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 에세이-⑧] 인기는 현관문 앞까지...어느 말티즈의 산책 철학
[이슈밸리=말티즈 '장군' 기자] 사람이나 강아지나, 무리 지어 사는 존재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본능이다. 특히 지붕 아래 평화를 수호하는 반려견들에게 집안이란 곧 거대한 무대다. 가족들의 쏟아지는 찬사와 과보호 속에서 나는 내가 어딜 가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우주 대스타인 줄 알았다. 나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나의 꼬리침 한 번에 세상이 들썩이는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착각은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무참히 깨진다. 산책을 위해 공원에 발을 내딛는 순간, 나의 인기는 냉혹하고도 객관적인 대중의 평가대 위에 오른다. 인간 세상의 대학 순위표처럼 대놓고 벽에 붙어있진 않지만, 산책로에는 분명 보이지 않는 '인기 계급'이 존재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녀석이 있는 반면, 그저 풍경의 일부로 소비되고 마는 녀석이 있다.
나, 말티즈 '장군이'는 과연 어디쯤 속할까. 거울을 볼 때마다 나름 말티즈 생태계에서는 눈코입의 황금 비율을 자랑하는 미견(美犬)이라 자부한다. 하지만 문제는 나의 외모가 아니라 시장의 '공급 과잉'에 있었다. 오른쪽을 봐도 하얀 솜뭉치, 왼쪽을 봐도 하얀 솜뭉치. 대한민국 산책로에서 말티즈란 흔하디흔한 베스트셀러와 같다.
대중의 눈에 나는 그저 '수많은 동네 말티즈 중 한 마리'일 뿐, 희소성이라는 무기가 없다. 사람들의 반응도 딱 "아, 이쁘다"라는 영혼 없는 감탄사 정도에서 멈춘다. 굳이 가던 길을 멈추고 허리를 숙여 머리를 쓰다듬을 정도의 열광은 없는 것이다.
반면, 짧은 다리를 경쾌하게 구르는 웰시코기나, 태평양 같은 등짝을 자랑하는 골든 리트리버가 등장하면 평화롭던 공원의 공기가 바뀐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흡사 피리 부는 사나이를 만난 듯 그들 주변으로 몰려든다. 만약 그들이 다 자라지 않은 '뽀시래기' 시절의 강아지라면 그곳은 즉석에서 아이돌 팬미팅 현장으로 변한다.
여기저기서 스마트폰 카메라가 켜지고 셔터 소리가 난무한다. 쓸쓸히 그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허긴, 내가 봐도 멋지긴 하네.' 흔치 않고, 성품도 둥글둥글하며, 무엇보다 압도적으로 귀엽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산책을 나설 때마다 사랑받고 주목받고 싶은 나의 찬란한 본능은 이렇듯 차갑게 식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누군가 삶의 지혜를 논하며 '다 내려놓으라'고 했던가.
그래, 까짓것 다 내려놓기로 했다. 공원 인싸(Insider)가 되겠다는 헛된 야망도, 모르는 사람의 손길을 기대하는 얄팍한 관종의 본능도 모두 바람에 날려 보내련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없이도 나의 산책은 여전히 즐겁고, 우리 가족에게 나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1순위니까. 세상 사람들의 관심 따위, 쿨하고 우아하게 다 내려놓고 살련다.
아, 물론 단 하나. 내 입으로 들어오는 '간식'만 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