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부족 현실화…文정부 18개월 복무단축 다시 논쟁, 인구절벽이 바꾼 한국군
[이슈밸리=권동혁 기자] 최근 국방부가 병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군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면서 병사 복무기간을 다시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쟁이 정치권과 군 안팎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간부 지원율 하락과 병역자원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병사 복무기간 18개월 단축 정책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병력 감소의 출발점으로 복무기간 단축을 지목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저출산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가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군 병력 부족 사태는 무엇이 결정적인 원인이었을까.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발표한 '국방개혁 2.0'을 통해 육군 복무기간을 기존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계적으로 단축했다. 병 중심 군 구조를 첨단 과학기술군으로 전환하고 장병 복무여건을 개선한다는 것이 정책 목표였다.
복무기간 단축은 상비병력 감소를 앞당긴 정책으로 평가된다. 동일한 규모의 병역자원이 입대하더라도 복무기간이 짧아질 경우 일정 시점에 군에 복무하는 병력 규모는 자연스럽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군 안팎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병력 감소 속도를 지나치게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복무기간 단축이 병력 감소의 유일한 원인이라는 해석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더 근본적인 변수는 저출산으로 인한 병역자원 감소다. 병역의무 대상인 20세 남성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연간 30만~40만 명 수준이던 병역자원은 최근 20만 명 안팎까지 줄었고, 향후에는 이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복무기간을 과거 수준인 21개월 또는 그 이상으로 유지했더라도 과거와 같은 60만 명 규모의 상비병력을 장기간 유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병역 대상 인구 자체가 감소하는 구조에서는 복무기간 조정만으로 병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 국방정책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국방부는 2023년 국방개혁법에 규정됐던 '상비병력 50만 명 수준' 목표를 삭제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과거에는 병력 감축이 정책 목표였다면, 최근에는 병역자원 감소로 인해 기존 병력 규모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정책 환경이 변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는 병력 감소를 전제로 군 구조를 개편하는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병 중심 전력에서 간부 중심 구조로 전환하고, AI와 드론, 무인차량,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등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병력 규모보다 첨단 전력과 지휘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국방개혁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단순히 복무기간을 다시 늘리는 데 있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병역자원 감소가 지속되는 만큼 간부 확보, 예비전력 강화, AI 기반 감시체계 구축, 무인전력 확대 등 종합적인 전력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병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의 18개월 복무기간 단축은 상비병력 감소 시기를 앞당긴 정책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재 한국군이 직면한 병력 부족은 복무기간 단축뿐 아니라 저출산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국군은 병력 중심 군대에서 첨단 과학기술군으로 전환하는 구조개혁을 추진하며 새로운 안보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조관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2000년의 합계출산율 1.48이 2020년 0.84로 크게 떨어져 앞으로 20년 동안 병역자원 급감은 정해져 있다"며 "2040년에는 현행 18개월 복무를 유지하더라도 병 규모는 16만~17만 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