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분석] KB금융 외국인 지분 80% 돌파 함의… 주주환원 성과와 '관치' 한계
한국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는 명백한 국내 기업 이익 상당 부분, 외국인 주주배당 등 국적 정체성 논란
[이슈밸리=한유진·임정은 기자] 2026년 한국 자본시장에 상징적인 기록이 쓰였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사상 최초로 80% 벽을 돌파했다. 지배구조의 무게추가 글로벌 자본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가운데, 차기 최고경영자 인선 레이스도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29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의 투자자별 거래 실적 및 공시 자료를 종합하면,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80.01%를 기록하며 전인미답의 고지에 올라섰다. 이는 단순히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수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KB금융이 적극적인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막대한 물량의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전체 발행 주식 수가 감소했고, 이에 따라 기존 외국인 보유 주식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상승한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단일 국내 은행 지주사의 외국인 지분이 80%를 넘긴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지만, 자본시장에서는 이를 비정상적 현상이라기보다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굳건한 신뢰를 얻어낸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법적, 영업적 실체로 보면 KB금융은 한국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는 명백한 국내 기업이다.
다만, 국내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크게 축소된 상황에서 매년 수조 원에 달하는 이익의 상당 부분이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 등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자본의 국적 정체성이나 부의 해외 이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외국인 자본 쏠림 현상은 타 대형 금융지주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한국거래소 통계 등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약 68.47%, 신한지주는 약 61.71%의 높은 외국인 지분율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약 45.51%로 상대적으로 낮을 뿐, 대다수 주요 금융지주가 밸류업 정책과 자사주 소각에 힘입어 외국인 비중이 높게 유지되는 추세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KB금융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하향하며 사실상 경영 개입에서 한발 물러섰다. 자본 권력이 글로벌 투자자로 철저히 재편된 상황 속에서, 조화준 의장이 이끄는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외부 후보에게 충분한 준비 기간을 부여하는 등 꼼꼼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고 치밀한 경영승계 절차에 돌입했다.
'외인 천하' 이면의 한계… 여전히 남아 있는 '관치(官治)' 논란
주주 구성이 글로벌 자본 중심으로 재편됐음에도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가 온전한 자율성을 확보했는지를 두고는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한국 금융산업 특유의 강한 규제 체계 속에서 금융당국의 감독 기조가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기 회장 인선을 앞두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KB금융의 1차 숏리스트(압축 후보군) 확정일인 7월 3일 이전에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고경영자의 이른바 '참호 구축'이나 '셀프 연임'을 방지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민간 금융사의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외국인 주주들이 압도적인 지분율을 바탕으로 현 경영진의 밸류업 성과를 지지하더라도, 이사회 역시 인허가권과 제재 권한을 가진 금융당국의 감독 기조와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겉으로는 이사회와 주주 중심의 글로벌 지배구조를 갖춘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자본시장의 논리와 금융당국의 감독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한국 금융지주의 현실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당국의 지배구조 선진화 요구도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양종희 현 회장의 밸류업 성과와 경영 연속성을 높이 평가할지, 아니면 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할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국인 지분율 80% 돌파는 단순한 국적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이 KB금융의 자본정책과 주주환원 전략을 높게 평가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금융지주는 일반 기업과 달리 규제산업인 만큼 시장의 요구와 금융당국의 감독 기조를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있는 지배구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