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모 빠진 태평양…한미훈련 축소까지 ‘안보 공백’ 우려

미 항모 3척 중동 집중…중국, 무력충돌 없이도 영향력 확대 가능성 WSJ “미국 신뢰 약화하면 한국 자체 핵무장론 커질 수도”

2026-08-19     이슈밸리

 

[이슈밸리=권동혁 기자] 미국 해군 항공모함 전력이 중동에 집중되면서 태평양 지역의 안보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미국 언론과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한미연합훈련 축소까지 겹치면서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역내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공약을 의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미국 군사전문매체 워존에 따르면 태평양에 배치돼 있던 미 해군 조지 워싱턴 항모강습단은 지난 13일 싱가포르 해협을 통과해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지 워싱턴함은 9개월째 해상 임무를 수행 중인 에이브러햄 링컨함과 교대할 예정이다. 이란과의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이 중동지역 항모 전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 지역인 태평양에는 당분간 작전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미국 항모가 없는 상태가 됐다. 미국 항모가 태평양에서 일시적으로 사라진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이전보다 클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은 11척의 항모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비와 훈련, 임무 준비 등을 고려하면 모든 항모를 동시에 작전에 투입할 수 없다. 현재 중동에는 에이브러햄 링컨함과 조지 H.W. 부시함이 배치돼 있으며 조지 워싱턴함도 이동 중이다. 실제 작전에 동원된 항모 3척이 모두 중동에 집중되는 셈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항모 부재와 한미연합훈련 축소가 맞물리면서 미국의 안보 공약을 신뢰할 수 없다는 중국의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한 데 이어 다음 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마크 캔시안 미 예비역 해병대 대령은 중국이 전면적인 침공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미 항모의 공백을 활용해 태평양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확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라이언 클라크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대만과 필리핀, 일본 등이 중국의 군사력 과시를 지켜보면서 실제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지원에 나설지를 의심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무력 충돌 없이도 주변국에 미국의 안보 공약이 불확실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만으로 외교·군사적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는 의미다.

태평양의 미 항모 공백이 장기화하면 한반도 유사시 미국 전략자산의 신속한 전개 능력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다. 항모는 전략폭격기, 핵잠수함과 함께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전략자산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미연합훈련이 축소된 상황에서 항모 전력까지 중동에 집중될 경우 북한과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 사태가 장기화하면 태평양의 미 항모 부재도 수개월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훈련 축소와 한국에 대한 공개 비판이 미국을 신뢰하기 어려운 동맹으로 보는 아시아와 유럽의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WSJ은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수록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방위 능력과 개입 의지에 대한 의문이 확산하면 동맹국들이 독자적인 안보 수단을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항모의 태평양 부재가 곧바로 미국의 역내 군사력 상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일본과 괌 등에 전투기와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이지스 구축함 등 다양한 전력을 배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항모가 갖는 상징성과 신속한 전력 투사 능력을 고려하면 중동 사태의 장기화는 미국의 ‘두 개 전장’ 대응 능력과 동맹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시험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