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해외 선교비 과세 시행령 논란…선교·구호 위축 우려

해외 종교단체 공익법인서 제외…선교비 비과세 문턱 높아져 교계 “선교·구호 위축”…정부는 공익법인 범위 합리화 내세워 모든 해외 송금 과세는 아니지만 불확실성·입증 부담 확대

2026-08-08     이슈밸리

 

[이슈밸리=종교문화팀] 이재명 정부가 공익법인으로 인정되는 종교단체의 범위를 국내 거주자와 비영리내국법인이 운영하는 사업으로 제한하면서 해외 선교비 과세 논란이 교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공익법인 범위를 합리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교계에서는 해외 선교와 국제 구호 활동의 현실을 외면한 채 과세당국의 재량과 종교단체의 입증 부담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개정은 해외 종교단체도 세법상 공익법인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약 9개월 만에 이뤄졌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판결의 적용 범위를 사실상 좁혔다는 점에서 종교계에 대한 새로운 ‘과세 판도라’를 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법원 “해외 종교단체도 공익법인”…정부는 적용 범위 축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월 27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익법인으로 인정되는 종교사업의 범위를 “거주자 또는 비영리내국법인이 종교의 보급, 그 밖에 교화에 현저히 기여할 목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으로 규정했다.

과거 시행령은 운영 주체의 국내외 여부를 명시적으로 제한하지 않았다. 대법원도 지난해 5월 15일 선고한 2025두30806 판결에서 외국에서 종교 보급과 교화 활동을 수행하는 비거주자나 외국 비영리법인도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공익법인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국내 종교단체가 해외 교회에 송금한 자금과 관련해 해외 단체라는 이유만으로 공익법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그러나 개정 시행령은 운영 주체를 거주자와 비영리내국법인으로 한정했다. 해외 종교단체가 공익법인으로 인정될 가능성을 열어뒀던 대법원 판결 이후 정부가 시행령 문구를 바꿔 그 범위를 다시 국내 중심으로 좁힌 셈이다.

정부가 밝힌 공식 개정 이유는 ‘공익법인으로 인정되는 종교단체 범위의 합리적 조정’이다. 해외 단체에 대한 관리·감독이 어렵고, 종교 또는 공익사업을 가장한 우회 증여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과세 행정상의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교계 “선교비와 조세 회피를 같은 선상에 놓나” 비판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 5일 논평을 내고 해외 종교단체나 해외 법인에 직접 송금되는 선교비가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정책 재검토를 요구했다.

언론회는 해외 선교가 종교적 사역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 의료, 재난 구호, 민간 외교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외 종교단체를 공익법인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하면 정상적인 선교 지원까지 조세 회피 가능성이 있는 거래로 취급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교회는 개별 선교사 생활비뿐 아니라 현지 학교와 병원 운영, 교회 건축, 식수 개발, 재난 복구 등에 상당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상당수 선교지는 국내 법인이 직접 사업을 수행하기 어려워 현지 교회나 비영리법인, 선교단체를 통해 자금을 집행한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수령 단체가 공익법인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국내 교회와 선교단체는 자금의 공익적 사용을 이전보다 훨씬 엄격하게 입증해야 한다. 현지 단체의 회계자료나 지출 증빙이 국내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과세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모든 선교비 과세는 아냐…그러나 ‘세금 불확실성’ 커져

다만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모든 해외 선교비에 자동으로 증여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 선교사에게 지급하는 생활비인지, 해외 법인이나 현지 교회에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한 것인지, 송금된 자금이 국내 종교단체의 고유목적사업 수행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세법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자금이 실제 교육·의료·구호 활동에 사용됐다는 사실과 국내 단체가 사업을 직접 수행하거나 관리했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이번 개정의 직접적인 영향은 ‘해외 선교비 전면 과세’라기보다 해외 종교단체에 대한 공익법인 인정 범위를 축소하고, 비과세를 주장하는 교회와 선교단체의 입증 부담을 높인 데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문제는 세법상 경계가 불분명할수록 규모가 작은 교회와 선교단체가 먼저 해외 지원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추후 세무조사나 증여세 부과 가능성을 우려해 정상적인 선교·구호 사업까지 위축시키는 이른바 ‘냉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투명성 강화하되 선교·구호 예외 기준 마련해야

종교단체를 통한 편법 증여나 해외 자금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 목적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종교 활동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해외 송금에 사실상 무제한의 세제 혜택을 인정하는 것 역시 과세 형평성과 충돌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만든 해외 단체와 오랜 기간 선교·교육·의료·재난 구호를 수행해 온 현지 법인을 동일한 기준으로 취급하는 것은 또 다른 불합리를 낳는다.

대법원이 해외 소재 여부만으로 공익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는데도 정부가 시행령으로 국내외 경계를 다시 세운 과정 역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정부가 과세의 칼날만 세우고 구체적인 비과세 기준과 입증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논란은 해외 선교비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해외 교육·의료·구호 법인에 대한 지원, 외국 종교기관과의 공동사업, 현지 선교사 재산 지원까지 과세 분쟁의 영역으로 번질 수 있다.

한 조세법 전문가는 “이번 개정이 모든 해외 선교비를 곧바로 과세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해외 종교단체의 공익법인 인정 범위를 좁혀 국내 교회가 자금의 공익성과 사용처를 입증해야 할 부담은 분명히 커졌다”며 “우회 증여와 정상적인 선교·구호 지원을 구별하는 세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교학 전문가는 “해외 선교비는 현지 교회 운영뿐 아니라 학교·병원·식수 개발과 재난 구호에도 사용된다”며 “국내외 소재지만을 기준으로 공익성을 판단하면 투명하게 집행되는 민간 외교와 인도주의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