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대통령 입에서 나온 ‘상호주의’...외국인 선거권에도 적용해야
[이슈밸리=사설] 이재명 대통령이 외국인의 국민연금 추후납부 문제를 지적하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안 해주는데 우리나라만 해줄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공식 회의에서 외국인 대상 제도의 원칙으로 ‘상호주의’를 이처럼 분명하게 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문제의식은 꼭 국민연금에만 머물 일은 아니다. 국가의 주권과 지방 권력의 구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선거권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18세 이상 외국인이 영주 체류자격을 취득한 뒤 3년이 지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 있으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에 투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시장·도지사·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권리는 행사할 수 있다.
외국인 지방선거권은 2005년 법 개정을 거쳐 2006년 지방선거부터 시행됐다. 장기간 국내에 거주하고 세금을 내며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외국인에게 지방행정 참여 기회를 보장하자는 취지였다.
당시에는 한국이 먼저 문을 열면 재외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국가들도 이에 호응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도의 불균형은 해소되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은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을 법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중국의 지방 권력을 선출할 수 없고, 일본의 영주권을 가진 한국인 역시 일본 지방선거에 투표할 수 없다.
반면 이들 국가 국민은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한국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지방선거때가 되면 여야, 진보와 보수 사이 외국인 참정권 문제가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외국인 유권자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행정안전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외국인 선거권자는 12만7623명이었으며, 2026년 지방선거에서는 15만1532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외국인이 집중 거주하는 일부 지역에서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특정 국적의 주민을 잠재적인 정치적 위협으로 취급하거나 외국인 선거권을 무조건 박탈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국내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며 세금을 내고 지역공동체에 기여해 온 영주권자의 권익과 사회통합의 가치도 존중해야 한다.
따라서 핵심은 국적이 아니라 국가 간 상호권리의 균형이다. 한국 국민에게 지방선거권을 인정하는 국가의 국민에게는 우리도 같은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에는 동등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상호주의다. 이는 외국인 혐오가 아니라 국가 간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립하는 문제다.
다만 국민연금 추납과 달리 외국인 선거권은 공직선거법에 명시돼 있다. 시행령이나 행정지침만으로 제한할 수 없으며 반드시 국회의 법률 개정과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기존 선거권자의 권리를 갑자기 박탈하는 데 따른 법적 안정성과 외교적 파장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보완책으로 상호주의 적용과 함께 국내 실거주 기간을 더욱 엄격히 확인하고, 지방세 납부와 장기 거주 여부 등 지역공동체와의 실질적 연계성을 심사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
단순히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났다는 형식적 요건만으로 지방 권력 구성에 참여하도록 한 현행 기준이 충분한지도 점검할 때가 됐다.
이 대통령은 국민연금 문제를 두고 “다른 나라에서 안 해주는데 우리나라만 해줄 의무는 없다”고 했다. 연금 제도에서 타당한 원칙이라면 국가의 정치적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선거권에서는 더욱 엄격하게 검토돼야 한다.
정부와 여야는 대통령이 꺼낸 상호주의 원칙을 외국인 관련 제도 전반으로 확대해 살펴봐야 한다. 포용은 일방적인 권리 제공을 뜻하지 않는다. 상대국 국민에게 우리가 보장하는 권리만큼 우리 국민도 그 나라에서 존중받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속 가능한 개방이자 공정한 상호주의다.
이를 실천한다면 이 대통령 지지율이 많이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