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10년래 최강 지진…111명 사망·서부 도시 곳곳 붕괴
리사랄다·칼리 등 피해 집중…최소 61채 완전 붕괴 규모 7.4 강진 뒤 여진 잇따라…매몰자 많아 인명피해 확대 우려 취임 사흘 만에 대형 재난 맞은 대통령,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슈밸리=한유진 기자] 남미 콜롬비아 서부에서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111명이 숨지고 87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주요 도시에서 건물이 잇따라 붕괴하고 상당수 주민이 잔해 아래 매몰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인명피해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11일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에 따르면 지진은 10일 오전 7시34분께(현지시간) 콜롬비아 태평양 연안 초코주 산호세델팔마르 인근에서 발생했다.
USGS는 지진 규모를 7.4, 진원 깊이를 약 107㎞로 분석했다. 콜롬비아 지질조사국도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콜롬비아 지질조사국을 인용해 이번 지진이 지난 10년간 콜롬비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고 전했다.
사망 111명·부상 87명…“피해 규모 더 커질 가능성”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콜롬비아 대통령은 현재까지 사망자 111명, 부상자 87명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완전히 무너진 건물은 최소 61채로 잠정 집계됐으며, 부분적으로 파손된 건물까지 포함하면 피해 시설은 수백 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과 구조대는 붕괴 현장에서 생존자 수색과 매몰자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 피해 지역에서 통신과 교통이 끊기고 여진이 계속되면서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과 경찰, 소방·재난당국을 피해 지역에 투입했다. 에스프리에야 대통령은 “모든 역량을 인명 구조에 집중하고 있다”며 피해 상황 파악과 이재민 지원을 총괄할 통합지휘본부 소집을 지시했다.
지난 7일 취임한 에스프리에야 대통령으로서는 새 정부 출범 불과 사흘 만에 국가적 재난을 맞게 됐다.
커피 산지 리사랄다 직격…칼리·페레이라도 큰 피해
피해는 콜롬비아의 대표적인 커피 생산지인 서부 리사랄다주에 집중됐다. 후안 디에고 파티뇨 주지사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주내 사망자가 최소 42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리사랄다주의 주도 페레이라는 진앙에서 동쪽으로 약 60㎞ 떨어져 있다. 현지에서는 건물이 무너지고 시민들이 거리로 긴급 대피하는 장면이 잇따라 목격됐다.
인구 200만명 규모의 콜롬비아 제3의 도시 칼리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알레한드로 에데르 칼리 시장은 최소 30개 건물이 붕괴했으며, 이 가운데 10곳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칼리 당국은 수도 보고타와 제2도시 메데인에 긴급구조대와 장비 지원을 요청했다. 현장에서는 시민과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콘크리트와 철근을 손으로 옮기며 생존자를 찾는 모습도 포착됐다.
페레이라 북쪽 마니살레스에서는 최소 3명이 숨졌고 지진 충격으로 고딕 양식 성당의 첨탑이 무너졌다. 태평양 연안 항구도시 부에나벤투라에서도 건물 붕괴로 여러 명이 매몰됐으며 최소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초코주의 주도 키브도에서도 부상자와 건물 피해가 보고됐다. 누비아 코르도바 초코주 주지사는 “강력한 지진을 겪었고 여진을 우려하고 있다”며 정확한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부 6개 공항 피해 신고…구조·구호 차질 우려
콜롬비아 항공 당국에는 페레이라와 마니살레스, 키브도, 아르메니아, 카르타고, 부에나벤투라 등 서부 지역 6개 공항에서 시설물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일부 공항은 활주로와 터미널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거나 제한했다. 산악지대가 많은 서부 지역의 도로와 교량까지 손상됐을 경우 구조인력과 구호물자 투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USGS는 이번 지진의 진원 깊이가 100㎞를 넘는 비교적 깊은 지진으로 분석했지만, 규모 자체가 강해 진동이 광범위하게 전달됐다. 콜롬비아 전역은 물론 에콰도르와 파나마, 베네수엘라 일부 지역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다.
노후 건축물과 내진설계가 충분히 적용되지 않은 건물, 인구가 밀집한 도시 지역의 취약성이 겹치면서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진 이후 여진으로 이미 손상된 건물이 추가로 무너질 위험도 남아 있다.
1999년 악몽 재현…‘불의 고리’에 놓인 콜롬비아
콜롬비아 서부는 과거에도 대형 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지역이다. 1999년 1월 아르메니아와 페레이라 일대를 강타한 규모 6.2 지진으로 1천명 이상이 숨지고 수십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콜롬비아는 나스카판과 남아메리카판, 카리브판이 맞물리는 환태평양 조산대, 이른바 ‘불의 고리’에 자리하고 있어 지진 활동이 활발하다. 특히 서부 안데스산맥 지역은 복잡한 지질 구조와 가파른 지형으로 인해 강진 발생 시 산사태와 교통망 단절 같은 2차 피해 위험도 크다.
이번 참사는 지난 6월 24일 인접국 베네수엘라 북부에서 연쇄 강진이 발생한 지 약 한 달 반 만에 일어났다. 베네수엘라 강진으로 인한 공식 사망자는 8월 초 기준 6천명을 넘어섰다.
콜롬비아 정부는 현재 생존자 구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다만 피해 지역이 광범위하고 매몰·실종 신고가 계속 접수되는 데다 여진 위험까지 이어지고 있어, 이번 지진의 최종 인명·재산 피해는 현재 집계를 크게 웃돌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