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기획] 대만 이어 독일까지 제주를 걱정한다…중국은 왜 이 섬을 주시하나
중국 자본·무사증 논란 넘어선 제주 문제…서해·동중국해·대만해협 잇는 전략 요충지 외국인 보유 토지 중 중국인 비중 40% 안팎…제주 전체 면적의 40%라는 의미는 아냐 4·3의 상처와 평화의 섬 정체성 존중하되 출입국·토지·안보 관리는 중앙정부 책임
[이슈밸리=윤대우·권동혁·임정은 기자] 제주도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2024년 대만 언론이 제주도의 중국 자본과 투자이민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데 이어 최근 독일 언론도 중국인 소유 부동산과 관광개발 사업이 제주 경제와 주민 생활에 미친 영향을 조명했다.
독일 유력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은 지난 6일 ‘중국발 건설 붐에 질식하는 제주도’란 제목의 현지 취재 기사를 보도했다.
두 보도 모두 제주도가 곧 중국에 넘어갈 것처럼 표현한 대목은 다소 과장돼 있지만 대만과 독일 언론이 잇달아 제주를 주목했다는 사실 자체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제주 문제는 더 이상 관광객의 무질서나 일부 외국인의 범죄, 부동산 가격 상승만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는 한반도 남쪽의 관광지가 아니라 서해와 동중국해, 대한해협을 동시에 바라보는 전략적 섬이다. 중국과 일본의 해양 활동이 맞부딪히고 대만해협의 긴장이 한반도로 번질 경우 군사·외교적 가치가 급격히 커지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인 땅 40%’라는 착시…문제는 면적보다 집중도
앞서 대만 《자유시보》 계열 경제매체 ‘자유재경’은 지난 2024년 6월 19일 제주도의 투자이민제도와 무사증 입국제도를 다루며 “제주가 중국인의 섬으로 변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제목은 ‘제주도, 중국 섬으로 변했나? 뒤처리로 바쁜 한국 정부’(濟州島變中國島?南韓政府忙收爛尾)다. 해당 보도는 별도의 기자명 없이 ‘LTN경제통’ 기획기사로 게재됐다.
최근 독일 유력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도 중국 자본이 제주 부동산과 관광산업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땅값과 생활비가 오르고, 개발이 중단된 뒤 부담은 지역사회에 남는 문제를 짚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언론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토지는 약 2255만㎡이고, 이 가운데 중국인 소유 비중이 43.5%가량이었다. 중국인 소유 토지를 단순 계산하면 약 981만㎡다. 제주 전체 면적 약 1850㎢와 비교하면 0.5%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따라서 “제주 땅의 40%를 중국인이 소유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40% 안팎이라는 수치는 제주 전체 토지가 아니라 ‘외국인이 소유한 토지 가운데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이 구분을 빼면 경계론은 곧바로 혐오나 괴담으로 흐르게 된다.
그렇다고 문제가 작다는 뜻도 아니다. 토지 총량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에, 어떤 용도로, 누구의 자금이 집중됐는가다. 관광단지와 숙박시설, 카지노, 상업시설 주변에 외국 자본이 몰리고 개발사업이 중단될 경우 지역의 교통·환경·부동산 시장이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명목상 소유주와 실제 투자자, 자금의 최종 출처가 다른 우회투자 가능성도 지속적인 점검 대상이다.
제주도 역시 과거 대만 언론 보도에 대해 “제주가 중국의 섬이 됐다는 표현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과장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외국 자본이 지역 경제의 어느 지점까지 들어왔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관광섬 제주, 군사적으로는 ‘남해의 관문’
군사·안보 측면에서 제주도는 한반도 남쪽의 주요 전략 거점으로 평가된다. 제주 북쪽으로는 한반도 서·남해안이 자리하며, 서쪽으로는 중국 연안과 서해가 이어진다. 남동쪽에는 일본 규슈와 대한해협이 있고, 남서쪽 해역은 이어도와 동중국해로 연결된다. 제주 남방 해역은 대만해협 정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평시 제주 주변 해역은 관광과 물류의 통로로 이용되지만, 유사시에는 함정과 잠수함, 군용기 및 군수지원 전력이 이동하는 작전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제주는 서해·남해·동중국해를 오가는 해군 전력을 지원하고 남방 해상교통로를 감시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반도 남쪽으로 접근하는 수상함과 잠수함의 움직임을 탐지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서귀포시 강정동에 조성된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은 한국 해군 기동전력의 주요 거점 가운데 하나다. 구축함과 군수지원함 등 대형 함정이 정박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서해와 남해, 동해 방면으로 전력을 전개할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이어도 주변 해역과 동중국해의 군사 활동, 남방 해상교통로를 감시하는 데도 전략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제주도의 군사·외교적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 주한미군의 활동이 확대될 수 있고, 중국도 제주 해군기지와 주변 해역의 움직임을 주시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으로서는 중국 해군과 공군의 동중국해 활동이 제주 남방과 이어도 주변으로 확대되는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지리적 조건 때문에 제주는 중국 해군의 서해·동중국해 활동과 태평양 진출 동향을 관찰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중국 역시 제주도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한반도 남쪽의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관심, 경제적 투자인가 전략적 영향력인가
현재까지 중국 정부가 제주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거나 장기적인 편입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신력 있는 자료를 통해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언론과 온라인 공간에서 제주를 중국인의 해외 휴양지로 표현한 사례가 있지만, 이를 중국 정부 차원의 영토 전략과 직접 연결할 근거도 확인되지 않는다.
제주에 유입된 중국 자본은 부동산 투자와 관광산업 진출, 장기 체류 자격 확보 등 경제적 목적이 중심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가 중국 주요 도시와 비교적 가깝고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데다 과거 부동산 투자이민제의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점이 자본 유입의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최근 국내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거나 군 통신 감청을 시도한 중국인들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중국 자본의 제주 진출을 경제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2026년 5월에는 수원·평택·오산 등 한미 군사시설과 국제공항에서 전투기를 수백 차례 촬영하고 관제통신 감청을 시도한 중국인 2명이 형법상 일반이적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외국인에게 일반이적죄가 적용돼 유죄가 인정된 국내 첫 사례였다. 항소심에서도 1심의 실형이 유지됐다.
제주도 역시 이미 관련 활동의 대상이 됐다. 2025년 8월 중국인 남녀 2명이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해군기지 인근에서 드론을 띄워 기지 내부를 촬영하다 적발됐다. 같은 해 또 다른 중국인 남성도 제주해군기지를 드론으로 무단 촬영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개별 사건의 배후와 중국 정부의 연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제주 핵심 군사시설이 외국인의 반복적인 촬영 대상이 됐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이 같은 사례를 고려하면 중국인이 제주 부동산을 취득하고 관광·숙박·상업 분야에서 활동 범위를 넓힐 경우 제주해군기지를 비롯한 국가 중요시설도 정보 노출 위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 된다. 특히 군사시설과 가까운 부동산을 장기간 보유하면 주변을 반복적으로 관찰하거나 촬영하더라도 일반적인 거주·영업 활동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중국인의 부동산 취득 자체를 군사정보 수집 활동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합법적인 투자자와 관광객을 잠재적 위협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고 외국인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 다만 실제 군사시설 촬영과 감청 시도가 형사사건과 유죄판결로 확인된 만큼, 국적과 관계없이 군사시설 주변 부동산의 실소유자와 자금 출처, 이용 목적을 점검하는 것은 필요한 안보 조치로 평가된다.
중국은 해외에서 관광과 기업 활동, 부동산 투자, 교민사회 및 문화 교류를 통해 경제적·사회적 접점을 확대해 왔다. 이러한 기반이 중국 정부의 외교적 영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러 국가에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해군기지와 공항, 항만, 통신·발전시설 등 국가 중요시설 주변의 외국인 토지·건물 거래는 일반 부동산 거래와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요시설 주변의 드론 비행과 무단 촬영, 통신 감청 시도 및 의심스러운 반복 접근 행위도 관광 활동과 분리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적발 사례는 제주에서 외국 자본 관리와 군사시설 보호를 별개의 문제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무사증 제도의 성과와 관리상 허점
제주 무사증 입국제도는 관광 활성화와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해 2002년 도입됐다. 특정 도지사 개인이 추진한 정책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출입국 정책과 제주 개발 구상이 결합해 시행된 제도다.
무사증 제도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제주 관광산업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무사증으로 입국한 일부 외국인의 불법체류와 무단이탈, 단기 원정범죄 사례도 발생하면서 관리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무사증 제도와 범죄 증가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입국 전 심사가 간소화되는 만큼 입국 이후의 체류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무단이탈하거나 단기간 범행 후 출국하는 사례는 지방정부 차원의 관리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출입국 심사와 체류 관리, 국제범죄 정보 분석은 법무부와 경찰청, 관세청, 해양경찰청 등 중앙 행정기관의 업무와 직접 연결돼 있다.
외국인 범죄 실태를 판단할 때는 국적별 발생 건수뿐 아니라 입국자와 체류자 규모를 반영한 범죄율, 범죄 유형, 체류 자격 및 재범 여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일부 외국인의 범죄를 특정 국적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서는 안 되지만, 관광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제도상의 취약성을 축소해서도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3의 역사와 국가안보는 별개로 접근해야
제주는 4·3사건이라는 역사적 상처를 지닌 지역이다.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과 장기간 이어진 침묵은 제주 사회가 군사시설과 중앙정부 주도의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로 분석된다.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고 대규모 군사시설 건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데에도 이러한 역사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점검해야 할 부분은 중앙정부와 제주도가 관광·투자 활성화에 상응하는 출입국 관리와 방첩, 국가 중요시설 보호체계를 충분히 구축했는지 여부다. 관광과 지역개발은 지방정부가 담당하더라도 출입국과 군사안보, 외국 자본의 안보 영향 심사는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영역으로 분류된다.
제주의 평화적 정체성과 국가안보가 반드시 충돌하는 것도 아니다. 외국 자본과 체류 인구의 흐름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군사시설과 핵심 기반시설을 보호하는 것은 평화적 지역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볼 수 있다. 안보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지역 주민에게 필요성과 적용 범위를 충분히 설명하는 절차도 요구된다.
외국인 혐오보다 투명한 관리체계 필요
대만 언론은 중국 자본과 인구의 집중이 장기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으로 전환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중국과 직접 대치하고 있는 대만의 안보 상황이 제주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독일 언론은 외국 자본 중심의 개발이 부동산 가격과 생활비, 환경 및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을 주로 다뤘다.
두 보도는 관점에 차이가 있지만 제주에 유입되는 외국 자본의 규모와 성격, 지역경제 기여도를 보다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문제를 공통으로 제기했다. 제주를 관광객 수와 투자액 중심으로 평가해 온 정책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외국인 소유 토지와 건물 현황을 국적과 지역, 용도별로 세분화해 공개하고 실소유자와 자금의 최종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군사시설과 공항·항만·통신시설 주변의 거래에 대해서는 국가안보 영향을 별도로 심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무사증 제도는 전면 폐지 또는 현행 유지라는 이분법적 접근보다 위험도에 따른 사전 심사와 체류지 확인, 출국 이력 관리 등을 보완하는 방향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관광객의 편의를 유지하면서도 불법체류와 원정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줄이는 방식이다.
합법적으로 여행하거나 거주·투자하는 중국인과 국가안보 위험은 구분해서 다룰 필요가 있다. 국적을 근거로 전체 집단을 잠재적 위협으로 규정하는 것은 외국인 혐오와 외교적 갈등을 키울 수 있다. 반면 외교관계를 고려해 정상적인 토지 관리와 안보 점검을 소홀히 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다.
제주도는 한반도 남쪽과 동북아 해양교통로가 만나는 전략적 지역이다. 이에 따라 제주 문제는 관광과 지역개발 차원을 넘어 출입국, 외국 자본, 군사안보 및 외교정책을 함께 고려해 다룰 필요가 있다.
향후 정책의 핵심은 특정 국가 국민을 배척하는 데 있지 않고 대한민국의 법과 관리체계가 제주 전역에서 일관되게 작동하도록 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백승주 고려대 교수는 중국 자본의 제주 투자와 관련해 “외래자본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특정 자본이 특정 산업에만 몰리면서 제주가 이들 자본의 각축장이 돼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도 “투자 유치가 부동산 개발에 지나치게 집중된 것이 문제”라며 “지역경제와 연계되지 않는 개발사업은 투자 효과보다 난개발과 부동산 가격 상승 같은 부담을 남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