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르면 김정은과 11월 회담 추진...中, 선전 APEC 유력
[이슈밸리=권동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올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네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과 김 위원장을 대면하는 방안을 비공개로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아시아 순방 기간이 유력한 시점으로 거론된다.
2026년 APEC 정상회의는 오는 11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다만 현재까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공식적인 실무 준비는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한 것도 북미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훈련 축소를 지시하면서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군사적 압박 수위를 낮춰 북한에 미국의 대화 의지를 보여주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연합훈련 조정이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의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행동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은 미국의 대화 신호에도 즉각 호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미훈련을 비판하며 자위권 차원의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제적 유화 조치가 실제 대화 복원으로 연결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WSJ은 이란 전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의욕을 보이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교착된 북핵 협상을 다시 움직이고 이를 자신의 대표적인 외교 성과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도 기존 미국 대통령들과 달리 김 위원장과의 직접 담판을 선택했다.
두 정상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처음 만난 데 이어 2019년 베트남 하노이와 판문점에서 잇따라 대면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제재 해제 범위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실질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새로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협상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2019년 이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전력을 크게 확충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소 6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제프리 루이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교수는 미사일 발사대와 핵물질 생산량 등을 고려하면 북한의 핵무기가 100기를 조금 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해 실전 경험을 쌓고 중국·이란과의 군사적 연계를 강화한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 과거처럼 국제적 고립과 경제 제재만으로 북한을 협상장에 끌어내기 어려워진 셈이다.
특히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보다 미국으로부터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데 협상의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양측의 출발점부터 상당한 거리가 있다.
북미 정상 간 대화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낮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성과를 서두른 정상외교가 대북 억지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상응 조치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연합훈련부터 축소할 경우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한미동맹의 대비 태세를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 핵보유국 지위와 제재 완화만 요구한다면 회담이 또다시 정치적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 친분을 앞세운 ‘톱다운 외교’를 다시 가동하더라도 한미 공조와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끌어낼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