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매출 10조’ 눈앞 동원그룹의 명암… ‘참치 名家’ 넘어 첨단 융합사업 확장

김남정 회장 지분 53.74%, 특수관계인 포함 78%대… 동원산업 중심 지배구조 완성 국민연금은 동원산업 5% 이상 주요주주로 확인 안 돼… 외국인 지분율은 낮은 수준 4680 배터리 캔·스마트 항만 등 신성장 동력 장착… M&A와 주주가치 제고는 과제

2026-06-26     이슈밸리

 

[이슈밸리=경제산업팀] 1969년 원양어업에서 출발한 동원그룹이 반세기 만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합 식품·소재·물류 융합 그룹으로 탈바꿈했다.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의 ‘참치 신화’를 이어받은 김남정 회장은 입사 28년 만인 2024년 3월 공식 회장직에 오르며 그룹의 ‘새로운 50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거래소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신용평가사 및 증권업계 자료 등에 따르면 현재 동원그룹은 수산·식품을 넘어 포장재, 2차전지 소재, 스마트 물류 항만에 이르는 다각화된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입증하고 있으나,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의 소액주주 갈등과 보수적인 인수합병(M&A) 기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공존한다.

오너 2세 독립경영의 정석… 김남정 중심 지배구조 완성

동원그룹의 지배구조는 국내 재계에서 ‘형제간 계열 분리’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은 장남 김남구 회장에게 금융 부문인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차남 김남정 회장에게 식품·수산·물류 중심의 동원그룹을 맡기는 방식으로 승계 구도를 정리했다.

2003~2004년 금융 계열 분리 이후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그룹 사이의 상호출자나 교차 지분은 사실상 해소됐고, 장남과 차남이 각각 독립 경영을 하는 구도가 굳어졌다. 이는 국내 대기업집단에서 흔히 나타나는 형제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낮춘 구조로 평가된다.

현재 동원그룹은 김남정 회장을 정점으로 동원산업이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그 아래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동원홈푸드, 동원건설산업, 스타키스트,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 등 주요 계열사가 놓이는 구조다.

핵심은 지주사 동원산업의 지분 구조다. 2026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및 대량보유 공시 기준으로 김남정 회장의 동원산업 지분율은 53.74%다. 여기에 김재철 명예회장 등 특수관계인 보유분을 포함하면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78%대에 달한다. 소액주주 지분율은 23% 안팎으로 공시돼 있다.

다만 일부 기사나 시장 자료에서 거론되는 ‘국민연금 지분’은 주의해서 봐야 한다. 동원F&B가 상장사였던 시기에는 국민연금이 5% 안팎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로 언급됐지만, 동원F&B가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로 편입돼 상장폐지된 이후 현재 동원산업 기준으로는 국민연금이 5% 이상 주요주주로 공시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증권사 자료 기준으로는 2025년 당시 동원산업 주요주주로 김남정 및 특수관계인, KB자산운용 등이 제시됐고, 외국인 지분율은 2%대의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구조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오너 측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경영권 안정성은 매우 강하지만, 유통주식 수가 제한되고 외부 주주의 견제 기능은 약해질 수 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빠른 의사결정’과 ‘견제 부족’이라는 양면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합병·주식교환 거치며 지주사 체제 강화… 소액주주 논란도 반복

김남정 회장은 2022년 지배구조 개편의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 오너 일가 비상장 지주사였던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상장사 동원산업이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재편한 것이다.

이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초기 합병비율 산정 당시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는 높게 평가된 반면, 상장사 동원산업의 가치는 낮게 산정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회사는 동원산업 합병가액을 조정했고, 합병비율도 수정했다.

이후 동원산업은 그룹 지주사 기능을 본격화했다. 2025년에는 동원F&B 잔여 지분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확보해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상장폐지 절차를 마무리했다. 회사 측은 글로벌 식품사업 통합, 경영 효율성 제고, 지주사 디스카운트 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일부 소액주주들은 주식교환 비율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문제 삼았다.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단순화와 식품사업 통합이라는 전략적 명분은 분명하지만, 상장 자회사 주주들의 권익 보호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왔다.

참치캔 넘어 K-푸드·소재·물류로 확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동원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식품 부문에서는 동원F&B가 국내 참치캔 시장에서 80% 안팎의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참치캔 중심 기업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조미소스, HMR, 펫푸드, 식자재 유통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동원홈푸드는 B2B 식자재 유통과 조미식품 부문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며 그룹 식품사업의 또 다른 축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도 핵심 자산이다. 스타키스트는 미국 참치 시장에서 40%대 중반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동원그룹의 북미 식품사업 전진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동원F&B와 동원홈푸드 제품을 스타키스트 유통망과 연결하려는 전략도 추진되고 있다.

소재 부문에서는 동원시스템즈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동원시스템즈는 기존 포장재 사업에서 축적한 금속가공 기술을 기반으로 원통형 배터리 캔과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4680 규격 원통형 배터리 캔 생산체제를 갖추며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진입을 노리고 있다. 다만 특정 배터리 업체에 대한 납품 여부는 계약·공시 기준에 따라 확인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기사에서는 ‘공급망 진입’과 ‘시장 확대 수혜 기대’ 수준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물류 부문에서는 부산신항의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이 핵심이다. DGT는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스마트 컨테이너 터미널로 평가받는다. 단계적으로 완성될 경우 6개 선석과 연간 최대 450만TEU 처리 능력을 갖추게 되며, 하역·이송·적치 과정의 자동화를 통해 항만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2025년 매출 9조5,837억원… 2026년 1분기도 성장세

실적도 견조하다. 동원산업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9조5,837억원으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회사 IR 자료 기준 5,161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2024년 대비 외형과 수익성 모두 개선되며 ‘매출 10조원’ 문턱에 한 발 더 다가섰다.

2026년 1분기에도 성장 흐름은 이어졌다. 동원산업은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5,300억원, 영업이익 1,4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대, 영업이익은 17%대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12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식품 부문은 조미·유통 부문의 성장이 실적을 견인했고, 동원시스템즈는 고부가가치 제품과 수출 확대를 통해 매출 방어에 나섰다. 동원건설산업도 신규 수주 확대와 원가 관리로 2026년 1분기 실적 개선 흐름을 보였다.

M&A 명가의 딜레마… 실탄은 있지만 결정적 한 방은 부족

동원그룹의 남은 과제는 비유기적 성장, 즉 M&A다. 동원그룹은 과거 스타키스트, 동부익스프레스 등 굵직한 인수를 통해 그룹 외형을 키운 경험이 있다. 김남정 회장 역시 부회장 시절부터 M&A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주도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다소 보수적이다. 동원그룹은 HMM, 한국맥도날드, 보령바이오파마 등 여러 인수전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인수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HMM의 경우 본입찰까지 참여했으나 가격과 거래 조건에서 최종 성사에 이르지 못했다. 따라서 “발을 뺐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밸류에이션과 거래조건 문제로 최종 인수를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IB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동원그룹 특유의 보수적 투자 원칙이 리스크 관리에는 유리하지만, 매출 10조원 이후의 퀀텀점프를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재무적 부담 요인도 있다. 미국 스타키스트는 과거 참치 가격 담합 사건으로 벌금과 민사 합의금 등 수천억원대 비용을 부담했다. 이 사안은 이미 상당 부분 정리됐지만, ESG와 준법경영 측면에서 그룹이 안고 가야 할 부담으로 남아 있다.

또한 2차전지 전방산업 수요 둔화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은 동원시스템즈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건설경기 침체 역시 동원건설산업의 재무 관리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변수다.

주주가치 제고 없이는 ‘지주사 디스카운트’ 해소 어렵다

동원그룹의 다음 과제는 명확하다. 식품, 소재, 물류를 하나로 묶는 사업 포트폴리오는 완성 단계에 들어섰지만, 자본시장 신뢰 회복은 아직 진행형이다.

특히 동원산업은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높고 외국인 지분율이 낮은 구조다. 안정적 경영권에는 유리하지만, 주식 유동성 부족과 시장의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투명한 자본배분 원칙, 소액주주와의 소통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오너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이사회 독립성, 내부거래 투명성,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동원그룹처럼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은 구조에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시장의 견제와 감시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기업가치 재평가의 핵심 변수가 된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원그룹은 식품과 소재, 물류를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연결한 보기 드문 기업”이라며 “다만 지배구조 개편 이후에는 신사업 성과뿐 아니라 주주환원과 자본배분의 투명성이 기업가치 재평가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