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탐구] 트럼프 ‘폭풍 트루스소셜’ 뒤엔 미녀 비서가…‘인간 프린터’ 나탈리 하프
트럼프 구술 받아 실시간 작성·게시…온라인 메시지의 ‘숨은 손’ 기사 선별부터 게시물 초안까지…대통령 정보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 모든 게시물은 트럼프가 승인…백악관 “대통령이 직접 올리기도”
[이슈밸리=권동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트루스소셜에 쏟아내는 수많은 게시물 뒤에는 좀처럼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 한 여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속 비서 나탈리 하프(Natalie Harp)다. 트럼프가 자신의 생각을 빠르게 말하면 하프는 옆에서 노트북으로 받아 적는다. 문장을 정리해 게시물로 만들고 트럼프의 승인을 받은 뒤 그의 계정에 올리는 것도 하프의 주요 업무다.
트럼프 특유의 짧고 직설적인 문장과 대문자 표현, 정적을 향한 거침없는 공격이 실시간으로 트루스소셜에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하프의 밀착 보좌가 있었던 셈이다. 어느 날은 30개 정도 글을 올리기도 한다.
트럼프가 말하면 하프가 입력한다
트럼프의 트루스소셜 게시물은 일반적인 백악관 공식 메시지와 성격이 크게 다르다. 참모진의 장시간 검토를 거쳐 다듬어진 보도자료라기보다 트럼프가 순간적으로 느낀 분노나 생각, 정치적 판단이 거의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이 과정에서 하프가 트럼프의 ‘손’ 역할을 한다. 2024년 대선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트럼프가 내용을 구술하고 하프가 옆에서 노트북에 입력하는 모습이 담겼다.
하프는 트럼프가 지시한 문장을 받아 적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트럼프가 관심을 가질 만한 기사와 게시물을 찾아 출력하고, 트루스소셜에 올릴 콘텐츠를 제안하는 역할까지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하프는 트럼프에게 보여줄 게시물 초안을 종이로 출력해 전달하고 승인을 받은 뒤 대통령 계정에 접속해 여러 게시물을 한꺼번에 올리기도 한다. 근무시간이 끝난 늦은 밤에도 게시 작업은 이어진다.
다만 백악관은 트루스소셜에 올라오는 모든 문구를 하프가 독자적으로 작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게시물의 최종 내용은 트럼프가 직접 승인하며 일부 게시물은 트럼프 본인이 직접 작성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하프를 트럼프 메시지의 ‘저자’라기보다 그의 생각을 온라인 언어로 옮기는 핵심 실행자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132일 동안 2262건…대통령 메시지의 생산라인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사용량은 기존 정치인의 소셜미디어 활동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132일 동안 그의 계정에 총 2262건의 게시물이 올라왔다고 분석했다. 하루 평균 17건이 넘는 규모다. 정책 발표와 외교 현안뿐 아니라 언론 보도, 여론조사, 정적에 대한 비판과 지지자들의 게시물까지 폭넓게 다뤘다.
이처럼 방대한 게시물을 트럼프 혼자 작성하고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프는 트럼프의 생각을 받아 적고 관련 자료를 찾아 전달하며 승인된 문구를 게시하는 사실상의 ‘트루스소셜 운영실’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의 말이 하프의 노트북을 거쳐 수백만 명에게 전달되는 구조다. 대통령 집무실과 전용기, 선거 유세장과 골프장 등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휴대용 프린터 들고 밀착 수행
하프에게는 ‘인간 프린터(Human Printer)’라는 독특한 별명이 붙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온라인 화면보다 종이로 출력된 기사를 선호하자 하프가 노트북과 휴대용 프린터를 들고 그를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골프를 치는 동안에도 인터넷에서 관련 기사를 검색해 출력하고 이를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 기사와 방송 보도, 보수 성향 매체의 논평, 지지자들이 작성한 소셜미디어 게시물까지 하프의 손을 거쳐 트럼프에게 전달된다. 트럼프가 이 가운데 마음에 드는 내용을 고르면 다시 트루스소셜 게시물로 가공돼 온라인에 올라온다.
정보가 ‘온라인 검색→종이 출력→트럼프 승인→온라인 게시’의 순서로 순환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하프는 단순 수행비서를 넘어 트럼프가 무엇을 보고 어떤 현안에 반응할지를 결정하는 ‘정보 문지기’로도 평가된다.
암 투병 사연으로 시작된 트럼프와의 인연
1991년생인 하프는 캘리포니아의 보수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했다. 포인트로마 나사렛대학교를 졸업한 뒤 리버티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그가 트럼프의 눈에 띈 것은 2019년이었다. 골수암 투병 경험이 있는 하프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가 서명한 ‘시도할 권리법’ 덕분에 실험적 치료를 받을 기회를 얻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다만 해당 법과 하프가 받은 치료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해서는 일부 의료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하프는 이후 트럼프 대선 캠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2020년 공화당 전당대회 연단에도 올랐다. 보수 성향 방송사 원아메리카뉴스(OAN) 진행자를 거쳐 2022년 트럼프 보좌진에 합류했다.
2024년 대선 기간에는 트럼프를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하는 참모로 부상했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2025년 1월 대통령 전속 비서로 백악관에 입성했다.
대통령 ‘확성기’인가, 정보 편식 통로인가
하프의 역할을 두고 백악관 안팎에서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누구보다 빠르고 충실하게 전달하는 참모다. 복잡한 보고 체계를 거치지 않고도 원하는 메시지를 즉시 대중에게 내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하프는 트럼프식 직접 소통에 최적화된 인물이다.
반면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특정 성향의 기사와 게시물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정보보다 그가 좋아할 만한 보도와 지지자들의 반응이 우선 전달된다면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트럼프 측 인사들은 하프가 대통령에게 들어가는 정보와 트루스소셜 메시지에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시물을 올리는 과정에서 내부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논란이 커질 위험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 계정에 올라왔다가 비판이 확산한 뒤 삭제된 게시물 가운데 일부도 하프가 게시 작업을 담당한 것으로 보도됐다.
트럼프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는 사람
나탈리 하프는 장관도, 백악관 대변인도 아니다. 공식적인 정책 결정권자도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이를 가장 먼저 세상에 전달한다는 점에서 영향력은 직책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의 트루스소셜은 단순한 개인 계정이 아니다. 미국의 외교·안보·경제정책 방향을 예고하고 국내외 정치권을 움직이는 대통령의 핵심 메시지 창구다.
그 계정에 올라오는 수많은 문장 가운데 상당수가 하프의 손끝을 거쳐 세상에 전달된다. 트럼프가 말하고 하프가 입력한 한 줄이 곧 미국 정부의 정책 신호로 해석되는 시대다.
‘인간 프린터’로 시작한 나탈리 하프가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소셜미디어 계정 가운데 하나를 움직이는 ‘트럼프의 디지털 손’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