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 사령탑 여한구 전격 경질…정부 “관세 협상과 무관”

직권면직 사유 비공개…개인 비위설에 여 본부장 “사실무근·법적 대응”

2026-08-15     이슈밸리

 

[이슈밸리=경제산업팀] 한미 관세 협상을 이끌어온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전격 경질됐다.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와 대미 투자 이행 등 민감한 현안이 진행되는 시점에 통상 책임자가 갑작스럽게 교체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0시를 기해 여 본부장을 직권면직했다. 여 본부장은 전날 청와대로부터 면직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여 본부장의 면직 사유와 관련해 “한미 관세 협상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협상 결과나 업무 수행에 대한 문책보다는 업무 외적인 사안이 인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청와대는 구체적인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련 질의에 “인사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산업부도 “정무직 인사는 임면권자의 권한이자 정무적 판단의 영역”이라며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례적인 ‘직권면직’…개인 비위설은 확인되지 않아

이번 인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통상교섭본부장 교체가 통상적인 사의 표명이나 후임 인선 발표가 아닌 직권면직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현직 통상 책임자를 즉시 면직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안팎에서는 개인적 비위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사실관계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여 본부장도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출입기자단에 전달한 입장을 통해 “실제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허위 사실이 확산할 경우 권리 보호를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개인적 사안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이상의 해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임면권자인 대통령실이 사유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은 비위 의혹을 경질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 이어 재기용된 통상 전문가

여 본부장은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 이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발탁돼 대미 통상 협상의 실무 사령탑을 맡아왔다.

특히 미국 무역대표부와의 관세·비관세 협상, 대미 투자 합의 이행, 디지털 규제와 농산물 시장 문제 등을 총괄했다. 미국 측에서 제기한 쿠팡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기업과 동일한 절차에 따라 조사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통상 현안과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최근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나서면서 여 본부장의 역할은 더욱 커진 상태였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관행을 조사한 뒤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301조·대미 투자 현안 산적…협상 공백 최소화 과제

정부가 이번 경질이 한미 관세 협상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통상 책임자의 갑작스러운 공백이 협상의 연속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남는다.

한미 간에는 기존 관세 합의의 후속 이행뿐 아니라 미국산 자동차 안전기준, 농산물과 디지털 분야의 비관세 장벽,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 등을 둘러싼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기업과 관련한 국내 규제·수사 문제도 새로운 통상 압박 요인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산업부는 박정성 통상차관보를 중심으로 비상 업무 체계를 가동해 현안 대응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감한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실무 책임자가 예고 없이 교체된 만큼 정부가 후임자를 얼마나 신속하게 임명하고 미국 측과의 협상 채널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