 프로그램 구성에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전성기…루이스 엔리케의 전술 참모
모레노가 세계 축구계에 이름을 알린 계기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의 만남이었다. 그는 AS로마와 셀타 비고, FC바르셀로나, 스페인 대표팀에서 엔리케 감독을 보좌했다.
특히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바르셀로나 코치로 활동하면서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가 구축한 이른바 ‘MSN 공격진’을 지원했다.
FC바르셀로나 공식 기록에 따르면 모레노가 코치로 재직한 3년 동안 바르셀로나는 라리가 2회, 국왕컵 3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회, 스페인 슈퍼컵 1회, 유럽 슈퍼컵 1회, FIFA 클럽월드컵 1회 등 총 9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물론 우승의 일차적인 공로는 엔리케 감독과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모레노가 상대 분석과 훈련 설계, 경기 계획 수립을 담당한 핵심 참모였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바르셀로나에서만 엔리케 감독을 보좌하며 180경기 이상을 경험했다.
스페인 대표팀에서는 9경기 무패
2019년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가족 문제로 스페인 대표팀을 떠나면서 모레노가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모레노 체제의 스페인은 9경기에서 7승2무를 기록했다. 29골을 넣고 4골만 허용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루마니아를 5대0으로 꺾으며 유로 2020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다만 엔리케 감독이 복귀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졌다. 모레노가 유로 본선까지 대표팀을 이끌고 싶다는 뜻을 보이자 엔리케 감독은 그를 ‘야심이 지나치고 의리를 저버린 인물’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모레노는 이후 엔리케 사단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성적만 보면 모레노의 대표팀 경력은 성공적이다. 그러나 당시 스페인이 유럽 정상급 전력을 보유했고 상대적으로 약한 유로 예선 상대를 만났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스페인 라리가 감독 경험은 ‘그라나다 27경기’
모레노가 스페인 1부리그에서 정식 감독을 맡은 팀은 그라나다 한 곳이다. 따라서 “라리가에서 감독으로 오랫동안 활약했다”는 표현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그는 2021년 6월 그라나다와 2년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공식전 29경기에서 6승10무13패에 그쳤다. 라리가만 따지면 27경기를 지휘했고, 코파 델 레이 2경기를 더했다.
2022년 들어 9경기에서 승리 없이 3무6패를 기록했고 마지막 7경기에서는 6패를 당했다. 그라나다가 강등권보다 불과 승점 1점 앞선 상황에서 경질됐다. 구단은 감독 교체 후에도 반등하지 못하고 시즌 최종 18위로 2부리그에 강등됐다.
결과적으로 모레노에게 라리가 경험은 분명히 있지만, 정식 감독으로 성공한 경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셀타 비고와 바르셀로나에서의 풍부한 라리가 경험도 대부분 수석코치 또는 전술 참모 자격으로 쌓은 것이다.
모나코·소치에서도 드러난 한계
모레노는 2019년 12월 프랑스 AS모나코 감독으로 부임했다. 파리 생제르맹과 3대3으로 비기는 등 가능성을 보였지만 공식전 13경기에서 5승3무5패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모나코는 리그 9위에 머물렀고 유럽 클럽대항전 진출에 실패했다. 모레노는 부임 약 7개월 만에 경질됐다.
2023년 12월에는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최하위 FC소치 감독으로 부임했다. 첫 시즌 강등을 막지 못했지만 다음 시즌 승격 플레이오프를 거쳐 소치를 다시 1부리그로 올려놓았다. 다만 2025-2026시즌 개막 7경기에서 승점 1점에 그치면서 구단과 결별했다.
소치에서는 공식전 62경기 21승21무20패를 기록했다. 강등과 승격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에서는 대표팀이 위기를 수습하는 데 참고할 만한 경력이지만, 최상위 리그에서 안정적으로 성적을 유지한 경험은 부족하다.
스페인 코치 5명 동행…전술·분석팀 구축
모레노 감독은 부임 과정에서 에두아르도 도캄포 수석코치와 하신트 마그리냐 분석·방법론 코치, 빅토르 브라보 데 소토 전술코치, 하비에르 초카로 피지컬코치, 니코 보쉬 골키퍼코치를 데려왔다.
대한축구협회는 조용형 코치와 이재홍 피지컬코치도 추가했다. 이에 따라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모레노 감독을 포함해 외국인 6명과 한국인 지도자 2명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됐다.
모레노 감독은 후방 빌드업과 미드필더의 위치 교환, 측면 연계, 공을 빼앗긴 직후의 역압박을 중시한다. 다만 그라나다와 소치에서는 공격 과정에서 선수 간격이 벌어지고 수비 전환이 늦어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훈련 시간이 제한된 대표팀에서 전술을 얼마나 빠르게 단순화할지가 과제로 꼽힌다.
연봉 비공개…외국인 6명 석 달 급여 5억∼11억원 추정
모레노 감독과 스페인 코치진의 연봉 및 계약 총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계약기간과 유럽 지도자 보수 수준을 고려하면 모레노 감독의 석 달 급여는 약 3억∼6억원, 스페인 코치 5명의 급여는 합계 약 2억∼5억원으로 추산된다.
외국인 지도자 6명의 급여를 합하면 약 5억∼11억원 범위가 예상된다. 다만 이는 공식 확인된 금액이 아닌 시장가치에 따른 추정치다. 항공료와 숙소, 보험, 체재비 및 성적수당이 포함되면 실제 집행 비용은 이보다 늘어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6경기에서 나타난 경기력과 성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모레노 감독이 짧은 기간 대표팀의 전술적 안정과 선수단 장악력을 입증할 경우 2027 아시안컵까지 계약이 연장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