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돌핀’ 중국 동부 강타…상하이 150년 만의 폭우·100만명 이상 대피
저장성 위환에 최대풍속 151㎞로 상륙…상하이 곳곳 침수 항공편 900~1,500편 취소 집계 엇갈려…인명·재산 피해는 아직 공식 집계 전 약화 뒤에도 내륙 북상…화중·화북 홍수와 산사태가 ‘2차 고비’
[이슈밸리=기후/환경팀] 올해 제13호 태풍 ‘돌핀(Dolphin·중국명 바이하이툰·白海豚)’이 중국 저장성에 상륙하면서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동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는 대규모 주민 대피와 도로 침수, 주택 고립, 항공·철도·항만 운항 중단 등에 집중돼 있다. 다만 중국 중앙정부는 10일 오후 현재 태풍으로 인한 사망·실종자와 직접적인 경제 손실액을 종합 발표하지 않았다.
피해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확인되지 않은 인명피해나 손실액을 단정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저장성 위환에 14급 강풍 동반해 상륙
이날 중국 중앙기상대와 상하이시 정부에 따르면 돌핀은 9일 오후 5시30분께 저장성 타이저우시 위환시 칸먼 일대 해안에 상륙했다.
상륙 당시 중심 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42m, 시속 약 151㎞로 중국 기준 14급 강풍에 해당했다. 중심기압은 945hPa로 관측됐다. 미국의 허리케인 분류로 환산하면 1등급 허리케인에 해당하는 세력이다.
돌핀은 위환 상륙 뒤 남서쪽으로 이동해 같은 날 오후 6시40분께 저장성 원저우시 웨칭 해안에 다시 상륙했다. 중국 기상당국이 ‘2차 상륙’으로 기록한 이유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돌핀을 ‘12W’로 분류했다. JTWC의 마지막 분석에서는 상륙 후에도 최대 지속풍속 65노트, 돌풍 80노트의 세력이 남아 있었지만 저장성의 험준한 지형을 지나면서 48시간 이내 빠르게 약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측 상륙 강도와 JTWC 수치의 차이는 평균풍속 산정 시간과 관측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100만명 이상 대피…지역별 통계 중복 가능성
로이터통신과 중국 현지 발표를 종합하면 중국 동부 지역에서 100만명 이상이 위험지역을 벗어나 사전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원저우시는 산사태·침수 우려 지역과 해안·공사 현장 등을 중심으로 90만명 이상을 옮기고 1,000곳 이상의 임시대피소를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젠성에서는 약 9만8,900명이 대피했으며 어선과 해상 작업자들도 육지로 철수했다.
상하이시가 공식 발표한 대피·안치 인원은 21만5,600명이다. 앞서 외신에 보도된 3만300명은 대피가 진행되던 초기 집계로, 최종 집계에 가까운 상하이시 발표와 차이가 난다.
다만 원저우·타이저우·상하이 등 지방정부의 통계에는 해상 작업자와 공사장 근로자, 임시 이동 인원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지역별 수치를 단순 합산하면 일부 중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100만명 이상’은 현재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한 잠정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상하이 24시간 강우량 313㎜…일부 지역 400㎜ 육박
돌핀의 가장 뚜렷한 피해는 상륙 지점에서 떨어진 상하이에서 나타났다. 돌핀의 위험반원과 외곽 나선형 비구름대가 상하이를 장시간 통과했기 때문이다.
외신 집계에 따르면 상하이 도심 관측소에서는 10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 동안 약 313㎜의 비가 내려 150년이 넘는 관측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른 관측지점에서는 강우량이 400㎜에 육박한 것으로 보도됐다.
상하이시 자체 집계에서도 9일 0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푸둥 탕차오 지역에 264㎜의 비가 내렸다. 푸둥·쉬후이·황푸·창닝 등에서 180곳이 넘는 침수 지점이 확인됐다.
상하이시는 300여개 방재 펌프장을 최대 용량으로 가동해 약 5,571만㎥의 물을 배출했다. 9일 오후 5시까지 확인된 침수 지점 가운데 155곳은 배수가 끝났고 26곳에서는 복구 작업이 이어졌다.
도로 배수와 시설물 안전을 위해 환경·도로관리 인력 9만5,000여명이 투입됐으며, 침수 취약 도로 약 4,900개 구간을 점검했다. 옥외 광고물 112개와 간판 378개도 긴급 고정됐다.
상하이 전력 당국은 220㎸ 이상 주요 송전망에서는 대규모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상하이 전체가 장기간 정전되는 수준의 전력망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저장성 웨칭서 주택 고립자 구조…농촌·산악 피해 조사 중
AP통신은 저장성 웨칭에서 불어난 물로 주택에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하는 작업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일부 도로와 저지대 주거지역에는 토사와 빗물이 유입돼 배수와 청소 작업이 시작됐다.
저장성의 8일 저녁부터 10일 오전까지 평균 강우량은 약 173㎜로 보도됐다. 일부 외신은 과거 저장성에 큰 피해를 준 태풍 레끼마 당시보다 평균 강우량이 많았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는 도시 침수와 대피 상황에 집중돼 있다. 농경지 침수 면적, 주택 파손 동수, 선박·항만시설 피해, 도로와 교량의 손실 규모는 아직 중국 당국의 종합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
특히 원저우·타이저우 내륙 산악지역은 통신과 도로 접근이 원활하지 않은 곳이 있어 산사태와 농촌지역 피해가 뒤늦게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응급관리부도 산지 하천 범람과 지질재해를 돌핀의 핵심 위험으로 지목했다.
상하이 항공편 최대 1,500편 취소…수치 차이는 집계 시점 때문
돌핀은 중국 최대 경제권인 창장삼각주의 교통망에도 상당한 차질을 줬다.
상하이 푸둥·훙차오 국제공항에서는 보도 시점에 따라 약 943편에서 1,500편에 이르는 항공편이 취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관영 CCTV가 10일 전한 943편은 당일 운항계획을 기준으로 한 수치이며, AP통신과 민간 항공정보업체 집계에는 사전 취소와 출·도착편이 폭넓게 포함돼 1,300∼1,500편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서로 다른 수치를 오보로 단정하기보다 집계 시간과 포함 범위가 달랐던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전체 운항 능력의 약 40∼60%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닝보 국제공항은 10일 정오부터 운항 재개를 추진했고, 항저우 지하철도 중단됐던 일부 노선의 운행을 재개했다. 그러나 상하이와 저장성을 잇는 일부 철도·여객선·항만 작업은 기상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정상화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화물항 가운데 하나인 닝보·저우산항은 태풍 접근 전 항만을 폐쇄하고 작업 선박을 안전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현시점에는 항만 시설의 대규모 구조적 파손보다는 예방적 작업 중단에 따른 물류 지연이 주요 피해로 파악된다.
중국 정부 “극단적·장시간 폭우가 더 위험”
중국 국가방재총지휘부와 응급관리부는 저장성과 푸젠성에 방汛·태풍 3급 비상대응을 발령하고, 장쑤성과 안후이성에는 4급 대응을 가동했다. 푸젠성은 자체 대응 단계를 2급으로 높였다.
중국 정부는 돌핀이 ▲먼 바다에서 장기간 이동했고 ▲강한 세력을 오래 유지했으며 ▲수증기 공급량이 많고 ▲상륙 후 이동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경계했다.
당초 저장성 중·동부에는 누적 250∼500㎜, 중국 동부와 중부 일부 지역에는 200∼400㎜의 비가 내릴 수 있다는 예보가 나왔다. 실제 상하이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예보 상단에 가까운 강우량이 관측됐다. 중국 응급관리부
미국은 빠른 약화, 중국은 ‘잔류 비구름’에 무게
미국 JTWC는 돌핀이 중국 내륙에 들어선 뒤 산악 지형과 마찰로 빠르게 약화해 48시간 안에 열대저기압 구조를 잃을 것으로 분석했다. JTWC는 상륙 이후 마지막 공식 경보를 종료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는 서태평양 태풍의 공식 관할기관이 아니어서 돌핀 피해 규모를 별도로 발표하지 않았다. 주중 미국대사관은 상륙 전 중국 동부 해안에 시속 70마일 안팎의 돌풍과 집중호우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피해 집계는 중국 당국 자료를 따르고 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역시 중국 현지 인명·재산 피해를 집계하는 기관은 아니다. 유럽 예측자료는 상륙 후 저기압 중심의 약화보다 넓게 남는 강수 구역과 내륙 수증기 이동을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따라서 ‘미국·유럽이 발표한 중국 피해 규모’는 현재 별도로 존재하지 않으며, 이들 기관의 역할은 태풍 강도와 경로·강수 가능성을 분석하는 데 한정된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전망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태풍 중심은 빠르게 약해지더라도 거대한 잔류 비구름이 안후이·장쑤·산둥·허난·후베이 등으로 이동하면서 홍수 피해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 확정은 아직…향후 48시간이 2차 고비
10일 현재까지 중국 정부와 주요 외신에서 돌핀 상륙에 따른 중국 내 사망·실종자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직접 경제손실액과 이재민 규모, 주택·농경지·산업시설 피해도 집계 전이다.
다만 이를 ‘인명피해가 없다’거나 ‘피해가 경미하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피해 조사는 통상 산악·농촌지역의 접근이 이뤄진 뒤 수일에 걸쳐 확대되며, 중국 지방정부 통계가 중앙정부 집계에 반영되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
돌핀은 10일 오전 열대폭풍 수준으로 약화했지만 안후이·장쑤·산둥을 거쳐 허난·후베이와 화북 방향으로 비구름을 밀어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도 폭우·홍수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결국 돌핀 피해의 최종 규모는 상륙 당시 강풍보다 향후 48시간 동안 이어질 내륙 집중호우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중국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도 중소 하천 범람과 산사태, 저수지 수위 상승, 대도시 배수 능력을 넘어서는 시간당 폭우다. 중국 동부의 첫 번째 고비가 상륙이었다면 두 번째 고비는 태풍 잔류 수증기가 화중과 화북으로 북상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돌핀은 중심 세력이 약해진 뒤에도 광범위한 비구름과 많은 수증기를 동반하고 있어 안후이·장쑤·산둥·허난 등 내륙에서 홍수와 산사태, 도시 침수 위험이 이어질 수 있다”며 “태풍의 등급이 낮아졌다고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돌핀이 중국 동부 해안에 상륙한 뒤 거친 지형을 지나면서 빠르게 약화하고 48시간 이내 열대저기압의 구조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태풍의 잔류 수증기로 인한 집중호우 위험은 별도로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