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칼럼] 38%와 50% 사이…李 대통령과 여권이 놓쳐선 안 될 민심의 경고
[이슈밸리=윤대우 편집장] 같은 주 발표된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가 조사기관에 따라 30%대 중후반부터 50%까지 크게 엇갈렸다. 어느 조사에서는 국민 절반이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다른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가 40% 선에도 미치지 못했다.
숫자만 보면 혼란스럽다. 그러나 어느 한 조사는 맞고 다른 조사는 틀렸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조사 방식과 표본 추출, 질문 환경이 다르면 결과에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읽어야 할 핵심은 개별 숫자의 우열이 아니다. 동일한 조사기관의 시계열을 기준으로 볼 때 지난봄보다 국정운영 긍정 평가가 상당 폭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50%에 안도할 때도 아니고, 30%대 수치만으로 국정 기반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단정할 때도 아니다. 다만 국민이 대통령과 여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보다 엄격해졌다는 경고만큼은 분명하게 읽어야 한다.
이번 주 발표 조사, 36.3%부터 50%까지
이번 주 발표된 여론조사 가운데 세 건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30%대로 나타났다.
에브리리서치가 에브리뉴스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가 38.7%, 부정 평가가 58.8%였다. 무선전화 RDD를 활용한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였다.
여론조사공정이 펜앤드마이크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가 36.3%, 부정 평가가 60.9%로 집계됐다. 무선전화 RDD 자동응답 조사로 응답률은 2.4%, 표본오차는 ±3.1%포인트였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22~24일 전국 성인 2,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가 38.9%, 부정 평가가 57.9%였다. 무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8%, 표본오차는 ±2.2%포인트였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8~21일 전국 성인 2,026명을 조사한 주간 집계에서는 긍정 평가가 40.2%, 부정 평가가 56.9%로 나타났다.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2.8%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27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긍정 평가가 50%, 부정 평가가 43%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긍정 평가는 1%포인트 올랐고 부정 평가는 변하지 않았다.
NBS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4~26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이며 응답률은 15.4%, 표본오차는 ±3.1%포인트였다.
따라서 “세 곳에서 모두 38%가 나왔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엄밀하게는 이번 주 발표된 조사 중 세 건에서 각각 36.3%, 38.7%, 38.9%가 나왔다고 해야 한다.
조사 방식이 다르면 숫자도 달라질 수 있다
자동응답 조사와 전화면접 조사의 차이를 단순히 정확성의 우열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ARS 조사는 기계음에 따라 응답자가 직접 번호를 누르고, 전화면접은 조사원이 질문을 읽어주고 답변을 기록한다. 표본 추출과 조사 시간, 질문 순서, 무응답 처리, 가중치 적용 등에서도 조사기관별 차이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같은 시기 같은 대상을 조사해도 조사 방식에 따른 ‘모드 효과’와 기관별 고유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응답률 역시 함께 살펴야 할 지표지만, 응답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민심에 더 가깝거나 낮다는 이유만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모집단을 얼마나 충실하게 대표했는지, 표본이 어떤 방식으로 추출됐는지, 조사 결과에 어떤 가중치가 적용됐는지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표본오차도 특정 조사가 현실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보증이 아니다. 통계적 표본오차 외에도 응답 거절이나 문항 구성, 조사 방식에서 비롯되는 비표본오차가 존재한다. 특히 서로 다른 기관의 결과 차이를 각 조사의 표본오차만으로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결국 38%와 50% 가운데 하나를 ‘진짜 민심’으로 확정하는 것은 무리다. 가장 신뢰할 만한 해석은 특정 시점의 서로 다른 조사 결과를 단순 비교하기보다 동일 기관·동일 방식으로 축적된 변화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다.
방식은 달라도 같은 기관의 흐름은 하락
동일 조사기관의 시계열로 보면 민심의 변화는 비교적 명확하다.
NBS에서 이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지난 4월 둘째 주와 넷째 주 각각 69%였다. 이번 8월 넷째 주 조사에서는 50%로 내려왔다. 동일 기관 조사에서 약 넉 달 사이 19%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부정 평가는 같은 기간 22%에서 43%로 21%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흐름만 보더라도 NBS 긍정 평가는 7월 초 58%에서 55%, 53%, 49%로 하락한 뒤 이번 조사에서 50%로 1%포인트 반등했다. 하락세가 일단 멈췄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이를 다시 견고한 상승세로 전환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한국갤럽에서도 지난 4월 중순 66%였던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가 8월 셋째 주 45%로 낮아졌다. 지난 18~20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긍정과 부정 평가가 각각 45%로 같았다.
조사기관에 따라 절대 수치와 낙폭은 다르다. 그러나 NBS와 한국갤럽처럼 전화면접 방식으로 꾸준히 조사해 온 기관에서도 지난봄과 비교해 긍정 평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이번 주 일부 ARS 조사에서 30%대가 나왔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대목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나의 자극적인 숫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조사기관의 장기 흐름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 평가가 이전보다 나빠졌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50%는 안도할 숫자도, 무시할 숫자도 아니다
NBS의 50%는 여전히 국민 절반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다. 대통령과 정부가 일정한 국정 신뢰와 지지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50%를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포괄적 동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같은 조사에서도 부정 평가가 43%에 이르렀고 긍정 평가와의 격차는 7%포인트에 불과하다. 지난 4월 긍정과 부정의 격차가 47%포인트였던 점을 고려하면 정치적 여유 공간은 크게 줄어들었다.
30%대 조사 역시 정권의 운명이 이미 결정됐다는 증거는 아니다. 조사 방식과 기관별 차이를 고려해야 하고, 여론은 정책 성과와 정치 상황에 따라 다시 움직일 수 있다. 다만 여러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크게 앞서거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대통령과 여당이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유리한 조사 결과만 골라 “국민 절반이 지지한다”고 강조하거나, 불리한 결과를 조사 방식의 문제로만 돌리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야권도 가장 낮은 수치만을 선택해 전체 민심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숫자는 정치적 무기가 아니라 국민의 평가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여야 한다.
다수 의석은 국민 동의의 영구 보증서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의회 다수 의석을 국민의 지속적인 동의와 동일하게 여기는 태도다.
선거에서 확보한 의석은 국민이 일정 기간 국정을 책임지라고 맡긴 권한이지 모든 정책과 법안에 사전 동의를 부여한 백지수표는 아니다. 다수 의석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인 동시에 그 결과에 더 큰 책임을 지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민생과 경제, 부동산, 사법제도 개편, 외교·안보와 같은 사안은 국민 생활과 국가 시스템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문제일수록 의석수에 기대어 처리 속도만 높이기보다 정책의 필요성과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반대 의견을 검토하며, 제도적 견제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
국회의 표결에서 이겼다는 사실이 곧 국민을 설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입법 절차를 완료하는 것과 사회적 신뢰를 얻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다수의 힘이 충분한 숙의와 조정 과정을 생략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국민의 경계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여당은 최근의 평가 하락을 특정 세력의 정치적 공세나 일시적 여론 변동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정책의 내용뿐 아니라 추진 과정과 설명 방식, 야당 및 사회 각계와의 소통, 비판에 대응하는 태도까지 폭넓게 돌아봐야 한다.
겸허하게 경고를 들을 것인가
헌법 제1조가 천명한 ‘주권재민(主權在民)’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선 엄연한 현실이다. 행정부의 수반도, 입법부를 장악한 거대 정당도 이 절대적인 원칙을 거스를 수는 없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지표들은 저마다 엇갈린 수치를 내놓았으나, 그 이면에는 단 하나의 무거운 화두가 관통하고 있다. 당정이 싸늘해진 민의를 직시하고 국정 기조를 쇄신할 것인가, 아니면 의회의 수적 우위에 기대어 기존의 일방통행식 행보를 고수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긍정 평가 50%는 결코 안주할 수 있는 철옹성이 아니며, 36.3%라는 지표 역시 단일 조사만으로 민심의 전체상을 재단할 절대적 척도는 아니다. 그러나 동일 기관의 추이에서 불과 넉 달 만에 지지세가 유의미하게 내려앉았다는 사실은 정권의 명운을 찌르는 뼈아픈 경고장이다.
대중은 정부의 가시적 성과를 고대하면서도, 그것이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의를 훼손한 위에서 구축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통치에 동력은 필수적이나, 절제를 상실한 추진력은 곧 아집과 독선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의회 내 다수 의석은 국정 운영을 위한 물리적 도구일 뿐, 무소불위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면벌부가 될 수 없다.
현재 집권 세력이 주시해야 할 대상은 입맛에 맞는 50%의 환상도, 뼈아픈 36.3%의 충격도 아니다. 부유하는 수치들 아래 도도하게 흐르는 경고의 기류다. 지금이라도 오만을 거두고 자성한다면 무너진 신뢰를 수복할 반전의 계기는 열려 있다.
하지만 유리한 통계만 취사선택하며 비판을 철저히 묵살한다면, 주권자는 언제든 더욱 가혹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정권의 행보를 멈춰 세울 것이다. 민심을 배반한 권력을 다수 의석이라는 앙상한 방패만으로 지켜낸 전례는 역사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만한 권력의 폭주를 심판하는 최후의 보루는 언제나 깨어있는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