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국군사관학교' 통합…개혁 명분보다 입시 혼란·졸속 추진 우려
[이슈밸리=권동혁 기자] 정부가 반도체와 국가 첨단산업 육성 못지않게 군 개혁의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8학년도부터 통합 선발을 추진하는 방안까지 보도되면서 군 개혁의 신호탄이라는 평가와 함께, 준비 부족과 입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1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에 2028학년도부터 육·해·공군 사관생도를 하나의 '국군사관학교' 체계로 통합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취지의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구상에 따르면 신입생들은 1~2학년 동안 공통 군사·학문 교육을 받은 뒤 3~4학년에는 육군·해군·공군 가운데 진로를 선택해 각 군 특성에 맞는 전문 교육을 받게 된다.
국방부는 이달 중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공청회와 법령 정비를 거쳐 내년 입시부터 통합 선발을 추진하는 일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 사관학교는 군 간 칸막이를 줄이고 합동작전 중심의 미래 전장 환경에 맞는 장교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육·해·공군이 초기에 동일한 군사교육과 리더십 교육을 받으면 합동성 강화는 물론 교육시설과 운영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특히 AI와 드론, 우주, 사이버전 등 군의 영역이 빠르게 융합되는 상황에서 기존 군별 중심 교육보다 통합 교육이 시대 변화에 적합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충분한 논의 없이 지나치게 빠르게 추진 왜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개혁의 방향보다 추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고3이 되는 내년 상반기 새로운 입시제도를 뒤늦게 확인한 뒤 준비해야 한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육군사관학교 이전과 국군통합사관학교 추진에 이처럼 속도를 내는 배경이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국가 안보와 장교 양성 체계를 좌우할 중대한 정책인 만큼, 충분한 공론화와 군 안팎의 폭넓은 의견 수렴, 장기적인 국방 전략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정부는 2028학년도부터 육·해·공군 사관생도 통합 선발 방안을 검토 중이며, 추진 속도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관학교 입시는 일반 대학보다 준비 기간이 길다. 학생부 관리뿐 아니라 체력검정, 면접, 군 적성평가 등을 수년간 준비하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 입시 틀이 갑자기 바뀔 경우 가장 큰 피해는 수험생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논란은 법적 해석으로도 이어진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대학이 입학연도 약 1년 10개월 전에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는 "사관학교는 특수대학이기 때문에 일반 대학과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사관학교 설치 관련 법령 역시 일반학 과정에서는 고등교육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최소한 사전예고제의 취지는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정책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통합 이후 교육 장소 역시 적지 않은 논란거리다. 현재 군 안팎에서는 대전 자운대에서 공통교육을 실시한 뒤 육군 특화교육은 전남 장성으로, 해군과 공군은 각각 진해와 청주에서 교육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 등은 태릉 육사의 역사성과 전통 훼손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단순한 학교 통합을 넘어 군 문화와 정체성 자체를 바꾸는 문제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충분한 공론화가 먼저
사관학교 통합은 미래 군 구조 개편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장교 양성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형 개혁인 만큼 속도보다 절차와 신뢰가 우선이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예측 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채 추진될 경우 정책의 취지가 퇴색할 가능성이 크다.
군 개혁은 필요하지만, 수험생들의 미래와 군 교육의 정체성까지 흔드는 정책이라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단계적 시행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방정책 전문가는 "사관학교 통합은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장교 양성 체계를 바꾸는 국가 안보 차원의 중대한 정책인 만큼, 무엇보다 장기적인 국방 전략과 미래 전장 환경, 각 군의 특수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추진해야 한다"며 "그런데 최근 추진 과정을 보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보다 일정에 맞춘 속도전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방부 장관이 왜 이렇게까지 속도를 내는지, 정말 대한민국의 백년 국방대계를 충분히 고려한 결정인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정권의 임기 안에 성과를 내기 위한 정책으로 비쳐서는 안 되며, 수험생과 장교 양성체계, 군 전력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충분한 검증과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