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분석] 메리츠금융, 밸류업 신화의 두 얼굴…PF 리스크 넘을까

2026-07-03     이슈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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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밸리=경제산업팀] 국내 금융산업에서 메리츠금융그룹만큼 짧은 기간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사례는 드물다. 과거 중소형 금융그룹으로 평가받던 메리츠금융은 지배구조 혁신과 공격적인 자본 배치 전략을 앞세워 국내 대표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시장에서는 메리츠금융을 한국 정부의 '기업 밸류업(Value-up)' 정책을 가장 먼저 실천한 대표 사례 가운데 하나로 평가한다.

그러나 화려한 성과 뒤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 자본규제, 내부통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메리츠금융의 다음 성장은 공격적인 수익 확대보다 리스크 관리 능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 메리츠'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넘다…지배구조 혁신과 자본배치의 힘

메리츠금융의 가장 큰 변화는 2022년 단행한 '원 메리츠(One Meritz)' 지배구조 개편이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지주사만 상장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오랫동안 지적돼 온 중복상장과 지배구조 할인 요인을 줄이고, 그룹 차원의 자본 배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최근 공시 기준 메리츠금융의 최대주주는 조정호 회장으로 약 58%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녀 조효재 씨는 약 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약 58.8% 수준이다.

전문경영인인 김용범 대표이사 부회장과 주요 경영진도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 안정적인 최대주주 지분 구조와 전문경영인 체제가 함께 유지되는 것이 메리츠금융 지배구조의 특징으로 꼽힌다.

완전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한때 희석됐던 최대주주 지분은 이후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다시 과반 수준을 회복했다. 이는 경영권 안정성과 일반 주주의 주당 가치 상승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메리츠금융의 핵심 경쟁력은 보험이나 증권 사업 자체보다 '자본 배치(Capital Allocation)' 능력에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회사는 시장에서 자사주가 기업가치보다 저평가됐다고 판단될 경우 공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전략을 지속해 왔다. 발행주식 수 감소는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와 기업가치 상승의 선순환을 만들었다.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의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국민연금은 과거 보유 지분 일부를 줄이고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지만, 이는 주가 상승에 따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자들도 높은 ROE와 단순한 지배구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메리츠금융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PF·규제·내부통제 '3대 리스크'…다음 성장은 안정성이 좌우

반면 메리츠금융이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부동산 PF 리스크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이 공동으로 참여한 PF 사업은 그룹의 높은 수익성을 이끌어 왔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와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될 경우 충당금 확대와 수익성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메리츠 측은 선순위 대출 비중이 높고 담보가치가 충분해 손실 위험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은 PF 자산의 건전성을 향후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금융환경 변화 역시 부담이다. 보험업은 IFRS17과 지급여력(K-ICS) 제도 등 자본규제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향후 자본규제가 강화되거나 금리 하락 국면이 이어질 경우 투자수익률과 주주환원 정책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메리츠금융의 강점이었던 자사주 소각 중심의 주주환원도 시장 상황과 자본 효율성을 고려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부통제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다. 일부 전·현직 임직원의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 등으로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된 사례는 금융회사에서 신뢰와 내부통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관련 사건은 현재 법적 절차에 따라 판단이 이뤄지고 있으며, 최종 책임 여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확정될 사안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실적 못지않게 내부통제 체계와 윤리경영 수준이 기업가치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메리츠금융 역시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메리츠금융 모델을 다른 금융지주가 그대로 따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은 은행 중심의 복합 금융그룹인 반면, 메리츠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자본을 신속하게 재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의 경쟁력은 단순한 실적이 아니라 자본을 가장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곳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있다"며 "다만 앞으로는 부동산 PF 자산의 건전성과 내부통제 수준이 기업가치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