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 에세이-⑦] 사과와 오이에 진심인 말티즈...못 말리는 과채류 찬가
[이슈밸리=말티즈 '장군' 기자] 스테이크, 갈비? 연어? 돈까스? 인간들이 열광하는 그런 화려한 메뉴들은 내 사전에 없다. 나의 소울 푸드는 오직 사과와 오이, 그리고 요즘 새롭게 눈을 뜬 수박이다. 대체 언제부터 이 싱그러운 맛에 빠졌는지는 기억도 안 난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빠가 냉장고 문을 여는 그 미세한 낌새를 눈치채는 순간, 내 안의 ‘소머즈’ DNA가 깨어난다는 사실이다.
밤이든, 새벽이든, 아침 해가 중천에 떴든 그런 시간 개념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아빠가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내는 기척이 들리는 순간, 이성장치 전원은 곧바로 차단되고 본능이 폭주하기 시작한다.
"왈! 왈왈!" 목이 터져라 짖어대는 나 때문에 엄마 아빠는 급하게 창문을 닫기 바쁘다. 모르겠다, 왜 이렇게 사과에 미쳐있는지. 그 달콤함과 입안에서 '아삭-!' 하고 터지는 그 식감은... 뭐랄까, 마치 천국에 온 것만 같다. 물론 천국이야 가본 적도 없고, 내가 그곳에 갈 자격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과라면 다 좋다. 새빨간 홍로든, 새콤달록한 청사과든 가리지 않는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우리 집 인간들의 급식(?) 스타일이다. 엄마는 사과를 줄 때 아주 격식을 차린다. 칼로 정성스럽게 깎아 한 입 크기로 예쁘게 대령하신다. 반면 아빠는 무심하게 통째로 툭 건네준다. 규격 따윈 우리 집 사전에 없다. 그러니 아빠가 냉장고를 열 때 내가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그런데 최근, 나의 완고한 사과 지상주의에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바로 오이다.
사과처럼 극강의 달콤함이나 싱그러움은 없지만, 이 녀석 역시 그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게다가 풍부한 수분까지! 인간들은 피부미용에 좋다고 카더라를 떨지만, 내게 오이는 그 어떤 간식도 부럽지 않은 최고의 청량제다.
TV 속 외국 형님들은 시원하게 구운 거대한 스테이크를 썰어 먹던데, 우리 집은 내 건강을 생각한다는 명목 하에 오직 사료만 준다. 덕분에 스테이크는 그림의 떡, 냄새조차 구경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섭섭해할 필요는 없다. 요즘엔 시원하고 달달한 수박까지 접수하며 과채류계의 로열로드(?)를 걷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나는 왜 고기 대신 이런 싱그러운 풀(?)떼기와 과일들에 환장하는 걸까? 유전자 검사라도 해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되지만... 뭐 어때, 아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이 행복이면 그만이다. 오늘도 나는 냉장고 앞의 경계 태세를 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