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터리] 자폭드론이 바꾼 우크라 전쟁…FP-1 vs 게란 ‘가성비 양강’

대당 수천만원으로 수십억원짜리 시설 타격…FP-1·게란 계열 선두 프로펠러형은 장거리·대량공격, 제트형은 속도·방공망 돌파에 초점 미래 전장, 고가 미사일보다 ‘값싼 드론 수백 대’가 승패 좌우

2026-09-02     이슈밸리

 

[이슈밸리=윤대우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제트추진형 게란 드론을 대량 투입하면서 세계 자폭드론 경쟁도 ‘더 멀리, 더 빠르게, 더 싸게’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에서 말하는 자폭드론은 MQ-9 리퍼와 같은 거대한 공격무인기와 성격이 다르다. 표적까지 한 번만 비행해 탄두와 함께 폭발하는 ‘일방향 공격 무인기’다. 정식 군사용어로는 체공형 탄약 또는 일방향 공격드론으로 분류된다.

이들 드론의 위력은 개별 기체의 폭발력보다 가격 대비 타격 효과에서 나온다. 수백~수천만원대 드론으로 정유공장과 탄약고, 발전시설, 레이더 등 수십억∼수천억원 상당의 전략시설을 공격하고, 상대에게 더 비싼 요격미사일을 사용하도록 강요한다.

공개된 가격과 사거리, 탄두중량, 생산량, 실전 성과를 종합하면 현재 우크라이나전의 ‘가성비 최강’ 장거리 자폭드론은 우크라이나의 FP-1과 러시아의 게란 계열로 압축된다.

우크라이나 FP-1…5만5000달러로 1600㎞ 이상 타격

세계 방산업계 정보에 따르면 가격 대비 공격 효율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종은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파이어포인트가 개발한 FP-1이다.

공개된 초기 제원을 기준으로 FP-1의 사거리는 약 1600㎞, 탄두중량은 임무에 따라 60∼120㎏으로 알려졌다. 대당 가격은 약 5만∼5만8000달러로 추정된다. 환율을 1달러당 1400원으로 가정하면 약 7000만∼8100만원이다.

최신 개량형은 날개와 연료탱크를 개선해 2500㎞ 이상을 비행한 사례가 보도됐지만, 최대사거리와 생산량 상당 부분은 제작사 발표나 우크라이나 측 설명에 의존하고 있어 독립적인 검증은 필요하다.

FP-1의 가장 큰 장점은 첨단 소재보다 합판과 발포재, 복합소재 등 비교적 저렴한 부품을 사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위성항법과 관성항법을 함께 사용하고 전파교란 상황에서도 사전에 입력된 경로를 따라 비행하도록 설계됐다.

속도는 제트형보다 느리지만 낮은 고도로 우회 비행하면서 러시아 방공망의 빈틈을 노린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정유공장과 탄약고, 군수공장, 비행장 등 러시아 후방의 고정표적 공격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러시아 게란-2…‘물량전’에서 가장 위협적

러시아가 자랑하는 게란-2는 이란 샤헤드-136을 기반으로 개량한 프로펠러식 자폭드론이다.

통상적인 사거리는 1000∼2000㎞ 이상으로 평가되며 초기형 탄두는 약 40∼50㎏이었다. 러시아는 이후 탄두를 약 90㎏까지 늘린 개량형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두가 무거워지면 연료 탑재량이 줄어 사거리가 약 650㎞ 수준으로 감소하는 방식이다.

대당 가격은 생산방식과 계약조건에 따라 약 2만∼8만달러로 추산된다. 우리 돈으로 약 2800만∼1억1200만원이다. 이란의 수출가격과 러시아 현지 생산비, 항재밍 장비와 통신장치를 추가한 개량형의 가격이 달라 단일한 가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게란-2의 핵심 경쟁력은 최고 성능이 아니라 생산량과 운용 방식이다. 러시아는 값싼 미끼 드론과 실제 탄두를 장착한 게란을 섞어 수십∼수백 대씩 발사한다. 여기에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까지 결합해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탐지·추적·요격 능력을 분산시킨다.

대당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방공미사일로 수만달러짜리 게란을 요격하면 막아낸 쪽도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된다. 이런 ‘비용 교환비’가 게란의 실질적인 공격력이다.

또, 우크라이나 류티…더 큰 탄두로 정유시설 노려

우크라이나의 AN-196 류티는 ‘우크라이나판 샤헤드’로 불리는 장거리 자폭드론이다.

사거리는 약 1000㎞ 이상, 탄두중량은 개량형에 따라 약 50∼75㎏ 이상으로 평가된다. 가격은 대당 약 20만달러, 한화로 약 2억80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공식 계약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FP-1이나 게란보다 비싸지만 상대적으로 큰 기체에 더 많은 연료와 장비를 탑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류티를 러시아의 정유공장과 석유저장시설, 공군기지 등 고가치 표적 공격에 사용해왔다.

류티는 최근 단순한 일회용 자폭드론을 넘어 소형 미사일이나 다른 드론을 탑재하는 재사용 무인공격기로 발전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대형 드론이 소형 자폭드론을 목표 인근까지 운반한 뒤 발사하는 ‘드론 모선’ 개념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제트추진 버전 게란…속도로 요격시간 줄여

러시아가 최근 투입을 늘리는 제트추진형 게란은 기존 게란-2의 약점이었던 느린 속도를 보완한 기종이다.

공개 보도를 종합하면 제트형 게란의 순항속도는 시속 약 350∼500㎞, 사거리는 기종별로 약 600∼950㎞로 추정된다. 기존 프로펠러형보다 2∼3배 빠르기 때문에 이동식 대공기관포와 저가형 요격드론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반면 제트 엔진은 가격과 연료 소모가 크다. 같은 크기의 프로펠러식 드론보다 사거리가 짧고 대량생산 비용도 높아진다. 정확한 대당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러시아는 프로펠러형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두 종류를 혼합할 가능성이 크다. 값싼 프로펠러형이 방공망을 소모시키고 제트형이 그 틈을 빠르게 돌파하는 방식이다.

우크라이나의 팔랴니차와 페클로는 일반적인 프로펠러 자폭드론보다 빠른 ‘미사일 드론’으로 분류된다.

팔랴니차·페클로…드론과 순항미사일의 경계

팔랴니차는 공개 제원상 사거리 약 650㎞, 최고 시속 약 900㎞, 탄두 탑재량 최대 100㎏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가격이 100만달러 미만이라고 밝혔지만 세부 생산단가는 공개하지 않았다.

페클로는 최고 시속 약 700㎞, 사거리 약 700㎞ 수준으로 전해진다. 제트 엔진을 사용해 방공망 대응시간을 줄이면서 전통적인 순항미사일보다는 저렴한 무기를 목표로 개발됐다.

이들 무기는 FP-1이나 게란보다 비싸고 사거리도 상대적으로 짧지만 속도와 명중률, 탄두중량에서 우위가 있다. 방공망과 지휘소, 탄약고 등 반드시 파괴해야 하는 고가치 표적에 적합하다.

종합적으로 보면 장거리와 탄두중량, 가격을 함께 고려한 가성비에서는 FP-1이 앞선다. 실제 대량생산 능력과 포화공격 전술, 실전 투입 규모에서는 게란 계열이 가장 위협적이다.

제트형 게란과 팔랴니차·페클로는 방공망 돌파력이 강하지만 가격과 생산량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단순 순위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미래 전장, ‘한 발의 명중’보다 ‘수백 대의 협동’

앞으로 자폭드론은 단독으로 표적을 찾아가는 무기에서 다수 기체가 역할을 분담하는 집단형 무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정찰드론이 방공레이더의 위치를 찾고 미끼 드론이 레이더를 켜도록 유도한 뒤, 전자전 드론이 통신을 방해하고 마지막으로 실제 탄두를 장착한 자폭드론이 표적을 타격하는 방식이다. 수백 대가 하나의 지휘체계에서 움직이는 ‘드론 복합공격’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인공지능과 영상인식 기술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위성항법 신호가 차단되더라도 지형과 건물, 도로를 카메라로 인식해 목표지점까지 비행하는 체계다. 최종 단계에서는 사전에 입력된 표적과 실제 영상을 비교해 공격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드론 모선도 새로운 흐름이다. 장거리 대형드론이 소형 FPV 드론 여러 대를 적 후방까지 운반한 뒤 각각 다른 표적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자폭드론이 다시 소형드론을 운반하는 ‘다단계 공격’이 가능해지면 현재의 방공망은 훨씬 복잡한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 자폭드론 실전배치…스텔스 무인공격기는 개발 중

한국군도 공격용 무인기를 일부 실전배치하고 차세대 스텔스 무인전투체계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다만 현재 운용 중인 자폭드론은 해외 도입 기종이 중심이며, 우크라이나의 FP-1이나 러시아의 게란처럼 1000㎞ 이상을 비행하는 국산 장거리 자폭드론은 아직 본격적인 전력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한국군은 특수전 부대를 중심으로 이스라엘산 ‘로템-L’을 운용하고 있다. 병사가 휴대할 수 있는 소형 자폭드론으로, 표적 주변을 비행하며 정찰하다가 필요할 경우 직접 돌진해 폭발한다.

폴란드산 ‘워메이트’ 자폭드론도 약 240대가 도입돼 실전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메이트는 약 30㎞ 범위에서 장갑차와 지휘소, 포병진지 등을 정밀타격하는 무기다.

국산 중형 자폭드론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저궤도 위성 데이터링크를 적용한 중형 자폭무인기 설계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위성과 연결해 지상 통신망의 범위를 넘어 원격으로 통제하고, 전파교란 환경에서도 북한 후방의 지휘시설과 미사일기지 등을 타격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현재는 기술개발 단계로, 시험평가와 체계개발·양산 절차를 거쳐야 실제 군 전력으로 배치될 수 있다.

보다 장기적인 공격 플랫폼은 국방과학연구소와 대한항공이 개발 중인 ‘저피탐 무인편대기’다.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형상의 무인기가 KF-21 등 유인전투기와 함께 비행하며 정찰과 전자전, 적 방공망 제압, 지상 정밀타격 임무를 나눠 수행하는 개념이다.

저피탐 무인편대기 기술시범기 1호기는 2025년 출고됐다. 향후 유인전투기 조종사가 공중에서 여러 대의 무인기를 통제하는 복합비행시험을 거쳐 본격적인 체계개발 단계로 넘어갈 예정이다. 무인기용 국산 엔진과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 인공지능 자율비행, 전파흡수구조 기술도 함께 개발되고 있다. 

이른바 ‘가오리-X’로 알려진 무미익 스텔스 무인기 기술도 이런 개발의 기반이 됐다. 꼬리날개를 없앤 전익형 형상과 전파흡수재를 적용해 레이더 반사면적을 줄이고, 적 방공망 안쪽으로 침투해 감시·정찰과 전자전, 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한국형 무인전투기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형 공격드론 전력은 현재 ‘해외 자폭드론 실전운용→국산 중형 자폭드론 개발→스텔스 무인편대기 전력화’의 3단계로 볼 수 있다. 단거리 전술급 자폭드론은 이미 운용 중이지만, 장거리 자폭드론과 스텔스 무인공격기는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성능뿐 아니라 가격과 생산량이다. 스텔스 무인편대기는 적 방공망을 뚫는 고난도 임무에 투입하고, 저가형 자폭드론은 북한의 장사정포와 이동식 미사일발사대, 지휘소를 상대로 대량 운용하는 이원화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전이 보여준 것처럼 고성능 기체 몇 대보다 전시에 수천 대를 신속하게 생산하고 하나의 지휘망으로 운용하는 능력이 한국형 드론전력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치적 이유로 국군드론작전사령부가 해체되고 타격드론 운용이 육·해·공군과 해병대로 이관되면서, 각 군의 현장 대응력은 높아질 수 있지만 합동작전의 통합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작전권이 없는 국방드론본부가 신설되더라도 유사시 각 군의 표적정보와 정찰·전자전·타격전력을 실시간으로 조정할 합동지휘체계가 불명확하면 중복 타격과 전력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

우수한 드론 확보와 함께 군별 전력을 하나로 묶어 운용할 실질적인 합동작전 컨트롤타워를 갖추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