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교육재정 줄여도 학생들 ‘밥그릇 예산’ 반드시 지켜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 55년 만에 개편 학교급식 연간 8조2633억원…실제 식품비는 4조3013억원 물가 반영 못 하면 식재료 양·품질 저하 우려
[이슈밸리=주말뉴스팀]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55년 만에 개편하기로 하면서 교육재정의 효율적인 배분과 함께 학교급식 예산을 안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초·중·고교에 자동 배분되는 재원의 증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교육계에서는 교부금 증가 폭이 줄어들 경우 일선 교육청과 학교가 받는 재정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예산 조정 과정에서 성장기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비까지 절감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급식은 단순히 한 끼를 제공하는 복지사업이 아니라 학생의 건강과 학습을 뒷받침하는 교육활동이기 때문이다.
내국세 연동 폐지…성장률·학생 수 반영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배분하는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이 폐지된다. 앞으로는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간의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 등을 반영해 다음 연도 교부금 규모를 결정한다.
정부는 새 제도를 적용하더라도 교육교부금이 2026년 75조7000억원에서 2027년 78조9000억원, 2028년 84조3000억원, 2029년 90조1000억원, 2030년 92조7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은 5.2%로 추산됐다.
개편된 산식에 따라 산출한 교부금이 전년보다 줄어들 경우에는 차액을 보전해 총액이 감소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법률에 담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번 개편을 교육 예산의 단순한 대폭 삭감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명목상 교부금 총액은 계속 증가하고 전년보다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마련되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내국세 연동 방식을 유지했을 때와 비교하면 초·중등 교육에 자동 배분되는 재원의 증가 폭은 줄어들 수 있다. 기존 방식과 새 산식 사이의 차액은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 계정으로 옮겨 영유아·고등·평생교육과 인재 육성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8조원 급식비 중 실제 먹거리는 4조3000억원
학교급식 예산은 교육재정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가장 최근 집계된 2024년 기준 전국 학교급식 소요 예산은 8조2633억원이다. 2014년보다 약 2조6620억원 증가한 규모다. 식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 노후 급식시설 개선 등이 예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8조원이 모두 학생들의 식판에 올라가는 음식값은 아니다.
전체 급식 예산 가운데 쌀과 고기, 생선, 채소, 과일 등 식재료를 구입하는 식품비는 4조3013억원이다. 전체 급식 예산의 약 52.1%에 해당한다. 나머지는 조리 종사자 인건비와 연료비·시설유지비 등 운영비, 급식시설·설비 개선비 등에 사용된다.
2024년 지방교육재정 전체 세출 95조5000억원과 단순 비교하면 학교급식 전체 비용은 약 8.7%, 실제 식품비는 약 4.5% 수준이다.
다만 학교급식비에는 교육청 재원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지원금과 일부 보호자 부담금 등이 포함돼 있다. 지방교육재정 세출과 급식비의 회계 범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만큼 비율은 전체적인 규모를 살펴보기 위한 참고 수치로 볼 필요가 있다.
학생 한 끼 식품비 평균 4400원 안팎
현재 학교급식은 전국 1만2047개 학교에서 하루 평균 517만명에게 제공된다. 전체 학생의 99.9%가 급식을 이용하고 있어 사실상 보편적인 교육복지 제도로 자리 잡았다.
연간 급식일수를 약 190일로 놓고 2024년 식품비 4조3013억원을 단순 환산하면 학생 한 끼에 투입되는 식품비는 평균 4400원 안팎이다.
학교와 지역, 학생 수에 따라 실제 단가는 달라지지만 이 금액으로 밥과 국, 반찬, 김치, 과일 등을 구성해야 한다. 영양 기준과 식품 안전, 학생들의 기호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식품비는 물가 변동에도 민감하다. 육류와 생선, 채소, 과일 가격이 오르더라도 학생 1인당 급식 단가가 동결되면 같은 예산으로 구입할 수 있는 식재료의 양과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명목상 예산을 삭감하지 않더라도 식품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구매력은 감소한다. 이 경우 과일 제공 횟수가 줄거나 고기와 생선의 양이 작아지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재료와 가공식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산서에서는 학생 한 명당 몇백원의 차이지만, 식판에서는 반찬의 종류와 양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학교급식은 성인 식대와 달라
학교급식을 일반 공무원이나 기업 직원의 식대와 같은 기준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성인은 구내식당 식단이 부족하면 개인 비용으로 다른 음식을 구입할 수 있다. 학생은 정해진 시간에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을 먹어야 한다. 가정 형편에 따라 학교급식이 하루 중 가장 균형 잡힌 식사인 학생도 있을 수 있다.
초·중·고교 학생은 뼈와 근육이 형성되고 신체가 빠르게 자라는 시기다. 두뇌 활동과 학습 집중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충분한 단백질과 채소, 과일을 섭취할 필요가 있다.
학교급식이 단순한 ‘배식’을 넘어 성장과 건강, 식생활 교육을 포함하는 교육활동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급식비를 줄이면 학생에게 제공되는 음식뿐 아니라 조리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인력과 운영비가 부족해질 경우 손이 많이 가는 신선 식단보다 조리가 상대적으로 간편한 메뉴의 비중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식품비와 함께 조리 인력, 환기설비, 위생관리 비용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급식비에 별도 ‘보호선’ 필요
정부와 교육부, 시·도교육청은 교부금 개편 과정에서 학교급식 예산을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학생 1인당 식품비가 식품 물가 상승률보다 낮게 조정되지 않도록 최소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급식비를 단순히 전년도 수준으로 동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식재료 구매력이 유지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지역 간 급식 단가 격차를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과 교육청의 우선순위에 따라 학생들이 제공받는 식재료의 질과 양이 달라지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급식 예산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체 급식비 가운데 식품비와 인건비, 운영비, 시설비가 각각 얼마나 사용됐는지 공개하면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예산 조정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급식 단가를 동결하거나 낮출 때는 영양 기준과 식재료 품질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급식비 총액이 유지됐다는 사실만으로 학생들의 식단 수준까지 유지됐다고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산 조정에도 우선순위 있어야
교육재정도 변화한 환경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학생 수가 줄고 새로운 교육 수요가 발생했다면 오래된 사업과 중복 투자를 정리하고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학교 신·증축과 시설공사, 각종 행사와 홍보사업 등도 필요성과 효과를 기준으로 점검할 수 있다. 비어가는 학교와 활용도가 낮은 시설에 대한 재정 투입 역시 재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재정 효율화가 일선 학교의 급식 식품비를 일률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성장기 학생의 식사는 집행 시기를 늦추거나 다음 연도로 미룰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교부금 개편으로 전국 학교의 급식비가 일률적으로 삭감된 것은 아니다. 급식 예산 감축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교육청이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의 증가 폭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학교급식에도 절감 압력이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가 교육재정 개편의 취지를 설명하더라도 학생들의 식판이 이전보다 부실해진다면 학부모와 학생이 체감하는 정책은 재정 효율화가 아닌 교육복지 후퇴가 될 수 있다.
교육재정의 산정 방식은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다만 실제 먹거리를 구입하는 연간 4조3000억원의 식품비만큼은 물가와 학생 건강을 기준으로 안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