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터리] 우크라 드론 vs 美 기갑부대…韓軍 준비해야 할 ‘전차 운용 전략’
값싼 드론이 세계 최강 기갑전력 압도…전차·보병·전자전 통합 운용 서둘러야
[이슈밸리=권동혁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군 기갑부대가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와의 모의전투에서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전 장비와 대드론 체계를 갖춘 미군도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전술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4∼5월 독일 호헨펠스 훈련장에서 미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참여한 ‘컴바인드 리졸브’ 합동훈련이 실시됐다.
이번 훈련 결과는 소형 드론이 기갑부대의 기동과 생존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한국군에도 드론·대드론 전력과 기존 기갑·포병 전력의 통합 운용 필요성을 시사한다.
미군은 독일에 순환 배치된 제1기병사단 예하 제3기갑여단 병력 약 3500명을 공격부대로 투입했다. 헬리콥터와 드론의 지원을 받는 전차부대에는 전자전 장비와 대드론 체계도 배치됐다.
방어 임무를 맡은 대항군에는 우크라이나 무인체계군 제412연대 ‘네메시스’ 소속 드론 운용병들이 합류했다.
모의전투가 시작되자 미군 중장갑 차량들은 먼지를 일으키며 적진으로 진격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먼지구름이 우크라이나 정찰 드론에 포착됐고, 차량의 이동 방향과 위치를 식별하는 단서가 됐다.
정찰 드론이 표적을 확인한 뒤 폭탄 투하용 드론과 1인칭 시점(FPV) 자폭 드론이 잇달아 모의 공격에 나섰다.
훈련에서는 드론이 전차 위에 머물거나 공격 가능한 거리까지 접근하면 해당 차량을 격파된 것으로 판정했다. 미군 차량들이 짧은 시간 안에 잇달아 격파 판정을 받으면서 이미 무력화된 차량을 훈련에 다시 투입하는 이른바 ‘리스폰’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우크라이나 드론 운용병들이 모의전투에서 미군 기갑여단을 무력화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 드론이 고가의 전차와 장갑차를 위협할 수 있다는 현대전의 비대칭적 특성을 보여준 사례로 분석된다.
WSJ은 미군 장갑부대가 기동하는 동안 드론 공격으로부터 병력과 장비를 보호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이번 훈련에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는 드론과 대드론 기술 확보에 수십억달러를 투입하고 관련 임무를 수행하는 전문부대도 운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훈련에서는 정찰과 표적 식별, 공격이 연계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운용 방식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엘리엇 코언은 이번 훈련이 현대전에서 드론의 중요성을 보여줬다며 미군이 관련 운용 능력을 숙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까지는 충분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군은 중동에서도 이란의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인명과 시설 피해를 본 바 있다. 이란은 러시아에 공격용 드론을 공급해온 국가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응하기 위한 비대칭전력 가운데 하나로 드론을 개발해왔다.
중동에서 장거리 드론의 위협을 경험한 미군이 이번 독일 훈련에서는 최전선에서 운용되는 단거리 정찰·공격 드론에 대한 대응 과제를 확인한 셈이다.
다만 훈련이 진행되면서 미군의 대응 능력도 향상된 것으로 평가됐다. 미군은 2주간 병력과 장비를 분산하고 위장·은폐를 강화하는 한편 전자전 장비를 활용해 드론과 운용병 사이의 통신을 방해하는 방식을 익혔다.
실전 경험을 갖춘 우크라이나군도 드론 탐지와 회피, 전파방해 방법을 공유했다. 훈련을 참관한 군 관계자는 훈련 후반으로 갈수록 미군의 대드론 작전 수행 능력이 개선됐다고 전했다.
전차 무용론보다 통합 방호 필요성 부각
이번 훈련 결과만으로 전차와 장갑차의 군사적 효용이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전차와 자주포, 장갑차는 병력 보호와 화력 지원, 지역 점령 등에 계속 활용되고 있다.
다만 대규모 기갑부대가 드론의 지원 없이 밀집해 이동하거나 충분한 위장과 분산 없이 작전을 수행할 경우 탐지와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은 이번 훈련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현대 기갑부대의 생존성을 높이려면 정찰 드론과 전자전 장비, 대드론 탐지·요격체계를 연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 드론의 접근을 조기에 탐지하고 조종 신호를 방해한 뒤 방공무기나 요격 드론으로 제거하는 통합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부대가 발견한 드론 정보를 상급부대 및 전자전·방공부대에 신속히 전달하는 지휘통제체계도 주요 요소로 꼽힌다. 탐지부터 전파방해와 요격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기갑부대의 생존성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와의 전쟁 과정에서 드론의 개발과 생산, 보급, 운용 전술을 지속해서 개선해왔다. 적의 전파방해 방식과 전장 환경 변화에 따라 일선 부대의 의견을 기체와 소프트웨어 개선에 신속하게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는 지난해 발트해에서 열린 훈련에서 영국·에스토니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을 상대로 우세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봄 스웨덴군이 참가한 연합훈련에서도 드론 운용 역량을 보였다고 WSJ은 보도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5월 미 상원에서 드론전 연구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파견하는 미국 측 인력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산 드론 구매와 대드론 체계 도입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국군, ‘드론 보유 대수’보다 싸우는 방식부터 바꿔야
이번 훈련 결과는 한국군의 드론·대드론 전력 발전에도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는 산악과 도시 지역이 많고 전선의 종심이 상대적으로 짧아 소형 정찰·공격 드론이 지휘소와 포병 진지, 방공시설, 기갑부대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침투시켰으며, 이 가운데 1대는 서울 북부 상공까지 진입했다. 이후 북한은 무인기 생산 확대와 공격 능력 강화를 지속해서 강조해왔다.
군 안팎에서는 유사시 북한이 대형 무인기뿐 아니라 탐지가 어렵고 대량 운용이 가능한 저가형 소형 드론을 정찰과 타격에 활용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국군은 전차와 자주포, 장갑차 등 다수의 기갑·포병 전력을 운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번 독일 훈련에서는 대규모 기갑부대가 이동 과정에서 정찰 드론에 포착될 경우 공격용 드론과 포병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군단·사단급 대드론체계뿐 아니라 최전방 부대가 소형 드론을 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차와 자주포에 대해서도 상부에서 접근하는 드론을 탐지·방해·요격하는 방호체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6월 발표한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을 통해 근거리 정찰드론과 소형 자폭드론 등 저가·소모성 전력을 신속히 확충하고 전 장병의 드론 운용 역량을 높이기 위한 ‘50만 드론 전사’ 양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훈련 평가 방식도 과제로 꼽힌다. 드론에 노출된 지휘소와 전차, 자주포를 격파된 것으로 판정하고 통신망과 지휘 기능이 마비된 상황까지 반영해야 드론 공격에 따른 작전 능력 저하를 현실적으로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군은 이번 훈련 초반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에 고전했지만 훈련이 이어지면서 장비와 병력을 분산하고 위장·은폐와 전자전을 활용하는 대응 방식을 익혔다. 실전 경험을 가진 우크라이나군과의 훈련을 통해 취약점을 확인하고 전술을 보완했다는 점도 주요 성과로 평가된다.
한국군에도 드론 보유 규모뿐 아니라 탐지·지휘통제·전자전·요격체계가 실제 전장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반복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다수의 소형 드론을 동시에 투입하는 상황을 가정한 실전적 훈련의 필요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