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분석] 현대차 지배구조 미완…4세 정창철, 일본 수업에 쏠린 눈-②

순환출자 해소·3세 승계 과제 여전…4세는 '검증의 시작' 투명한 지배구조와 주주 신뢰 확보가 현대차그룹의 다음 과제

2026-07-13     이슈밸리

 

[이슈밸리=경제산업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판매와 수익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그룹의 장기적인 지배구조 개편과 차세대 경영 승계 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판매량 기준 세계 최상위권 완성차 그룹으로 성장했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 강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4세 경영 체제 가능성까지 자본시장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핵심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구조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가 연결된 순환출자 구조는 오랫동안 지배구조 개편 논의의 중심에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거대한 순환출자 고리에 묶여 있다. 이 고리의 핵심(Key)은 현대모비스다.

그러나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2%에 불과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7.19%와 현대차 5.33%를 고스란히 물려받아야만 온전한 지배력을 갖출 수 있지만, 여기에 부과될 상속·증여세만 최소 2조 원 중반대에서 최대 3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의선 회장이 든든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승계의 '지렛대'는 그가 지분 20%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그리고 IPO(기업공개)를 앞둔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 비상장 계열사들이다. 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한 뒤 이를 매각하거나 모비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과거 2018년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 행동주의 펀드의 반대에 부딪혀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소액주주들의 권리 의식이 최고조에 달한 현재, 오너 일가에게 유리한 비율로 계열사 합병을 추진할 경우 기관투자가(국민연금 등)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다. 즉, 3세인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 확립조차 자본시장의 엄격한 잣대를 통과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 분할 및 합병안을 추진했지만 국내외 투자자와 의결권 자문기관 등의 반대 속에 계획을 철회한 경험이 있다. 이후 국내 자본시장은 소액주주 권리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 요구가 더욱 강화됐고,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까지 추진되면서 향후 지배구조 개편 역시 시장의 엄격한 검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자체보다도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한다.

일본에서 시작한 4세 정창철씨 경영수업

시장 관심은 자연스럽게 정의선 회장의 장남인 정창철 씨에게도 쏠리고 있다.

정씨는 2025년 1월, '수입차의 무덤'이라 불리는 현대모빌리티재팬(HMJ)에 입사하며 경영 수업의 닻을 올렸다. 혹독한 환경에서 전기차(EV) 판매 실적을 내어 '성과주의' 명분을 쌓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도다.

일본 시장은 현대차가 한 번 철수했다가 재도전하는 험지 중의 험지다. 만약 정창철 씨가 이곳에서 아이오닉 5 등 전기차(EV) 라인업을 앞세워 유의미한 점유율 확대를 이끌어낸다면, 단숨에 '글로벌 시장 개척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경영 능력을 입증할 명분을 얻게 된다.

반대로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어차피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뚫기 힘든 갈라파고스 시장"이라는 방패막이 뒤로 책임을 분산시킬 수 있다. 본사 핵심 부서에서 시작해 실적 압박과 언론의 집중 견제를 받는 것보다 변방에서 실무를 익히며 후계자로서의 '스토리텔링'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배치인 셈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시각은 차갑다. 첫째는 미래 기술에 대한 이해도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로보틱스, AI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브라운대 심리학/철학 등 문과적 백그라운드를 가진 그가 거대한 테크 엔지니어링 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지 내부적 의구심이 크다.

일각에서는 해외 시장에서 실무 경험을 축적하며 글로벌 감각을 키우기 위한 일반적인 후계자 육성 과정으로 보고 있으며, 또 다른 시각에서는 국내 본사보다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환경에서 시장과 소비자를 직접 경험하게 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정 씨의 장기적인 경영 계획이나 향후 역할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다. 현재 정 씨는 그룹 내에서 경영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위치가 아니라 실무를 배우는 단계다.

따라서 그의 경영 능력을 현재 시점에서 긍정하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다시 정리하면 정의선 회장이 직면한 3세 승계의 완성(순환출자 해소)은 주주환원율을 높이고 소액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투명하게 진행되어야만 시장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지분율 0%인 4세 정창철 씨로의 승계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는 2021년 서울 강변북로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은 치명적인 도덕적 리스크를 안고 출발선에 섰다.

일본 법인에서의 소소한 실적만으로는 주주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 로보틱스, 자율주행, AAM 등 현대차의 명운이 걸린 미래 먹거리 사업에서 스스로 혁신적인 성과를 주도하고, 주주 및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하는 '탈권위적 리더십'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증명해야만 한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글로벌 스탠다드와 '밸류업'이라는 자본시장의 엄혹한 감시망 속에서, 핏줄만으로 100조 원 규모의 거대 그룹을 물려받는 시대는 끝났다. 4세 정창철 씨에 대한 자본시장과 주주들의 혹독한 '송곳 검증'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현대차그룹의 10년 뒤 미래는 이 검증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달려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기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차세대 경영인이라면 장기간 다양한 사업 경험과 실적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쌓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투명성이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시대

과거 국내 대기업의 경영 승계는 오너 일가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자본시장은 크게 달라졌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와 해외 투자자들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중요한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행동주의 투자자의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경우에도 시장과 주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절차와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경쟁력은 전기차와 SDV 같은 기술 혁신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얼마나 구축하느냐에도 달려 있다"며 "차세대 경영인 역시 혈연보다 실적과 리더십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차세대 경영인 육성은 아직 진행형이다. 시장은 특정 개인의 배경보다 앞으로 어떤 성과와 책임 있는 경영을 보여줄지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