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학령인구 절벽'의 부메랑…국책연구 참여 외국인 유학생, 보안 사각지대

2026-07-29     이슈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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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밸리=사회정책팀]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은 물론 수도권 대학까지 정원 미달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대학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이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첨단 국책 연구과제에 대거 참여하는 가운데 연구보안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의 심층보도에서 대학 연구실의 외국인 유학생을 통한 연구자료 유출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국가 핵심기술 보호를 위한 연구안보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존 경쟁 속 외국인 유학생 급증…첨단 연구실까지 진입

학령인구 감소는 지방대뿐 아니라 수도권 대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들은 등록금 수입 감소를 막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모집을 확대하고 있으며, 상당수는 학부를 넘어 석·박사 과정으로 진학해 정부 연구개발(R&D)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국가 전략기술을 다루는 연구실에서 핵심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연구보안 시스템은 이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구축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이차전지, 바이오 등 국가 핵심기술을 연구하는 대학 연구실에는 다양한 국적의 연구인력이 참여하고 있지만, 접근 권한 관리와 자료 반출 통제, 보안 모니터링 등 핵심 보호장치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이 된 기술 유출…외장하드와 클라우드가 통로

실제 대학 연구실에서는 연구자료 유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전의 한 대학에서는 중국인 유학생이 연구실을 떠나기 전 공동 개발 중이던 핵심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외장하드에 저장해 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뒤늦게 이를 파악해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자칫 국가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뻔한 상황이었다.

또 서울의 한 대학원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연구하던 베트남 유학생이 자퇴 후 대만 연구기관으로 이동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대량의 연구자료를 반출한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해당 유학생은 기술유출 관련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처럼 연구실 내부에서 연구 권한을 가진 인력이 외장하드나 개인 클라우드 등을 이용해 자료를 손쉽게 반출할 수 있는 구조가 가장 큰 취약점으로 지목된다.

보안서약서 의존…대학 연구실은 '무방비'

대학 연구실의 보안 수준은 산업계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 연구실은 연구실 입실 시 보안서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보안 절차다. 연구자료는 공동 연구의 편의를 위해 자유롭게 공유되고 있으며 외장하드, USB, 개인 클라우드 사용을 제한하는 기술적 장치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기업 연구소에서 일반적으로 운영되는 망 분리, VPN 접속관리, 자료 반출 승인, 접근 권한 통제, 로그 모니터링 등의 체계도 대학에서는 제한적으로만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연구자료 유출이 발생해도 정부 과제 평가나 연구비 지원에 불이익을 우려해 대학이나 연구책임자가 신고를 주저하는 관행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해외는 연구안보 강화…한국도 제도 정비 시급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연구개방과 국가안보를 동시에 고려하는 연구안보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대통령각서(NSPM-33)를 통해 연방 연구비 지원기관의 연구보안 프로그램 구축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으며, 연구자 신원 관리와 정보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도 연구기관의 자율적인 연구안보 관리체계를 지원하면서 국가 핵심기술 보호를 위한 표준 절차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반면 국내 대학들은 연구실마다 보안 수준이 크게 다르고 통일된 연구안보 기준도 미흡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된 연구에 대해서는 국적과 관계없이 동일한 연구보안 기준을 적용하고, 접근 권한 관리, 데이터 반출 통제, 보안교육 의무화, 연구안보 전담조직 설치 등 범정부 차원의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방성과 안보의 균형이 과제

대학의 국제화는 연구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실제 많은 외국인 유학생과 해외 연구자는 국내 연구개발과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국제 공동연구 확대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국가 전략기술을 다루는 연구에서는 국적과 관계없이 동일한 수준의 연구보안 기준과 기술적 통제장치를 적용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과 연구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학령인구 감소가 불러온 대학의 구조 변화 속에서 연구 경쟁력 확보와 국가 핵심기술 보호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연구안보 체계 구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보호 분야 전문가들은 "대학의 국제화는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국가 핵심기술을 다루는 연구는 기업 수준의 연구보안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연구자의 국적보다 연구자료 접근권한 관리와 반출 통제, 보안교육 등 제도적 장치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중앙일보의 심층보도 「돌연 자퇴한 외국인 유학생들…기밀 외장하드 들고 한국 떴다」를 참고해 학령인구 감소와 연구안보 문제를 추가 분석·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