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터리] 불침번은 CCTV, 위병소는 무인화, 총기함은 NFC…‘사람 없는 군대’ 괜찮나

2026-08-08     이슈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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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밸리=국방외교팀] 국방부는 CCTV와 순찰 체계를 갖춘 부대에서 지휘관 판단에 따라 야간 불침번을 운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훈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육군은 일부 부대의 위병소에 차량번호 자동인식과 원격 통제 방식의 무인 출입체계를 도입한 데 이어, 총기·탄약함의 열쇠를 NFC와 생체인증 기반 디지털 잠금장치로 전환할 방침이다.

병력 감소에 대응하고 장병의 휴식권과 부대 운영 효율을 높이려는 조치지만, 감시·출입 통제·무기 불출이라는 핵심 기능이 잇따라 자동화되면서 유사시 초동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군이 총기 자체를 NFC 장비로 교체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총기·탄약함의 물리적 열쇠와 수기 관리 방식을 NFC 디지털 자물쇠와 생체인증 체계로 바꾸는 것이다. 불침번과 위병소 관련 조치 역시 모든 부대에서 경계 병력을 일괄적으로 없애는 내용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불침번 전면 폐지 아닌 ‘지휘관 선택’

국방부가 지난 7월 행정예고한 부대관리훈령 개정안은 CCTV와 순찰 등 대체 확인체계로 불침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부대에 한해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이 불침번을 운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불침번은 취침 인원을 확인하고 화재와 탈영, 폭력, 응급환자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초동 조치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국방부는 생활관 현대화와 CCTV 확충으로 야간 불침번 근무의 필요성이 줄었으며, 장병의 수면권을 보장하면 다음 날 교육훈련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CCTV는 상황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장비로, 화재 진압이나 응급환자 구조 등 현장 대응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관제 인력이 화면을 놓치거나 정전·통신 장애가 발생하면 사고 발견과 상황 전파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불침번을 운용하지 않는 부대에서는 CCTV 사각지대와 고장 여부, 야간 관제 인력 편성, 현장 출동조의 위치와 대응시간 등을 별도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불침번 감축이 실질적인 초동대응 인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병소 무인화…출입 편의와 침입 대응은 별개

일부 부대에 도입된 무인 출입통제 시스템은 차량번호 자동인식, 출입증 인증, CCTV, 원격 개폐 장치를 결합한 방식이다. 위병소 근무자가 신분증과 차량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가 줄어들고, 모든 출입 기록을 전산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출입 인증과 무장 침입 저지는 성격이 다른 임무다. 정상 출입증을 도용하거나 차량을 이용해 강제로 진입하는 상황, 시스템 해킹과 정전·통신 두절 등이 발생하면 원격 관제만으로 현장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위병소 근무자는 등록 정보뿐만 아니라 운전자와 탑승자의 행동, 차량 내부의 이상 징후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역할도 수행한다. 자동화 장비가 이 같은 비정형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식별할 수 있는지는 충분한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무인 위병소를 확대할 경우 원격 관제 인력과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무장대기조를 유지하고, 차량 차단시설과 출입문을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비상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총기 아닌 ‘총기함 열쇠’를 NFC로 전환

육군이 7일 발표한 방안은 총기·탄약함의 기존 자물쇠를 NFC 기반 디지털 자물쇠로 교체하고 생체인식 방식의 스마트 총기함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올해 9사단 등 3개 부대에서 시범 운용한 뒤 군 적합성을 검증해 2034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군은 총기함 상·하단에 서로 다른 자물쇠를 설치하고 열쇠를 두 사람이 나눠 보관하는 이원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새 시스템도 총기 수령자와 통제 간부가 각각 인증해야 총기함이 열리도록 설계됐다.

총기와 탄약의 반출 기록은 지휘통제실 등 관리 부서에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열쇠 분실과 무단 복제, 수기 장부 누락을 줄이고 총기 무단 반출 사실을 조기에 파악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육군은 보고 있다.

다만 유사시에는 인증 오류가 총기 불출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휴대 단말기 분실과 배터리 방전, 생체정보 인식 실패, 서버 장애, 전자전 또는 사이버 공격 등도 검증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투 상황에서 총기 불출이 늦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디지털 인증체계와 별도로 지휘관 통제 아래 작동하는 기계식 비상 개방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육군이 시범 운용 과정에서 편의성과 보안성뿐 아니라 장애 상황의 총기 불출시간까지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정책의 공통 배경은 ‘병력 절감형 군대’

불침번 조정과 위병소 무인화, 총기함 디지털화는 각각 추진 주체와 적용 범위가 다르지만 방향은 유사하다. 줄어드는 병력을 반복적인 경계·관리 업무에서 줄이고 전투와 교육훈련에 집중시키는 한편, 군 운영체계를 인력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장병의 휴식권 보장과 수기 행정 축소, 출입 기록의 전산화, 총기 관리의 투명성 강화도 정책 추진 배경으로 꼽힌다. 공개된 정책과 자료만으로 군이 아군의 대응력을 의도적으로 약화하거나 유사시 대응을 늦추려 한다고 볼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정책의 의도와 실제 결과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불침번과 위병소 인력을 줄인 상태에서 CCTV와 출입통제 장비까지 장애를 일으키면 감시와 현장 대응이 동시에 약화될 수 있다. 총기함 인증체계가 같은 전력·통신망에 연결될 경우에는 정전이나 사이버 공격으로 출입 통제와 무기 불출이 함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사시설의 자동화는 민간시설보다 높은 수준의 이중·삼중 안전장치를 요구한다. CCTV와 무인 출입체계, 스마트 총기함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비가 작동하지 않을 때 기존 임무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몇 분 안에 수행할 것인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 예비역 영관급 장교는 “첨단 장비를 활용해 장병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 자체는 필요하지만 군 경계의 기준은 평시 편의성이 아니라 장비가 모두 멈춘 최악의 상황에서도 임무가 가능한지에 맞춰야 한다”며 “자동화로 사람을 줄이기 전에 수동 전환체계와 현장 대응 병력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